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교길에 구세군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땡그랑땡그랑~~^^
학교가기 바빠 어디있나 둘러보진 못하고
소리만 들으며
아..또 한해가 가는구나..
하며 학교로 향했습니다
오전중에 나가야 하는 일이 있으니 빨랑 오라는 언니 말을 듣고
눔이랑 빠이빠이를 하고 학교를 나섰습니다
전에는 불안해서 눔이를 학교에두고 나가지를 못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 내지 바쁘면 두번도 상록수에 가서 일을 돕습니다
그래봤자 왔다갔다 하느라 시간 다 보내고
일은 얼마 하지도 못하고 떠들다 오지만요^^
제가 학교를 나설때 눔이가 엄마에게 하는 인사는
" 공부 열심히 해~~!" 입니다
제가 늘 하는 소리인데
이젠 학교에서 헤어질때 하는 인삿말인줄 압니다 ㅎㅎ
이눔아~ 그건 내 대사야~ 하고
학교에서 나오면 다시 눔이 곁으로 돌아올때까지 심계항진이 일어납니다
맥박도 빨라지고 혈압도 불안정하고<-- 요건 순전히 제 느낌이라눈^^
조그만 소리에도 고개가 획~ 돌려지고
특히 "엄마!" 하는 소리가 나면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지요 ㅠㅠ
상록수에서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학교에 오니
재원이반의 덩치가 산더미같은 좀 노는 형님^^이 저한테 와서
재원이눔의 소행을 일러 바칩니다
공부시간에 자기가 여자친구한테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보여줬는데
재원이가 그걸 보고 "하트~" 하는 바람에 선생님께 들켰다나요^^
게다가 눔이 친구들이 모조리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니
재원이 눔 신이나서 "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 라고 껄껄거리는통에
하트 만든 눔이들과 함께 모조리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다고요
단체로 벌선거죠~
재원이한테 와서 친하다는 의미로 어깨를 텅텅 부딪히며
요란하게 교실을 빠져나가는 눔이들을 보니
저도 녀석들과 같은 나이였을때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괜시리 세상 걱정 다 짊어진듯한 얼굴로
밤새 책에 얼굴 파묻고
혹은 훌쩍이고 혹은 분개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세상은 아름다워...' 하며 다시 살아나고^^
녀석이 서점 앞을 지나다 "성모님!" 합니다
"어디~?" 했더니 <난설헌> 책 표지에
한복을 단아하게 입고 선 난설헌을 보고 성모님! 합니다
그렇구나...단아하고 고운 여자를 보면 성모님이라고 느끼는구나...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고...잊었던 오래된 꿈이 생각이 났습니다
누나와는 달리 고추 하나를 더 달고 나온 눔이를 처음으로 품에 안았을때
제가 남자가 아니니 남자를 기르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지요
냄펴니는 아이들을 기껏 이쁘다고 표현한다는것이
잘 노는 아이 뒤통수나 툭 쳐서 울려놓고
미안해서 쩔쩔매는 아무짝에도 (특히 육아에는^^)쓸모가 없는
오리지널 경상도 B형 아빠였지요 ㅠㅠ
그래서 일찌감치 냄펴니보다 훨 훌륭한 남자들을 멘토로 삼기 위해
그 아들이 몇살이 되면 어떤 책을 보여주고... 하면서
세상에서 똑똑하다 소리 듣는 남자들이 쓴 책들로
필독서 리스트를 만들어 육아일기에 끼워놓고
훌륭한 남자로 만들고야 말고야~~하면서 불끈거렸는데
그 리스트에 제 기억으로 열대여섯에 읽힐 책중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책을 선정한 이유는
그때쯤이면 이 책의 주인공같은 감정들을 겪겠지...하는 생각이었겠죠
저는 여자라 그런지 주인공만큼 핫한 사춘기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그 삼엄하던 시절에도 저도 집 나가본적이 있으니
남자아이들은 더 할거야 싶었습니다
훌륭히 키우리라 불끈거렸던 울 아들이 지금껏 좋아하는 책은
피터와 자전거
별 도둑
마법사 노나 할머니
하느님의 어릿광대
잭과 콩나무
피터 래빗 시리즈
혹부리 영감님
그리고 교과서 (반 친구들이 미치려고 하는 ^^) 등등 입니다
제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아들에게 권하며(중학교 졸업때까지 안보았다면 말이죠)
세상에 대해 먼저 산 어른으루다 좀 아는체도 하고
엄마는 말야~ 하면서 검증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해서는 뻥도 쳐가며
어느 긴긴 겨울 밤, 아들과 함께 밤새워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딸내미와는 너무 친해서 십여분에 한번씩 싸움이 나지요^^
그리곤 돌아서서 금새 풀려서는 학교에서 보고싶었느니
아까 삐칠때 웃겨 죽는줄 알았느니 하면서 깊은 대화로 갈 틈도 없이 걀걀대지요
아들은 듬직하니 딸과는 좀 다른, 속 깊고 어른스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거라
꿈을 꾸었던 시절이 저도 있었더랬습니다...
