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연중 제32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 민병섭 신부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자기관리에 엄격했습니다. 그는 깊은 명상을 통해 예지로 빛나는 시를 썼습니다. 그에게는 따르던 다섯 명의 제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자들이 그에게 “어떤 사람이 인생의 승리자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다.” 그러자 한 제자가 다시 “ 자기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타고르는 다섯 명의 제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주시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제자들에게 한 가지씩 질문했습니다. 첫째, 오늘 어떻게 지냈는가? 둘째, 오늘 어디에 갔었는가? 셋째,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 넷째, 오늘 무엇을 하였는가? 다섯째, 오늘 무엇을 잊어버렸는가? 그런 후 타고르는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자신에게 매일 이 다섯 가지를 질문하라. 이것이 자기를 이기게 하고 인생을 살리게 하는 질문이다.”
등잔과 함께 기름을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의 비유를 들려주신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항상 깨어 준비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항상 깨어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항상 깨어 있는 사람은 과거에 억매여 매일 후회와 자책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또한 미래의 걱정에 한숨만 지으며 사는 사람도 아닙니다. 깨어있는 사람이란 우리들에게 주어진 삶, 지금 이 순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삶인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과거를 만들기도 하고 또 우리의 미래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생동안 세 권의 책을 쓴다고 합니다. 첫 번째 책은 ‘과거’라는 이름의 책으로, 이 책은 이미 집필이 완료돼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두 번째 책은 ‘현재’라는 책으로, 이 책에는 지금의 나의 몸짓과 언어 하나하나가 그대로 기록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책은 ‘미래’라는 이름의 책입니다. 이들 셋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두 번째의 책입니다. 첫 번째나 세 번째는 부록에 불과합니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돌이킬 수 없으니 내 것이 아니고, 내일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으니 우리의 영역이 아닙니다. 오직 오늘만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오늘만이 내 것입니다.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10년 징역형으로 감옥에 갇히게 되지만, “하루가 중요함”을 깨닫고, 하루를 잘 보냄으로, 10년의 감옥생활을 비인간화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하루를 잘 살면, 평생을 잘 살 수 있음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하루”, “아무개의 하루”도 중요한 것입니다. 매일 매일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하루가 바로 우리의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하루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며 한 주간을 지내도록 합시다.
첫댓글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