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불던 비바람에 함박꽃이 다 시들어 버렸습니다
녀석들 쟁알거리는 소리 들리는 교실앞 화단에서
행여 머리꼭지 보일새라 키를 낮추어
살금살금...땅에 떨어진 함박꽃잎을 찾았습니다
멀리 보이는 북한산은 구름과 안개로 윤곽만 흐릿한데
그 아래에 있을 조그만 초등학교,
눔이랑 제가 다닌 초등학교가 갑자기 그리워졌습니다
진절머리나던 세월도 지나면 다 그리워지는건지
아니면 진저리를 치면서도 사실은
사랑하고 있었던 것인지...
어슴푸레한 안개에 휩싸인 북한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김영갑님의 사진작품들이 생각납니다
그분의 사진중에서도 안개에 쌓인듯 부드럽고 신비스런 풍경사진을 좋아하는데
마치 천상의 풍경을 천기누설해놓은듯한 아름다움에
가슴 콩콩이는 감동을 맛보게 됩니다
젊은 나이에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실때까지
세끼 밥보다 좋아했던 사진작업을 못하고
심신의 고통에 시달리셨던걸 생각해보면
아름다움을 보아도 그저 '야...좋다...' 정도로밖에
표현을 못하는 저같은 사람이 속편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왠지, 신의 영역에 너무 근접하면
천상의 맛을 본 대가를 치르게 되는듯한
불길한 마음이 들거든요(환타지 영화를 많이 본 부작용^^)
얼마전에 쑥을 재미삼아 뜯던곳에
노란 아기똥풀이 자욱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잉? 언제 쟤들이 쑥하고 교대를 했지?^^
그중 한눔을 꺾어 새끼 손톱에 살살 펴발랐습니다
"야~예쁘다~!^^"
어제는 상록수에 일이 많아서 일찌감치 뛰어가서 도와드렸지요
왕언니는 얼마전에 커다란 두 뒷바퀴가 달리고 짐칸도 큼직해서
장금이(언니네 몽몽이~^^)까지 싣고서 장바구니까지 수납이 거뜬한
맞춤 자전거를 주문해서는 상록수에 올때
폼나게 자랑을 하며 타고 옵니다^^
언니가 자전거에서 내리길래 얼른 뺏어타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지요
세발자전거라고 우습게 봤는데 덩치가 커서인지
꽤 힘이 들었습니다^^
워낙이 운동신경 제로인 저라서 넘어질래야 넘어질 수 가 없는
무게중심이 바닥에 딱 붙은 세발자전거를 타고서도
방향을 못 바꾸고 덜덜 떨면서 직진인생임을 온몸으로 보여줬더니
동네 주민이 차를 끌고 나오려다 제 꼴을 보곤
도루 집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동네 한바퀴 겨우 돌아오는데 상록수 청년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나타나니 반가운 함박 웃음을 보여줍니다
착한 눔이들...^^
제가 뭘 하든 사람들이 맘 턱하니 놓고 있지를 못하니
아주 웬수가 따로 없지요~? 하하^^
다예가 가끔 저를 보고 머릴 갸우뚱거리며 하는말이
"엄마는 상록수에서 일도 제일 못하고
맨날 먹을거나 얻어오고 게다가 많이 먹고~
재원이 봐달라고 부탁하고(다예 학교 가봐야하는 날에는요^^)귀찮게 구는데
언니들이 왜 챙겨주실까?
나 같으면 <꺼져~> 그럴텐데." 합니다^^
그러게요~ 저 같아도 <꺼졋~> 할것 같습니다 ㅎㅎ
비가 내리니 좀 쌀쌀해집니다
아침엔 씩씩대며 학교언덕을 오르느라 등에 땀이 솟았는데
한기가 들어서 가방에 구겨넣었던 겉옷을 꺼내 걸쳤습니다
어제 상록수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을때
상록수에 마음으로 후원을 하고계신 분이
암으로 수술을 받고 암센터에 계시다고 언니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우리는 잠시 일을 멈추고 한걸음에 달려갔는데
만나면 무슨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러나 고맙게도 너무 화사한 밝은 얼굴로 맞아주셨고
모든게 하느님의 인도하심으로
일사천리로 진단이며 수술, 입원까지 만족하게 이루어졌다고
연신 웃으시며 말씀해주셔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우리 위문단은 세련되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이렇게 금방 달려오셨냐는 말에
<여긴 우리 지역구인데 허락도 없이 수술을 하고 입원했다>면서
시비를 걸었습니다^^
별일 아닌양 환자도 우리도 하하호호 하다 왔지만
마음이 아파서 정말 하고싶은 얘기는 눈빛만으로 주고 받았습니다
기도를 해드리는 수밖에 도울것이 없는데
그것같이 큰 도움이 되는것이 또 어디있을까요
제가 아파서 누워있는데 어느분이 저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신다면
얼마나 힘이 나고 든든하겠어요
그래서 묵주반지를 돌돌 굴리며 그분 기도를 드렸습니다...
