산삼회 140차 산행기 - 백양산
2007년 10월 19일 10시 성지곡 학생 문화 회관 등나무 아래
오늘의 참여자 - 손관선, 이규상, 최차랑, 김민남, 정경권, 김영복, 박세주, 류근모 이상 8명
가을 소풍 피크 타임인지 학생 문화 회관 앞은 각급 학교 학생들로 떠들썩하다.
10시 15분 정각에 출발.
성지곡 수원지 진입로에 들자마자 학생들을 피하여 오른쪽으로 꺾여 조용한 참나무 숲길로 방향을 튼다.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는데 서늘한 가을바람에 낙엽이 지기 시작한다. 푸른 낙엽이다.
10시 30분에 너른 곳에서 발대식.
오늘의 산행대장은 버드나무 류근모. 출발 산삼!
목적지는 백양산 정상이다.
햇빛이 났다가 구름이 끼었다가 ~ 등산하기 좋은 날씨다.
편백나무, 참나무, 소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죽죽 서있는 이 등산로는 언제 와도 깊은 맛이 있다.
정상까지 가려면 힘을 잘 배분해야 한다. 자주 쉬는 게 상수다.
10시 50분에 길옆에 앉아 1차 휴식.
청암 이규상이 비스킷 아트라스를, 버드나무가 야쿠르트를, Y 맨 김영복이 바나나를 제공.
11시 20분에 만덕 넘어가는 만남의 광장을 통과, 백양산에서 가장 가파른 등산로를 탄다.
자 여기서부터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숨을 고르기 위하여 아래서부터 7줄기로 갈라져 자란 특이한 참나무 앞에서 2차 휴식.
영복 친구가 또 바나나를 제공, 에너지를 보충하다.
잠시 동안 건강 세미나.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기가 건강유지의 비결이다. (박세주)
초라한 밥상이 어쩌면 위대한 밥상이 될 수 있다.
길은 가파르면서도 험악하다. 경사는 4~50도 정도일까.
길옆은 바위들이, 길에는 큰 돌, 작은 돌들이 발바닥을 괴롭힌다.
11시 40분에 3차 휴식. 5분만 쉬자면서 10분을 쉰다.
건강 세미나는 계속된다.
3대 건강식품 - 과일, 야채, 생선을 많이 먹자. (김민남)
그런데 요즘 이것들이 비싸서 초라한 밥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힘들지만 너무 오래 쉬지 말고 또 출발 - 짧게, 자주 쉬자.
위로 오를수록 나뭇잎들의 밑동이 노르께해진다.
이제 나무에서 매미소리는 사라지고 풀밭에서 여치, 찌르레기 등의 풀벌레 소리만 들린다.
매암 김민남, Y 맨 김영복 친구 - 가 주로 선두에서 걷는다.
김영복 친구야 본디 잘 걷지만 김민남 친구는 정말 많이 발전했다.
가파른 길이다, 무리하지 말자. 15분을 가다가 또 쉰다. 4차 휴식이다.
백양산 9부 능선 쯤 올라와 고개를 드니 제 3봉이 보인다.
만덕동, 상계봉, 낙동강, 화명 아파트촌, 멀리 고당봉도 눈에 들어온다.
능선 좌우에 듬성듬성 억새꽃들이 나타난다.
12시 30분에 드디어 제 3봉 정상에 섰다.
산불 방지 초소, 펀펀하고 둥글게 쌓은 돌탑.
일망무제로 탁 트인 전망을 즐기며 앉아서 5차 휴식.
경사가 급하고 위험한 돌길을 내려가면 평지 같은 완만한 능선 길.
억새꽃이 만개한 길이 제법 5~600 m 는 이어진다.
억새평원이다.
바람에 비스듬히 드러눕는 은빛 억새꽃들 -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 꽃씨들이 멀리 날아가 저들의 영토를 넓히겠지.
억새들은 억센 생명력을 가져 억새밭에는 감히 나무나 다른 풀이 자라지 못한다.
