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뉴욕 지하철 환풍기 위에서 페라가모의 하얀 샌들을 신은 채, 플리츠 드레스를 날리며 각선미를 보여 주던 마릴린 몬로를 떠올려 본다. 이미 스타의 위치에 올라와 있던 몬로를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은 스크린 속에서 단순한 스타를 넘어선 하나의 전설적인 인물로 만들어 버렸다. 유쾌하고 정교한 위트와 모던한 유머로 가득찬 영화「7년 만의 외출 The Seven Year Itch」에서 마릴린 몬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의 그 낭만적인 긴장감과 같이 우리들 심장 속으로 스며들어 왔다.
건습한 더위가 몰려오는 7월의 뉴욕 맨하턴은 사람들을 참을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남자들은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을 한여름 동안 시원한 곳으로 보낸다. 물론 남자들은 더위와 싸워가며 일에 매달려야만 한다. 출판사 편집인인 리처드(Richard Sherman: 톰 이웰 분)는 부인과 아들을 피서지에 보낸 후, 오랜만에 홀가분한 몸과 마음이 되어 자유로운 생활을 하며 해방감을 맛보려 한다. 그때 불현듯 그의 마음을사로잡은 생각이 스친다. “만약 내가 바람을 피워 본다면.” 때마침 같은 아파트 2층에 환상 속에서만 그리던 아름다운 금발 미녀(마릴린 몬로 분)가 이사를 온다. 아찔해진 리처드는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자기 아파트로 초대하게 된다.
리처드에겐 선천적으로 과대 망상벽이 있다. 아가씨를 초대해 놓고 그녀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동안, 그는 혼자 간호사와 연애를 한다거나 자기 여비서와 맹렬한 사랑에 빠져 버리는 등의 황당무계한 망상에 사로잡힌다. 물론 금발 미녀와의 이상한 상상에도 탐닉하게 된다. 리처드는 긴장감이 돌지만 그러면서도 시적인 정서가 넘쳐 버릴 것만 같은 자신의 심적 상태를 마음껏 표출시키려는 듯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을 울려 퍼지게 한다. 심지어 리처드는 떠나 있는 아내(에이블린 키이스 분)의 거동에도 불안감을 느끼고 별의별 망상을 다 하게 된다. 다음날 리처드는 자기 망상의 원인을 한 의사의 연구 논문에서 찾아낸다. 그 의사는 “모든 남자는 결혼 7년째에 이르면 바람을 피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고 주장한다.
그의 망상벽은 한층 심해진다. 그가 금발 아가씨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망상의 정도가 심화된다. 예컨대, 금발 아가씨가 갑자기 TV방송에 나와 자기와 리처드와의 수상한 관계를 까발리는 등의 망상은 리처드를 완전히 녹초 상태에 놓이게 한다. 어느 날 밤 금발 미녀는 날씨가 너무 덥다고 냉방 장치가 있는 리처드의 방으로 와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나 두 사람 사이에는 아슬아슬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리처드는 망상 속에서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아내의 모습까지 보게 되고 실신 상태가 되어 버린다. 다음날, 상냥하고 친절한 아가씨의 보살핌으로 겨우 기력을 회복한 리처드. 모든 망상을 청산하고 유쾌히 아내와 아들이 있는 피서지에 합세하러 떠난다.
영화 속의 두 물줄기, 냉소적 인간관과 정신적 귀족주의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버리는 몽롱한 욕망.「7년 만의 외출」은 빌리 와일더 감독의 코믹 감각이 남김 없이 드러난 50년대 걸작 영화다. 그 전에 와일더 감독이 즐겨 다루었던 계급간 마찰 문제나 자본주의의 병폐들은 사라져 버리고, 한 남자의 성적 욕구와 환상, 남편으로서의 죄의식을 탄탄한 구성 속에서 풍자해냈다. 멋있고 좀 모자란 듯 보이는 금발 미녀 마릴린 몬로는 영화 속 캐릭터에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부합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은 이 작품을 계기로 50년대 미국 하이 코미디 영화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게 됐다.