재우이눔이 전철안에서 진지한 얼굴로 저를 보더니
"미안해, 사랑해..."라고 말을 합니다
내 일찌기,이눔이가 군대 안가려고
연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안해본건 아니었으나^^
막상 듣고나니 가슴이 뭉클해져서
'그래...그간 불효한거 다 용서해주마~' 하는 맴이 몰려왔더랬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눔이가 저를 보고
" Do you wanna small face?" 합니다
뒷통수를 스치는 쌔~한 느낌에 전철 광고난을 보니
잃어버린 강아지 찾아준다는 무슨 협회에서<미안해,사랑해>를
성형외과에서 얼굴축소수술 해준다고 <쪼맨한 얼굴 원허냐~?>고 써붙여 놓았던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에구~꿈도 야무지다, 정신차려 뚱땡씨~, 자위를 하며
전철에서 내려 지각할까봐 눔이와 계단을 잽싸게 다다다다다~~~~
뛰어 올라갔습니다
눔이는 제가 뛰니 기분이 좋은지 껄껄대고
저는 눈물이 날것같기도 하고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묘한 기분에
단숨에 학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그저께 밤 꿈에 눔이 잃어버린걸 캐더린 언니가 찾아주었지요
꿈속이라도 느낌만은 너무도 생생해서
하루종일 조심하고 마음을 졸였습니다
'그래...눔이가 군대안가고 내 옆에 있는것만 해도 감사드릴일이야
감사할 줄 모르면 하느님이 재원이 안 필요한줄 아시고 다른이에게 주실지도 몰라
하느님~ 저 감사해요~ 가끔 불평할때는 제 정신이 아닐때거든요~아시죠?^^'
봄여름 구분없이 넘어가니 식구들이 지치는 모양입니다
오늘 저녁엔 뭔가 힘이 불끈~나는 음식을 해서 먹이고싶은데
아직은 생각이 안나고 곰곰 고민해보아야 겠습니다^^
동네 서점에 전화로 장영희님의 책을 주문하니 그런책이 없다고 하네요
그 서점은 세상의 모든책을 다 커버하는 책방인데 말이죠^^
<서점에 없는책은 모두 다 구해드립니다>라고 써놓고
서점에 있거나 구해다 주거나 하여간 세상의 모든책을 보여준다니
그 문구를 볼때마다 재미있어서 웃음이 납니다^^
이따가 집에가는길에 들러서 얼굴맞대고^^ 다시 주문을 해야겠습니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크니 감기 안걸리게 조심하시고
힘나는 음식도 챙겨드시고
행복한 주말 맞으시길 바랍니다~^^
영원히 행사가 계속될것 같았던 5월도 체육대회만 남기고 끝나갑니다
5월은 가장 잔인한 달/ 뭔 기념일이 그리 많은지/ 내 결혼기념일은
리스트에 끼지도 못했다/ 4월은 차라리 따뜻했다/ 다음해 5월엔 단기기억상실증이라도 걸려서/
우아하게 지내다가 / 6월에 깨어나고 싶다 ---- <황뭊이>
헤헤...
첫댓글 여기는 울를도캬캬캬 우리나라 참말 조오타.문화수준 좋아...인터넷이 쫙 깔려있는 숙소에 들었다. 한바탕 트레킹을 하고 들어와 저녁먹기전까지 잠시 쉬고 있어...물경 새벽 3시도 못되 출발하여 무지하게 졸려...특히나 울릉도 특제 멀미약을 먹은 약기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듯.....비가 조금씩 왔다갔다 하며 걷기 좋은 날씨다...바닷가 해안 산책로를 두어시간 걷고 왔다....5월의 수많은 기념일들...나도 잠깐 잊고 6월에 깨어나고 싶당.....
잘 도착했구나~ 날씨가 좋았나보다~ 부디 좋은 추억도 마니, 선물인지 나물인지도 마니마니 안고 돌아오길 바래~^^0^^
아이구 우리나라 좋은나라 맞네요^^ 날씨 험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잘 도착하셨다니 다행이에요 원영행님이 결혼 25주년 여행에도 따라가는걸 보니 필경 평생 세분이 세트메뉴가 될듯해요 우리도 나중에 다예는 떼어놔도 재우이눔은 어디든 같이갈테니^^ 두분이 누가누가 주름이 많나 서로 헤아려주면서 행복한 시간 보내고 오세요 부럽다요
흐미~ 샛노란 아기똥풀 보고잡다~ 역쉬 문패글을 읽어야 맴이 노글노글 말랑해지는갑다..난 못갔지만 느그들이라도 카타리나님 만나고와서 마음이 편하구먼. 호~재우이눔은 진짜 영어 잘이하네..문장만 보면 바로 고급영어가 나오네? 증말 군대 안 가려고 연기하는거 맞네 맞어~ㅋㅋㅋ
그정도 영어쯤이야(아들 자랑질 맞습니다요 ) 샛노란 아기똥풀 울 핵교오시믄 지천이에요 비에 젖은 하얀철쭉이 떨어질랑 말랑 수술(혹은 암술^^)에 매려 천사의 나팔같이 아래로 조롱조롱 매려 있었답니다 얼마나 예쁘던지요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따뜻하고도 감동적이 언니의 글이 있네요...맞습니다.. 동감이요.. 언니글을 읽으면 맴이 노글노글
착해지는 느낌이예요..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