제 3봉에서 억새 평원을 건너 제 2봉에 가는데 15분
제 2봉에서 제 1봉인 정상에 가는데 또 15분 -
그래서 오후 1시 정각에 백양산 정상에 선다.
아무렇게나 쌓은 돌탑 가운데 서있는 정상석에는 白楊山 642m 라 쓰여 있다.
옛날에 백양나무 - 사시나무 - 가 많이 자생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백양산 자락 어디에도 현재는 백양나무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부산시가 눈 아래 펼쳐진다. 동 서 남 북 중구, 진구, 사상 사하구, 강서구, 낙동강, 을숙도, 명지, 영도, 봉래산, 금정산, 장산, 동래구, 금정구, 금정산 그리고 부산항.
350만이 어울려 사는 저 속에서 우리는 젊음을 보냈고 마누라를 만나 새끼들을 키웠고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퇴임하여 이렇게 부산 제 2의 고봉 642 m 고지에서 부산을 내려다보고 있다.
(금정산 801.5m 장산 634m)
애증(愛憎)이 교차되었던 우리의 보금자리 부산 ~ 이제 憎은 증발해버리고 애틋한 愛만 남았느니 저 속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진 한 판 박고 정상을 내려와서 서쪽으로 진행하여 愛鎭峰 잔디 광장에서 점심상을 펼치다. 1시 15분.
애진봉은 헬기장 옆에 진구를 사랑하자는 한마음 동산을 조성하고 비를 세워 둔 곳이다.
애진봉 - 예쁜 이름에 걸맞게 깔끔한 비, 좋은 글귀들도 새겨져있다.
‘천지신명의 은총이 천세만세 이어져 자자손손 영광 누리며 더 큰 축복 주세요.'
우리들도 천지신명의 은총으로 이 나이에 이 좋은 건강으로 이 좋은 곳에서 귀한 음식을 먹게 되어 감사합니다.
버드나무가 집에서 빚은 포도주를, 난곡 박세주가 태국산 사담주를 내놓아 건배하고 식사 시작.
1시 40분에 일어나 당감동으로 하산.
가파른 길들이어서 조심조심 - 선암사 옆을 통과, 백양아파트 정류소에서 버스 승차.
서면 로테 백화점 앞에서 내려 헤어지려는데 매암 김민남 친구가 막걸리 한 잔 하자!
산삼회에서 계속 다리 힘을 증가시켜 백양산 종주를 앞장서서 완주한 친구의 말이다.
좋다.
서면 시장, 돼지 국밥집에 들어가 수육 하나에 생탁 네 개를 시켜 먹다.
막걸리 마시면서 세 번째 세미나 - 도 건강 세미나. (류근모)
재미있는 운동을 계속하자, Positive Addiction (긍정적인 중독성) 이 붙을 때까지.
노름, 마약, 술 같은 Negative Addiction (부정적인 중독성) 은 사람을 망치지만 운동 중독은 심신의 건강을 지켜준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중독의 하나가 등산이다.
오늘도 10시 15분부터 2시 반까지 걸어 순 걸은 시간이 네 시간 가까이 되는 상당히 강행군이었다. 산기슭에서만 주로 맴돌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정상을 밟은 쾌거를 이루었다.
막걸리, 돼지 수육을 쏘아준 김민남 친구 고맙습니다.
10월 26일 제 141차 산행은 - 구명역 10십니다. 그 때까지 안녕히!
첫댓글 오늘도 변함없이 산행기를 써 준 남계가 있기에 불참해도 참여한 것보다 더 상세한 산행기를 읽을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합니다. 골치 아프고 귀찮은 두 여자가 없어 날개 달린 듯 정상까지 마구 달렸더군요. 더군다다 매암의 일취월장에 박수를 보냅니다. 대단한 쾌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모두들 산삼회 집행부의 관심과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에 회장님의 모습이 씩씩해 보입니다. 다음 주 산행에는 꼭 참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