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권총의 시대를 연 글록 권총. 사진은 9mm 탄환을 쓰는 글록17 3세대 모델이다.
<출처 : (cc) Ken Lunde>
일반의 기대와는 달리 총기에는 수명이 있다. 보통 2~3만발을 발사하고 나면 총기는 그 생명을 다하게 된다. 결국 총기는 소비재이다. 소비재에는 다양한 분류가 있을 것이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드는 명품에서부터 기계가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산품까지 여러 계층이 존재한다. 방아쇠를 당겨 표적을 맞추는 것이 목적이라면 총의 모양이 어떠하든 재질이 어떠하든 목표된 기간 동안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공산품의 철학으로 만들어진 권총이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글록 자동권총이다.
▲ 글록 권총의 아버지 가스통 글록 <사진 : Glock GmbH>
군용삽 만들던 회사가 권총을?
글록은 개발자이자 제조사의 회장인 가스통 글록(Gaston Glock)의 성을 따온 것이다. 1929년 출생인 가스통 글록은 50대까지만 해도 총기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다. 글록은 오스트리아의 도이치-바그람 지역에 위치한 금속 및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로 1963년 설립되었다.
원래 양동이나 만들던 글록이 군용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70년으로 군용 나이프와 군용 삽, 그리고 수류탄 케이스 등을 만들었다. 플라스틱 제조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전문 업체였지만, 전통적인 총기회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글록이 총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이었다.
오스트리아 육군 대령들과 담소를 나누던 글록 사장은 오스트리아 육군이 차기 권총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려 5년간 개발이 계속됐지만 기존의 총기업체들이 군의 미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의 요구사항을 자세히 듣고 난 글록은 자기 회사가 참가해도 되겠냐고 얘기하자, 대령들은 물론 참가할 수 있지만 전통 있는 총기회사들도 성공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겠냐며 얘기를 접었다. 이런 태도에 오히려 글록은 개발의 의지를 불태웠다.
미래 권총의 기준
이후 글록은 당시 주류이던 베레타 92SB, 시그사우어 P220, CZ75는 물론이고 당시 오스트리아 육군 제식권총이던 발터 P-38을 구매하여 분해조립을 반복하면서 총기의 원리를 스스로 배워나갔다.
공학적으로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한 글록은 이후 오스트리아 특허사무소의 기록을 뒤지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최신기술이 무엇인지 연구를 거듭했다.
이제 총기의 기본과 제작의 방향을 이해한 글록은 이제 총기전문가들을 불러모아놓고 ‘미래의 권총’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자문을 구했다. 여기에서 제시된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 800그램 이하로 가벼운 무게 2. 즉시 발사가 가능하도록 외부에 안전장치가 없을 것 3. 15발 이상으로 탄창에 최대한 탄환을 넣을 수 있을 것 4. 권총 부품의 개수가 40개를 넘지 말 것 5. 방아쇠 무게(격발 압력)는 1.5 ~ 3.5 kg중 사이일 것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음) 6. 총의 두께는 30 ~ 50 mm이고, 방아쇠 두께는 10mm 정도일 것 7. 방아쇠 뭉치와 안전장치 등을 각각 모듈화 하여 총기 정비가 쉽도록 할 것 8. 2m 이상의 높이에서 어느 각도로 떨어져도 오발이 되지 않을 것 9. 총기의 재질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으로 하되 반드시 녹슬지 않도록 방청처리할 것 10. 권총 손잡이의 각도는 본능적인 조준이 가능하도록 22도 각도를 권고 11. 먼지나 흙, 눈, 얼음 등 환경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격이 가능할 것 12. 1만 발 이상 발사가 가능하며, 오발률은 1천발 당 1발 이하일 것
▲ (좌)약 18개월 간의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통하여 글록17 권총이 등장했다.<사진 : Glock GmbH> (우)글록17은 불과 40개도 되지 않는 부품으로 구성되어 정비가 매우 용이하다.<사진 : 양욱, IntelEdge Inc>
불가능에 도전한다
미래의 권총에 관한 이런 조건들을 정해준 전문가들조차도 불가능한 목표라면서 글록의 행운을 빌었다.
그러나 끈질긴 엔지니어인 글록은 정해진 조건들과 특허상의 기술들, 그리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합쳐서 시제총기를 만들어 갔다. 목표는 최대한 간단한 구조의 총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반년간 지속된 시제품 개발의 결과로 글록은 새로운 권총의 설계를 확정하고, 1981년 4월 30일 회사의 17번째 특허를 출원했다. 글록 17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 글록17을 쟁쟁한 권총들을 제치고 당당히 오스트리아 육군 제식 권총 P80으로 선정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진 : 오스트리아 국방부>
오스트리아 육군 권총 개발 경쟁에서 승리하다
총 18개월의 개발기간이 걸려 개발을 완료한 글록은 드디어 1982년 5월 19일 글록17 시제양산모델 18정을 오스트리아 육군에 제출했다.
