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일 충격으로 우울했습니다.
누가 어머니를 봐 준다면 당장 봉하 마을로 조문을 가고 싶습니다.
이제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 명도의 길
너무 외롭지 않기를 빕니다.
재벌과 권력자에 맞서 적수공권으로 으르렁대던 그 모습이 그립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틈새에서 참 외로운 대통령이었습니다.
좌충우돌 하던 그 기백 속에 엿보이던
그의 외로움이 가슴 저밉니다.
그의 삶의 여정은
단 한번도 고요한 순간이 없었습니다.
죽음으로서만 얻을 수 있었나 봅니다.
가슴을 채우는
이 침묵 덩어리.
늘 포위당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정적과 언론과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양자에게 까지.
88년 무더웠던 어느 날 밤
마산 가톨릭센터에서 노무현을 만났습니다.
좌담회였습니다.
1계급 특진과 현상금이 걸린 저를 포함한
수배자가 여럿 있었던 그 장소를 경찰들이 새까많게 건물을 에워쌌고
뒤늦게 우린 눈치를 챘지만 독 안에 든 쥐였습니다.
지랄탄으로 유리창을 다 두드려 깨고
최루가스가 자욱한 건물로 백골단이 군홧발로 쳐 들어와
참석자를 다 닭장차에 태워버렸습니다.
온 몸을 얻어맞아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이제 몇 년 감방에서 썩는구나 싶었는데
닭장차는 움직일 줄 몰랐습니다.
노무현이 닭장차 밑으로 들어가 있었던 겁니다.
명백한 불법이라는 겁니다.
법을 집행하는 자가 불법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모습을
용납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법법자를 잡겠다는 자들이 도리어 범법자가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 도저히 눈 감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찰서장이 나오고 도경에서 누가 나오고 했습니다.
노무현은 단 한가지를 주장했습니다.
수배자가 있다면
모든 사람들을 다 제자리에 갖다 놓고 다시 적법하게 법을 집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는 범법자를 비호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다 풀려났습니다.
그러자 노무현은 떠났습니다.
상의가 찢기고 넥타이는 다 풀어지고.
바짓가랑이는 흙 투성이고.
그런 모습으로 노무현은 씩씩대며 우리 시야를 벗어났습니다.
두번째 만난 것은 '바보 노무현' 때였습니다.
지역주의 타파한다고 설치면서
당선이 보장된 선거구를 놔 두고 설치다 국회의원 뱃지 놓치고 지방자치 연구소 소장인가 뭔가 할 때였습니다.
모셔다가 강의를 들었는데
국회의원 못 되고 쉬는 것이 얼마나 큰 배움의 기회가 되고 있는지를 말했습니다.
이제 다 옛날 얘기입니다.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비난과 저주의 언사를 버리고 관용과 격려의 말을 쓰기를 바랍니다.
노무현의 죽음 앞에서
각자가 큰 깨우침 있기를 바랍니다.
외로운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이웃이 생기고 고락을 같이 하는 친구가 생기기를 빕니다.
노무현의 흔적 하나 남깁니다.
고정희 시인이 떠 오릅니다,...
*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첫댓글 감사합니다..ㅠㅠ 잘 보았습니다..ㅠㅠ 더욱 노력할께요..ㅠㅠ..그래도 너무 슬픕니다..ㅠㅠ
저는 이글을 보면서 제 삶을 반성합니다. 삶이 거져 되는게 아닌데 날로 먹으려 했습니다. 차 밑으로 들어가서 생명을 담보로 싸우셨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하루가 진하게 다가옵니다. 감사드립니다.
생각해보건데.. 스스로 자기 십자가에 매달리시는 삶을 선택하셨슴니다
너무 슬퍼서 .. 뉴스도 못보고 .. 울고있네요.. 너무 가슴아파요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것들이 우리 곁에서 생생히 살아있을 수 있도록 보호하는 우리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아름다움이 떠난 것은 아니겠지요. 슬픔이 이렇게 진한 사랑을 보듬고 있네요.
고맙습니다. 한번도 가까이에서 뵌적은 없지만 그분의 삶이 느껴집니다. 명복을 빕니다.
..............!!!!!!!!!!!
감사.
아......... 하늘이 어깨를 누르는 기분.............정신차리고 각자 행해야할 몫을 목숨보다 더 소중히 지키자.........
감사합니다.
어제밤 봉하마을 다녀왔습니다. 우리처럼 애기들 업고 온 사람도 많았습니다. 봉하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전에 있는 진영공설운동장에 주차를 하면, 거기서 셔틀버스가 다닙니다. 그 모든 정치적 논란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가는 길을 추모하려는 사람들이 경건해 보였습니다.
아픕니다. 그냥 가슴이 답답하고 아픕니다.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슬프고 아픕니다~!
▶◀ 지켜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신께서 그렇게 위기에 몰릴때 마다 ,, 잘 견디시려니,, 또 다른 역전을 하시려니,, 막연하게 , 망연하게 그저 먼산 바라보듯했던 제 자신이 참으로 밉습니다.. 그렇게 외롭고 힘드시리라는 짐작만 했습니다... 이렇게 불현듯 가시니... 너무 소극적인 지지를 해왔던 것이 후회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같잖은 공평심,, 같잖은 정의감... 어줍잖은 정의감,,,들이 그렇게 소극적으로 만들은듯 합니다.. 적어도 우리 만큼은 정의로와야지 ,, 공정해야한다는 당위같은것들이 그렇게 소극적으로 만들었다는 생각 합니다..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님 ,,, 그래도 ,, 잠시이지만 당신을 만날 수 있었고 ,,
한 시대를 함께 호흡했었다는 사실을.. 기쁨으로 안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 눈물도 어둠도 없는 그곳에서 평안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 안녕히 ...
그제 봉하마을 다녀 왔습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더군요.
고맙습니다. 님은 온 사람의 사랑으로 흡족한 길을 가시리라 믿습니다.남은 우리에게 회한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