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시집『남해 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일간『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3』(2008. 01. 03, 조선일보)
―시선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7』(국립공원, 2007)
시를 잘 쓰는 시인들은 연애도 잘 하는지 좋은 연시도 참 많다. 연시 또한 시대를 달리하겠지만 5~60 세대를 풍미한 연시의 백미는 유치환 시인의 '행복' 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로 끝나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주는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기도 하다. ‘행복’ 시는 ‘우체국에 가면/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로 시작되는 이수익 시인의 우울한 샹송과 더불어 시각적인 재미 뿐 아니라 낭송으로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연시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잘 모르겠지만 2008년 현대시 100년을 기념하여 조선일보에서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 시 50편을 시리즈로 연재하였다. 사랑시를 추천한 시인으로는 시단의 원로와 중진, 신예 시인 14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근배 오세영, 오탁번 시인을 비롯해 문정희, 정호승, 이재무, 안도현, 나희덕, 정끝별, 장석남, 박형준, 이병률, 김선우, 김민정 시인 등이 후보작을 추천하고 장석남, 김선우 시인이 해설을 맡았다.
50편 중 제1편으로 이성복 시인의 ‘서시’를 첫 번째로 내세웠는데 첫 번째라고 어떤 상징적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겠지만 50편 연시들의 면면을 보면 이 보다 나은 연시들을 놓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 중 한 편이 지금 소개하는 이성복 시인의 ‘남해 금산‘ 같은 고급 연시가 아닐까 싶은데 추천위원들의 취향과 기호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싶다.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 ~ 50) - 목록과 시>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6512
첫댓글 참 좋습니다.
'노란 꽃 피어
산수유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갔다' 로 시작되는 장석남 시인의
'돌의 새'도 참 좋지요.
돌의 새/장석남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50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