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생
김선우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나이 서른에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혹은 그렇게 느끼고
나이 마흔의 누이는 가을 낙엽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갈래머리 여고생처럼 후르륵 가슴을 쓸어 내리고
예순 넘은 엄마는 병들어 누웠어도
춘삼월만 오면 꽃 질라 아까워라
꽃구경 가자 꽃구경 가자 일곱 살배기 아이처럼 졸라대고
여든에 죽은 할머니는 기저귀 차고
아들 등에 업혀 침 흘리며 잠 들곤 했네 말 배우는 아기처럼
배냇니도 없이 옹알이를 하였네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머리를 거꾸로 처박으며 아기들은 자꾸 태어나고
골목길 걷다 우연히 넘본 키작은 담장 안에선
머리가 하얀 부부가 소꿉을 놀 듯
이렇게 고운 동백을 마당에 심었으니 저 영감 평생 여색이 분분하지
구기자 덩굴 만지작거리며 영감님 흠흠, 웃기만 하고
애증이랄지 하는 것도 다 걷혀
마치 이즈음이 그러기로 했다는 듯
붉은 동백 기진하여 땅으로 곤두박질 칠 때
그들도 즐거이 그러하리라는 듯
즐거워라 거꾸로 가는 생은
예기치 않게 거꾸로 흐르는 스위치백 철로
객차와 객차 사이에서 느닷없이 눈물이 터저 나오는
강릉 가는 기차가 미끄러지며 고갯마루를 한순간 밀어 올리네
세상의 아름다운 빛들은 거꾸로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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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못다 내린 빗님인지
잘 익은 감자분같은 비가
포슬거리며 내리고 있습니다
간밤의 월드컵 응원 열기가 다 식은듯
조금은 노곤하고 차분한 주말입니다
엊저녁 상록수 미사에는 류신부님의 친구이신
윤상용 신부님께서 오셔서
상록수 미사를 집전해주셨는데
눈망울이 아기같이 해맑고 동그란 신부님이셨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강론에
모두들 귀기울여 열심히 듣게 하셨는데
설득력과 목소리크기는 반비례한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셨지요^^
마지막에 너무나 가슴 찡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눈을 부릅뜨고 힘을 주어봤지만
대책없이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코만 훌쩍대지 않으면
미사포에 가려서 옆사람에게 안 들킬 수 있으니
영세를 받은게 어찌나 감사한 마음이 들던지요 ㅎㅎ
아이들이 차례로 기도를 드리고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하는 부분에서 재빨리,
오늘밤 월드컵 이기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를 드리고 생각하니
우루과이 사람들도 기도를 드릴텐데 어떡하나 싶어^^
잠시 망설이다
'주님 그 쪽의 기도는 못들은척 하시고...엥?
아니아니~ 그쪽의 기도는 무시하시고...이것도 너무한가?
아니..그냥...주님 뜻대로 하시옵소서...'
이럴때만 <주님 뜻대로>라고 온전히 순종하는척하니
에구...내가 생각해도 좀 고약하다...싶었습니다^^
하여간에 경기에 지고보니 선수들 보기가 마음이 아팠는데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도록 만드는
스포츠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편을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듯 화합이 가능하다면
그렇다면 지구와 다른 행성이 축구시합을 벌인다면
(스페이스컵? 유니버스컵?^^)
세계 평화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더랬습니다 하하~~
쓰잘데기없는 이 상상은 제가 경기를 보고있으면
혹여 골을 먹지나 않을까 하는 징크스에
소심하게 돌아누워서 냄표니와 딸내미가 질러대는 소리와 탄식의 강약으로
경기내용을 나름대로 분석해보며
꾸어본 꿈이었습니다^^
그래도 축구가 세계 평화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지
혹 모르는 일이잖아요?ㅎㅎ
윤상용 신부님께선 다음 일정이 바쁘셔서
저녁식사도 못하시고 서둘러 떠나셨지요
그러실줄 알았으면 차안에서 드실 간식이라도 준비하는건데
우리만 맛있는 저녁을 먹게되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혼의 쉼터에서 곡스모자랑 주니맘님 하늘바람님이