놀랍게도 글록17은 모두 육군이 제시한 기준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육군이 요구한 내장식 안전장치 2가지를 더하고 난 이후 글록17은 P80 제식권총으로 오스트리아 육군에 채용되었으며, 초도 주문량은 2만5천 정에 이르렀다.
이는 총기업계에게 있어 일대 사건이었다. 경쟁 당시 내로라하는 자동권총들이 모두 모여 경쟁을 했다.
경쟁모델들은 독일의 헤클러&코흐가 제출한 P7M8, P7M13, 그리고 P9S였고, 스위스의 시그사우어에서는 P220과 P226 모델이 경쟁했고, 이탈리아의 베레타 92SB-F과 벨기에 FN사의 하이파워 권총이 도전했다. 자국의 지원을 받는 유명총기제조업체인 슈타이어사는 GB모델을 내세웠다.
그러나 승자는 총기개발경험이 2년도 되지 않은 초보업체 글록이었다.
인근 유럽국가들도 글록을 눈 여겨보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의 채용직후 글록은 NATO의 내구성 시험을 통과한 이후에 노르웨이와 스웨덴 군에서도 제식권총으로 지정되었다.
오랜 기간 사용해온 M1911A1 콜트 자동권총을 교체하고자 하던 미 국방부도 글록을 눈 여겨보았다. 글록17은 XM9 차기제식권총 사업에 후보로 초대되었지만, 이미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진행되고 있던 터라 사업에 낄 여지는 없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총기시장인 미국을 놓치고서는 글록 권총은 성공할 수는 없었다.
▲ (좌)FBI의 권총도 글록이 차지하고 있다. <사진 :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우)글록 권총을 쏘고 있는 왕립 캐나다 기마경찰대(RCMP) 소속 대원들
신대륙에 진출하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자동권총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마약유통이 급증하면서 갱단들은 자동화기로 무장하기 시작했고, 도심 곳곳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경찰관들의 주무장은 리볼버였다. 치열한 총격전의 와중에 6발을 발사하고 나면 재장전하기에 바빴고, 그 사이 경찰관은 범죄자에게 희생되었다. 미국 경찰에게는 자동권총이 필요로 했다.
이런 흐름을 읽은 글록은 1986년 11월 미국에 자회사(Glock Inc.)를 열었다. 미국 경찰들이 사용하는 리볼버를 모두 글록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민간총기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었다. 1세기 이전에 새뮤얼 콜트(Samuel Colt, 1814.7.19 ~ 1862, 콜트의 창립자)가 군과 경찰을 상대로 리볼버를 판촉하면서 민간총기시장을 장악하던 마케팅 방법을 글록은 그대로 써먹었다.
단순한 구조와 플라스틱 등 재료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춘 글록은 가격으로 승부를 낼 수 있었다. 당시 자동권총의 가격은 6~700달러 선이었지만 글록은 400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미적 취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외양과 플라스틱 재질 때문에 ‘총기전문가’들은 글록을 ‘장난감 권총’으로 취급했다. 특히 글록 회사가 유서 깊은 총기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고객들은 쉽게 글록 권총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플라스틱 권총’이라는 오해로 인해 몇몇 기자들은 글록이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고 통과되는 ‘테러리스트의 애용총기’라고 보도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글록은 단순히 총몸과 탄창에만 플라스틱을 채용하여 무게를 줄였을 뿐이고, 실제 총알이 발사되는 모든 부위는 금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속탐지기에 여지없이 탐지된다.
하지만 이런 오보는 되려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를 가져왔다. 글록은 ‘심각한 범죄자들이 선택하는 전문가를 위한 총’이라는 대중의 인식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곧이어 헐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글록 자동권총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글록은 총기의 주류로 바뀌었다.
▲ 미군 특수부대들 사이에서 조용히 애용되는 권총 중 하나가 바로 글록19이다.
<사진 : USASOC>
1개의 플랫폼, 다양한 모델
글록의 기본모델은 글록17이다. 9mm 파라블럼탄을 발사하는 글록 17은 4.49인치(114mm) 총열을 채용하고 있으며, 보통 탄창에 15발이 장전 가능한 대부분의 9mm 자동권총보다 2발 더 장전이 가능하다. 총몸과 탄창이 강화 합성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어 매우 가볍다.
글록이 채용한 플라스틱은 나일론6 계열의 고탄성 강화수지로 금속에 버금가는 우수한 강성을 갖는다.(물론 정확히 어떤 성분이 섞여 있는지는 글록의 영업비밀이라고 한다.) 보통 이 플라스틱 부위가 매우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힘을 주어 누르면 쑥쑥 휘어질 정도로 탄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런 탄성이 오히려 총기의 내구성을 보장한다.