보여주고싶고 알게해주고싶은 세상의 아름답고 귀한것들을 대할때마다
녀석이 불쌍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고싶어 집니다
요즘 딸내미가 땡긴다는 <달달한 영화>도 보여주고 싶은데
눔이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를 봅니다
한반의 반이 입고있는 ***** 파카를 사달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울반에서 젤루 이쁜 여학생이 반색을 하며 달려와도
귀찮은 표정으로 귀를 막으며 눈까지 감아버립니다
제가 시키면 마지못해 안녕...하고 인사를 하지요(장가가기는 글렀죠ㅠㅠ)
아침부터 졸라서 받아 든 과자 한봉지로 행복해져서
얼굴에 함박꽃마냥 웃음이 피어난 녀석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슬프고 가슴아프고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어리굴젓 꺼내 밥한그릇 뚝딱 해치웠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훌쩍거렸다>또는
<속이 상해 저녁을 건너뛰었다>라고 쓸수있기를 바라지만
저는 속상하면 맛있는걸 잔뜩 먹습니다^^
위장이 가득차서 피가 소화하느라 온통 몰리면
머리가 띵~ 해져서 약간 바보같이 해피한 상태가 되는것 같거든요^^
저만 그런지도 ㅎㅎ
눔이 과자까지 뺏어먹고 저녁도 안하고 바로 하소연하러
홈에 들어왔습니다 ㅠ.ㅠ
자식을 기르면서 제일 가슴아픈건
좋은걸 주고싶어도 줄 수 가 없을때...
그건 꼭 꿈속에서 아무리 외쳐도 목소리가 되어서 나오지않는것 같은
가슴이 탁탁막히고 고약한 느낌입니다
'재원아...너랑 나이가 비슷한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말이야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었대
동생같이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어서 말이지...
재원이는 밤마다 누나를 지켜주러 마중나가고
엄마가 아주 한심한 어른이 되지 않게
가끔 화들짝 놀래켜서 감사를 잊지않도록 지켜주고 있으니
너도 호밀밭의 파수꾼이야...
책은 안 읽어도 좋아
너는 이미 파수꾼이니까...'
제가 생각에 잠겨 좀 슬픈 표정이 되었나 봅니다
눔이는 제가 심각해보이면 자기가 뭔가 잘못한게 있나
바로 자진납세에 들어갑니다
"쉿~ 조용히해요~?"
"떠들면 안돼~?"
"아이구~ 누가 그랬어요~!" 등등...
누가 이눔들이 사회성이 없다고 했나요^^
상록수홈에 배경음악으로 올려놓은 노래들이
거의 눔이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리차드 막스의
Now and forever 를 곧잘 흥얼거리는데
Now and forever~ I will be your man~
이라고 할때는 꼭 큰소리로 따라합니다
그냥 흥얼거리는 노래가사인데도 듣고있자면 가슴이 찡해져서
어떨땐 눈물이 핑... 돌지요
그래..엄마가 무디고 딴딴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지켜줘
인생이 종합선물세트라서 입에 맞는것만 고를 수 없다면
모두 다 서운하지 않게 우리 대접을 해주자
슬픔이도 고통이도 가슴아픔이도 더 이상 밀어내지 말고 말이야
그 동안 서운하게 해서
미안해...
첫댓글 <Now and forever I will be your man♬.> 포에버 예약된 나의 남자덕분에 좀더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 같지..... 오늘 아침에도 눔이의 표정을 낱낱히 살피고 혹여 오늘 기분은 어떠신가 혹여 어디 안좋으신데가 있는가 배웅해드렸다네..
질풍노도기를 지나고 있는 원영해임 덕분에 언니가 근접경호하느라 고생이 많아요 요즘엔 핸디맨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으이구 이긋아~ 왜 또 잔잔한 가슴을 후벼파는겨? 그래맞다 재원인 이미 어미의 파숫꾼이 된지 오래고 말고..글구 꿈도 야무지당.요즘 어미와 심도깊은 대화나누는 눔이 과연 얼마나 될꼬..그만하면 잘 키워준 어미에게 기쁨의 아들임세..거기에 착한 B형 냄표니와 이쁘고 똑똑한 딸꺼정 있으니..눈물도 한숨도 모두모두 안뇽하시게나~~ 알았징?^^
전에는 가슴이 굳어버려서 아무것도 느끼지못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이젠 그런 바램은 버렸지만 그래도 간간이 앙금같이 가라앉아있던 마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