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정영효
난간에 매달려 우리는 오랫동안 버티기를 한다
한 사람이 떨어질 때까지
한 사람은 선언이 될 때까지
아래쪽이 결국 당겨질 때까지
죽기 싫고 죽을 마음도 없지만
난간에 매달릴 수 있는 용기 때문에
우리는 오랫동안 말하지 않고
옆이 사라지길 바라면서 썩은 침을 삼킨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잊어버릴수록
포기를 참아야 하는 시간
얘들아 또 어디 간 거니?
어서 밥 먹어라
그런 목소리가 그리운데
그런 목소리가 들리면 멈출 것 같은데
난간은 우리를 더 밀어내고
책임은 도망가기 어렵고
한 사람이 흐릿해질 때까지
한 사람이 각오가 될 때까지
뜨거워진 공기와 여전히 싸운다
순서를 정하기는 늦었구나
거꾸로 향할 기분을 계속 망설이면
손을 놓을 용기가 부족해질 테니까
우리는 할 수 없이 난간에 매달려
오랫동안 마지막을 떠올리고
내려놓기 힘든 자리를 지키기만 한다
--------------------------------------------------------
『문학들』 2016년 봄호
카페 게시글
황봉학시인추천시
난관 / 정영효
황봉학
추천 1
조회 37
16.08.21 11:03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