미사에 참석해 주셨지요
상록수에 손님들이 오실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처음뵈도 별로 낯설지가 않고 알던 친구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만남은 처음이지만 마음을 먼저 나누어서 그런가 봅니다^^
꼬모샘과 샬롬님과 보라꽃이 우중에 먼길을 달려와주어서
(연약한 몸매와 천상여자인 사랑많은 세 아가씨 지요^^)
봉사자분들과 상록수 식구들까지 모두 모여 미사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자니
우리가 참 복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요^^
따뜻한 마음을 나누러 와주신 분들 덕분에
하느님께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의 기도가 우러나오는
행복한 미사를 드렸습니다
축구를 허무하게 지고나니
새벽이지만 잠은 안오고 채널을 돌리다가
전쟁영화를 하길래 보게 되었습니다
축구의 들뜬 기분에 6.25가 묻혀서 지나가버렸는데
그러니까 금요일날 6.25때 재우이눔 교실앞 등나무에 앉아
졸다가, 책을 보다가, 땀을 씻다가 ,눔이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가,
혼자 더위와 씨름을 하고 있었지요
복도가 훨 시원한데 눔이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공부자세가 흐트러질까봐 나와서 서성대게 되는데
이글거리는 태양이 무섭게 느껴지도록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교정에는 사람 기척 하나없고
엄청 씩씩하게 생긴 커다란 개미들만이 분주하게 발밑을 오가는데
그눔들을 안 밟으려 신경써서 서성대자니
다리가 꼬일적도 있고 짜증도 납니다
작은 생명 하나도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갸륵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개미라고는 하지만 하도 굵어서 그걸 밟았다가는
무얼 밟았다는 끔찍한 느낌이 올게 분명해서
비켜,비켜 하며 서성였지요
이 뜨거운 날에 에어컨 나오는 차도 없이
뜨겁고 무거운 짐짝들을 등에 지고 피난을 갔겠구나...
그냥 걷기도 죽을판인데
죽음의 공포에 짓눌리면서 먹지도 씻지도 쉬지도 못하고
끔찍한 고생들을 했겠구나...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아야하는 기막힘을 당했겠구나
나라의 운명이 일본의 강점에서 풀려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가 되었으니
나라를 위해 싸우다 스러져간 젊음들로
우리나라 어디를 파도 젊은 주검이 나올만큼
가슴저미는 죽음이 많았겠구나
축구 응원한다고 밤새워 길에 쏟아져나온 저 젊음들이
지금 전쟁이 나면 조국을 위해 저렇게 앞다투어 쏟아져 나올것인가
하기 쉬운 애국, 자기만 아니면 괜찮은 희생...
얼굴에 훅훅 끼치는 열기에 저도 모르게 비참한 상념들이 떠올랐습니다
고통스러웠던 우리의 근현대사에 비추어볼때
좀 더 책임있고 자각있는 행동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라의 존망이 걸린 다른 중요한 이슈에는 관심조차 없고
손쉽고 즐기면 그만인 애국에만 열을 올리는건 아닌지...
6.25 발발 연도를 알고있는 대학생이 많지않다는 뉴스에
기성세대로서 좀 걱정이 되는게 사실입니다
그 연도를 알고모르고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도 부모도 학교도 진정한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책임이나 역사를 가르치는데 지금처럼 소홀해서는
기럭지만 길고 속은 나약한 수수깡같은 젊은이들로
키워내게 될까봐 우려가 되어서요...
내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니 수험생이 둘인 우리집은
쥐죽은듯이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만 나야하지만
재원이눔은 짱구 비디오를 욜심히 시청하고 계시고
다예는 간밤의 불면을 보충하느라 오수를 즐기고 계십니다^^
주말이니 맛있는 음식 한가지라도 해먹이고 싶은데
머리에 떠오르는게 없네요 ㅠ.ㅠ
상록수에서 어제 먹은 맛있는 왕언니표 반찬들이 생각나네요 히~^^
재원이가 상록수에서 스팸을 하나 챙겨와서 살림에 보탬을 주었지요
눔이는 확실히 효자 맞습니다 하하하~~
스팸넣고 부대찌개나 보글보글 끓여볼까요?
맛있는 저녁 해드시고 평안한 주말 저녁 보내세요
그리고 7월이 시작되는 멋진 새로운 한 주를 맞으시길 바랍니다~
아뒤유~
첫댓글 함께 하는 미사....늘 재충전의 시간이다... 여름을 이겨내자 아자