글록17은 전세계 군과 경찰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권총이다. GSG9, UEI 등 유럽의 대테러부대들에서는 거의 표준화되었으며, 미국 각 지방의 경찰국에서는 어느 지역을 가든 표준 총기로 대접받는다.
미국 경찰총기 시장의 65%를 장악(2008년 자료)하고 있는 것이 글록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글록17을 개조하여 연발사격이 가능한 기관권총도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글록18이다.
글록18은 오스트리아의 ‘코브라’ 대테러부대가 소요를 제기하여 개발되었으며, 경호 및 특수작전팀에서 특수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기본모델은 수사관이나 경호원이 몸에 숨기고 다니기에는 약간 크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여 글록17의 크기를 줄인 콤팩트모델 글록19가 1988년 등장했다.
글록19는 ‘콤팩트’한 모델이지만 총열 길이가 4인치(102mm)여서 사격정확도가 높고 장탄수는 15발에 이르러 우수한 제식총기로 평가되기도 한다.
실제로 유럽 등 대부분의 대통령 경호기관에서 글록19를 채용하고 있으며, 미국 CIA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첩보기관에서도 글록19를 애용한다.
재미있게도 미국의 특수전부대들이 은밀히 애용해온 것이 바로 글록19이다. 이전까지는 델타포스, 데브그루, ISA 등이 비밀임무에서 애용하오다가, 아프간/이라크 대테러전쟁을 기점으로 글록19는 미 육군 그린베레, 레인저 등 다양한 미군 특수전 부대들이 애용하고 있다.
한편 글록을 최대한으로 잘라낸 ‘서브콤팩트’(콤팩트보다 더 작은) 권총인 글록26도 있다. 전체 길이가 겨우 160mm에 불과한 이 권총은 보통 백업용 권총, 즉 자기의 주력권총이 기능고장을 일으키는 경우 등에 대비하여 비상으로 소지하는 권총으로 사용된다.
▲ 글록은 다양한 권총탄환을 채용할 뿐만 아니라 기본형, 콤팩트형, 서브콤팩트(초소형), 사격경기용의 형태로 생산되어 무려 40여종이 생산되고 있다.
<도해 : Glock GmbH>
발전을 계속하는 글록
9mm 말고도 다른 탄환이 존재하는 것이 권총의 세계이다. 이렇게 스탠더드, 콤팩트, 서브콤팩트라는 3개의 카테고리에 맞추어 글록은 45ACP와 40S&W 등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탄환을 사용하는 권총들을 발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357SIG, 45GAP, 10mm 등 한정적인 수요를 가진 탄환을 사용하는 권총까지 만들고 있다.
글록은 그야말로 권총의 만물상이다. 이런 기종들 가운데서 40S&W을 사용하는 스탠더드 모델인 글록22와 콤팩트 모델 글록23은 FBI에서 제식 채용하여 그 명성을 떨쳤으며, 특히 글록22는 델타포스가 아프간 이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제4세대 모델이 등장하여 피카티니 레일을 채용하여 표준에 맞는 다양한 부가장비(전술조명, 레이저 등)를 장착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손 크기에 맞추어 플라스틱 총몸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등 계속 진화하고 있다.
글락!!! 좋은 총임에 틀림없습니다. 신뢰성과 휴대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제 친구도 총을 휴대할 때는 다른 것들 다 제쳐두고 글락27을 휴대하더군요. 언제든 실망시키지 않고 당기면 나가는 게 글락이라고... 실제 사격장에서 주위에 보면, 탄이나 탄피가 자꾸 걸리는 총들이 있습니다만, 글락이나 XD, XD(M)등은 그런 경우가 생기는 걸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첫댓글 글록26이라,,참 매력적인 총이었죠. 한손에 쏘옥 들어오고, 어릴때 BB탄으로 갖고 놀았는데 저도 건빵주머니에 장전해서 넣어두고는 주무기 총알이 떨어지거나 재장전할 시간이 없으면 저걸 쓰곤 했습니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디카프리오가 쓰던 총이기도 하죠?
글락!!!
좋은 총임에 틀림없습니다.
신뢰성과 휴대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제 친구도 총을 휴대할 때는 다른 것들 다 제쳐두고 글락27을 휴대하더군요.
언제든 실망시키지 않고 당기면 나가는 게 글락이라고...
실제 사격장에서 주위에 보면, 탄이나 탄피가 자꾸 걸리는 총들이 있습니다만,
글락이나 XD, XD(M)등은 그런 경우가 생기는 걸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요사이 직장 적응한다고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없었네요. 글록의 최대 장점이 휴대성과 총에 대한 신뢰가 아닌가 쉽네요.
예, 그렇죠.
제 친구 건 10년도 더 된건데, 한번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군요.
근데 정말 오랜만이시네요.
많이 궁금했었습니다.
걱정도 좀 했구요.
잘 지내시죠?
꽤 오랜 시간만의 직장생활이시라...
홧팅...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