19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와일더 감독은 빈 대학 졸업 후 신문 기자 생활을 하다가 영화에 흥미를 느껴 1929년부터 영화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유태인인 와일더는 1933년 파리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하기에 이른다. 마침내 1937년 그는 파라마운트에 각본을 팔기 시작했다. 와일더 감독의 영상 감각은 코미디, 서스펜스, 하드 보일드, 로맨틱 코미디 등 다채롭다.「7년 만의 외출」과 같이 그의 영화 속에는 크게 두 가지의 물줄기가 흐른다. 하나는 냉소적인 인간관으로 코미디를 엮어 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로맨스 속에 내재된 정신적 귀족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그레타 가르보를 능가하는 마릴린 몬로의 전설적 캐릭터 와일더 감독이 젊은 시절 유럽에서 겪었던 체험은 그의 문화 의식을 미국적이기보다는 유럽적으로 형성시켜 왔고, 그러한 성향은 단순한 코미디라도 낙천적이고 도식적인 형태로는 흐르지 않게 한다. 「7년 만의 외출」에서도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것은 주어진 상황의 뒤틀림보다는 그 상황에 직면한 인물의 내면적 갈등에 있다. 그의 영화 속에는 동시대의 다른 감독들이 보여 주지 못했던, 아니 보여 주려고 하지도 않았던 미국의 어두운 면들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풍자와 비유로써 미국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그래서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은 웃음을 유발함과 동시에 도덕적으로 심각한 국면에 처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와일더 감독의 음울한 수법과 저변에 깔린 냉소주의가 초기의 필름 누아르 시기를 거치고 난 후,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은근하면서도 교묘하게 표면의 웃음을 통해 자신의 냉소를 감추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영화「7년 만의 외출」은 이러한 와일더 감독의 후반 시기를 여는 작품이다. 매우 낭만적이면서 성적인 함의가 가득하게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빛나는 모습은 빌리 와일더 감독과 마릴린 몬로의 만남이다. 와일더의 냉소적인 코미디를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화려함 속에 감춰진 그늘’이 마릴린 몬로의 어눌한 미소에 깃들여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만남은 미국 코미디 영화의 최대 걸작「뜨거운 것이 좋아」(59년작)로 이어진다. 오픈 스포츠 셔츠와 모자가 트레이드 마크인 와일더 감독은 언제나 예의바르고 웃는 얼굴이었지만, 절대로 타협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몬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마릴린 몬로처럼 철저하게 야비한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고, 또한 화면에서 그토록 철저하게 전설적으로 된 인물도 본 적이 없다. 그 전설은 그레타 가르보를 능가한다.”
영화 "애수 : Waterloo Bridge" OST
Auld Lang Syne(올드 랭 사인) 영국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스의 가곡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never brought to mind?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days of auld lang syne?
Chorus: For auld lang syne, my dear, for auld lang syne, we'll take a cup of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We twa hae run about the braes, And pou'd the gowans fine, But we've wander'd monie a weary fit, Sin auld lang syne.
And here's a hand, my trusty friend And gie's a hand o' thine We'll tak' a cup o'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옛 친구들을 어찌 잊고 다시 생각하지 않을까? 정든 친구들 어찌 잊으며 그리운 시절 어찌 잊을까?
합창 : 지나간 그리운 시절위해 이보게, 그리운 시절위해 우리 우정의 잔을 함께 드세, 그리운 그 시절을 위하여.
우리 둘은 언덕에서 뛰놀며 예쁜 데이지 꽃을 따 모았지,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지친 발로 여기저기 헤매 다녔어 그 시절 이후 내내.
그래 악수하세 내 믿음직한 친구여 자네 손을 주게나. 우리 우정의 잔을 함께 드세 그리운 그 시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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