언니 어제 잘 다녀왔어요? 저는 수다 마이 떨고 마이 묵고 잘 갔어요^^ 지금은 바깥 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져서 가을같아요~ 낮에는 더워지겠지만요~ 언니도 여름이한테 지지말고 잘 지내요!^^
나도 아자아자
답안지 채점중..
...^^ 
아자아자


가브리엘 보고싶다^^ 
가브리엘 할 때마다 환한 미소가 작열한다는^^ 오우메 기특한 것^^ 

홧팅홧팅, 수험생들 홧팅


보라야 답안지 몽땅
주고 놀아
히히^^ 어제 보라가 가브리엘 챙겨주어서 미사드릴동안 참 마음이 편하고 고마웠어^^ 눔이가 보라누나가 좋은지(아니다
누나 대모님이면 눔이에게도 대모님이네 
) 연신 싱글벙글
미사도 잘 드리고 기도문도 잘 읽고 아주 대견스러웠어
바쁘고 힘들텐데 멀리서 세분이 와주셔서 참 감사했지

다음번 미사때 만날때까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내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서양 제국주의에 수백년동안 시달리는 제3세계 국가들, 내전에 시달리는 모든 국가들은 총공격을 해야게쪄요~하하
우리가 8강에 못 들어서 속상하긴 했지만 한편 생각하면 16강에 든것도 대단한 일이죠, 다들 쟁쟁한 축구강국들이니까요^^ 다음번 월드컵때 총공격


어제는 스페셜 참치회를 소주 맥주와 더불어 짜알 묵고 기들어와서 썰렁한 댓글을 달아봐쪄요~^^ 총공격이란 거는 스뽀으쓰나 문화, 무역으로 해석하시믄 되시게쪄요~하하 이른바 6.25 카는거에 대한 두더지 생각은 전면전(수만명이 죽어가던 내전은 그 이전부터 계속되었으니) 발발일을 기념하는거 보다는 전쟁이 끝난 종전일을 진작부터 기념하는기 더 좋지 않았나 시포요~ 그라고 폭력 욕설 인격모독이 난무하는 양아치스런 병영문화를 진작에 날리뿌고.. 도대체 수십년동안 매년 수백명씩 귀한 자식이 죽어나가고 심각한 장애를 입어도 군대 갔다와야 남자스럽다.. 카는 골때리는 미신이 존재하는 사회 분위기~ 자발적인 모병제로 빨리 바
까서 자부심과 명예 가득한.. 월급도 마이 받아서 서로 지원할라카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게쪄요. 지금 여군 경쟁율이 수십대 일 카듯이 마리죠~
여군 남군 비율도 반반씩해서 맨날 마초 대 페미의 피터지는 인터넷 댓글 싸움 그튼것도 없애야 되게쪄요. 정훈병 통신병 위생병 취사병 여성들이 더 잘할수 있는기 마나요. 여군특전사도 있구요~ 하하 군대 간 사람들은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기 조케쪄요~ 대학 전액 장학금, 공사, 공단 그튼데 우선 취직 모 요런식으로 마리죠~ 월급 마이 주는거는 군대 안가는 집에서 국방비 쪼끔씩 더 내믄 되구요. 예비군은 아예 없애든지 (40년전 어느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는데) 준프로화 시키
서 정예화 해야게쪄요~ 그라고 두더지 생각에는 요즘 세대가 60년전보다 더 애국심 강하고 전쟁나믄 더 잘 싸울것 같아요. 티를 안내서 그렇지요~ 하하 60년전에도 머 전쟁나믄 아침은 해주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묵겠다 큰소리 뻥뻥치던 윗대가리들은 뒤도 안돌아보고 내빼고(국군이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다.. 쎄울을 사수하고 있다.. 24시간 녹음방송~) 민초들만 강제로 또는 자발적으로 싸워쪄쪄요~ 하하
아이고~ 고 사이에 문패꽃님이 샤샥 글 들어오셨네요~ 2시간쯤 일보고 다시 들어올께요~ 하하하
아하
고런 모병제라믄 성공을 할수도 있겠네요^^ 여군이 그렇게 인기인줄 몰랐어요 
(저두 잘할것 같은데
싸움닭^^) 맞아요
민초들만 강제든 자발적이든 목숨걸고 싸우는 구도가 되는건 절대 안될일이죠, "돌격 앞으로
" 가 아니라 "나를 따르라
" 라고 해야죠
요즘 젊은 세대가 두더지님 말씀처럼 애국심과 강인한 정신도 갖추고 있다면 참 다행이네요
제가 괜한 염려를 한것이길 바래요
원래 걱정이 팔자랍니다 
하하 군복 입은 문패꽃님 정말 멋지게쪄요~ 대령 계급장쯤 달고 마리죠~^^ 제가 보기엔 요즘 젊은 세대나 옛날 세대나 정신력 차이 별로 없는거 같아요. 박사학위 받은 사람도 힘든 육체노동에 응시하고 마리죠~ 못묵고 정신력 강조하던 옛날보다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하자나요. 북조선 선수들 정신력 디기 강한거 그튼데도 마지막 경기에서 맥없이 허물어지는거 보면 환경이 좋아야 정신력도 더 좋아지는기 아인가 싶기도 해쪄요~ 미국이나 유럽 잘사는 나라의 젊은이들 정신력들도 대단하자나요. 모험심에 개척심에 기상천외한 도전들도 하고 오지에 가서 봉사도 하고 남의 나라 전쟁에도 자원해가서 마이 죽기도 하고 마리죠~
듣고보니 그러네요^^ 요즘 젊은이들 참 똘똘하죠
그러고보니 두더지님도 <요즘 절므니>시군요

