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사랑은 주고 받는 것
저희 사부 돈보스코 축일을 맞아, 그분의 제자이자 살레시오 회원, 청소년 사목자로서,
지난 제 삶 안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한번 돌아봤습니다.
아무래도 혈기왕성했던 젊은 사제 시절, 상처투성이에다 오갈 곳 없던 아이들과
스물 네 시간 동고동락하던 때가 아니었던가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상처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힘든 점도 참 많았고, 부끄러운 일도 많았으며,
젊은 혈기에 아이들을 힘들게도 많이 했지만, 행복했던 순간들도 참 많았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이 녀석, 저 녀석들이 제게 다가와서 졸라댔습니다.
한 아이는 게임하러 가자. 지난 번 시합에서 끝장을 못봤으니,
오늘 담판을 지어야하지 않겠냐고 다그칩니다.
다른 한 아이는 제 팔을 붙들고 늘어지며 농구장으로 가자고 합니다.
자신의 3점슛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겠다고 아우성입니다.
다른 한 아이는 큰 고민이 하나 있는데, 자기 이야기 좀 들어주라고 졸라댑니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몸이 하나 뿐인게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우면서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돈보스코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 청소년들 가운데 있으면 행복합니다.
청소년들은 제 삶의 기쁨이요 전부입니다.
저는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청소년들을 위해 공부하며,
청소년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때 당시 청소년들 가운데 살던 저 역시 돈보스코와 똑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회의나 피정으로 한 며칠 자리를 비우면 아이들은 궁금해 죽습니다.
외국이나 출장지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그까지 아이들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대체 어디갔냐? 뭐하고 있냐? 밥이나 제때 먹고 다니냐?
여행에서 돌아오면 아이들을 제 주위를 뺑 둘러싸고 좋아서 난리가 납니다.
그 순간, 제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 그래! 사랑은 오고 가는 것, 주고 받는 것, 흘러가는 것이로구나.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먼저 아이들로부터 사랑받아야겠구나.’
‘이 사랑스런 아이들을 두고 앞으로 내가 밖으로 돌아다니면 절대 안되겠구나.
어떻게 해서든 이 아이들 사이에 현존해야겠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우나 고우나, 어떻게든 아이들 사이에 꾸준히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사랑이로구나.’
200여년전 탄생하셨던 착한 목자 돈보스코의 청소년 사랑은 참으로 각별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토리노 발도코를 떠나 로마에 한 몇 개월 체류할 때 아이들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나는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언제나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내게 있어 단 한 가지 소원은 여러분들이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행복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렇게 여러분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섭섭함이요 괴로움인지
여러분은 짐작하지 못할 것입니다.”
창립자의 축일을 성대히 기념하는 우리 모든 살레시오 회원들과
세상의 모든 부모들과 교육자들의 마음 속에도 돈보스코가 지니셨던 청소년들을 향한
그 뜨거운 사랑, 그 애틋한 사랑, 그 각별한 사랑, 그 사심 없는 순수한 사랑이
가득히 깃들길 기원합니다.
첫댓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