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은 깊어만 간다.
열차가 창마다 별을 달고 달리고 있다.
이내 어둠속으로 긴 몸을 꿈틀거리며 사라진다.
이제 겨울이 끝났으면 좋겠다.
너무 지루하다.
겨울은 긴 터널처럼 우울하다.
손가락을 남 몰래 꼼지락거리며
숨겨두었던 빛바랜 흑백 사진을 들춰내기만 하고,
하루 종일 창가에서 햇길 트이기만 고대한다.
웃는 하늘이 그립다.
차가워서 정결해 보이던 겨울 하늘도 싫다.
겨울이 길기만 하여 꽃밭을 잊을 것만 같다.
봄을 고대한다.
떠나는 야간 열차에 이 겨울을 실어 보내고 싶다.
어부림에 봄이 오고, 여름이 와서
콧등을 간지럽히는 해풍을 마음껏 마시고 싶다.
그리고 어부림 그 푸른 숲에 옷을 벗고 벌거숭이로
일렁이는 파도를 헤치는 물고기가 되고 싶다.
모두 세상이 고해라 하여도,
그래서 언덕을 피안이라 하여도
그 언덕에 앉아 관조하는 사치를 버리고
고해를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어 퍼덕이고 싶다.
그렇게 생의 느낌으로 자극받고 싶은 밤이다.
아직은 겨울 밤일 뿐이다.
그래서 잠이 들 뿐이다.
겨울잠은 권태롭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어부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우리 모두 물고기가 되어 바다를 가른다면,
푸른바다는 장관일 것이다.
첨언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수영복은 필요할까?
어부림은 태초의 에덴인데요.
우리는 아담과 이브라지요!
아니죠.
거긴 성 구별이 없어 모두 이브 아님 아담일 겁니다.
2003. 2. 12일 올린 낙서입니다.
오늘 하늘나라로 떠나신 우리 누님의 어머님을 배웅하고,
올 겨울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긴 겨울을 겨울 잠으로 소일하면서 일상의 피곤을 절감하다가
이 세상과 별리하는 예식을 바라보며
인간이란 뭣일까 하는 의문들이 새삼스럽게 치밀어 올랐지요.
흙으로 돌아가는 육신.
한줄기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영혼.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것인지.
한번이라도 자유롭게 헤험치는 등푸른 물고기가 되고 싶었습니다.
산상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오늘처럼 의복이 거추장스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이란 바다를 유영하는
한 마리 자유로운 물고기가 되고 싶습니다.
첫댓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누님을 따뜻하게 위로해 드리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누님의 어머님? 어째 촌수가 헷갈려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왜 하필이면 등 푸른 물고기일까요? 유난히 싱싱해 보여서 일까요? 펄떡이는 등 푸른 물고기는 특별히 생명력이 강해 보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