나이는 먹어가는데 해내는 일은 점점더 느려지고 어눌해지는 요즘..나야말로 거꾸로 가는 인생같당..게으름의 소치로 댓글하나도 재빨리 못
공 이제야

재원이가 읊어내던 기도문은 얼마나 이쁘고 신실하던지..참 감사한 미사였네

나이 들어가시면서 몸이 빨랑빨랑해지면 그거 위험하세요
다치거나 병나지않게 몸이 따라갈만큼 적당히 느려지는게 좋은거래요

보라
이 슨새임 아니랄까봐 재원이 끼고 앉아서 단숨에 기도문 읽는걸 가르쳐놨네요

제가 하라면 모기소리만큼 작게 하구선
보라가 시키니 큰소리로
고얀눔

기특한 넘^^ 장한 넘^^ 이쁜 넘^^ ㅎㅎ
아름다운 시 정말 잘 감상하고 가요. 여러분들의 댓글로 힘을 또 얻고 가구요.. 우리 남편은 새로운 "서울시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휴대폰 가져와도 되게 한다"고 열을 올리는데, 학칙을 어겨가며 휴대폰 가지고 다니는 애들이 거의 100%인 마당에 차라리 "휴대폰 가지고 다녀라"고 아이들 마음을 읽어주고 보듬어 주어 학교로 돌아오게 하는게 낫지 않겠느냐고 열을 올렸지요. 하하 우리 부부는 맨날 보수와 진보로 갈리어 피터지게 (?) 싸운답니다.ㅎㅎ
그렇게 투덕거리고 싸우는 부부가 건전한 거래요

우리집은 뉴스보면서 만날 다툰답니다^^ 의견일치하는게 
로 없거든요
휴대폰이 공부시간에 쓰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요즘같이 살벌한 세상에 아이와 연락이 안된다는것도 참 걱정이에요, 딸아이가 이른아침에 나가 밤 12시를 넘겨 집에 오는데 휴대폰이 없다면 정말 불안할것 같아요...우리 학교는 교실에 들어오면 박스에 몽땅 넣어 보관하고 집에 갈때 준답니다
괜찮은거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