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
딸내미는 기말고사 막바지라 친구랑 독서실에 갔습니다
하루죙일 의자에 앉아있을거면서
하얀 반바지를 칼같이 다려입고^^
무릎덮을 담요와 에어컨 바람막을 카디건과 모자꺼정 챙겨
한보따리나 되는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섭니다
샐러리를 좋아해서 졸릴때 우물거리라고 싸주었는데
생각해보니 토끼가 당근 사각거리는 소리도 독서실에선 크게 들릴것같아
괜히 싸주었나...? 싶습니다^^
우리땐 독서실 바닥 한구석에서 담요뒤집어쓰고 쪽잠을 자가며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요즘 독서실은 그러지는 않는가 봅니다
집에서 공부하면 간식도 마음대로 먹고
피곤하면 조금 눕기도하고 좋을텐데
재원이녀석이 누나가 있으면 연신 들락거리며 기웃거려서
집중이 제대로 안되니...ㅠ.ㅠ
누나가 나가는걸 보고 눔이는 아빠를 일으켜(집에선 서있거나 앉아있는적이 별로없는^^)
블레이드를 들고 호기롭게 아빠손을 이끌고 나갔습니다
저는 이때다 싶어 "재원아 아빠랑 맛있는거 먹고와~~" 하고 즘슴 땜빵을 하고
룰루랄라 컴으로 달려왔습니다
집안이 꿉꿉한듯해서 제습기를 틀었는데
애기 오줌소리같이 쪼르륵... 귀여운 소리가 납니다^^
에어컨은 전기 모자란다고 연일 난리를 치니 틀기가 손이 오그라지고
전기 덜 먹는 제습기를 틀어놓고
빨래를 널고 하늘을 봅니다
제 마음의 습기도 쪼르륵... 소리를 내며 제습이 되어서
뽀숑뽀숑 향긋한 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온갖 퀴퀴한 생각과 덜 마른 상념들과 고약한 냄새들이 솔솔~~사라지기를~~!
서러운 도라지꽃
어젠...스콜라스티카 미사가 있었지요
눔이와 한시간반을 달려 미사에 참석했는데
무엇이 맘에 안들었는지(대강 짐작은 하지만...ㅠㅠ)
영성체를 하기전부터 기분이 안좋아보이더니
제가 성체모실동안 눈깜짝할새에 다다다.....달려 들어가다가
주일학교 선생님을 밀쳐 주저앉게 만들고는
그렇게 한게 마음에 걸려 " 밀면 안돼요~~!" 를 계속 외쳐대며
펄쩍펄쩍 뛰며 나름 미안하다는 몸짓을 했는데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다른 학생이 앉아있으니
절대로 자리가 바뀌는게 용납이 안되는 이 눔, 더 난리가 나서
고약을 떨었습니다
미사중에 소란을 피우는게 죄송해서 데리고 나가려하니
미사가 안 끝났는데 밖으로 나간다는게 또 용납이 안되는 눔이가
계속 진정이 안되어 씩씩대느라 저는 간이 콩알만해졌지요...
눔이랑 실랑이를 하느라 미사포는 벗겨지고 손목은 긁히고
엄마들이 다들 도와주려 애썼는데도 힘이 장사니 에휴...ㅠ.ㅠ
겨우겨우 마음을 졸이며 미사를 마치고
눔이랑 부딪혀 의자에 주저앉으셨던 선생님께 갔습니다
너무 죄송해서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괜찮으세요...?" 하니
괜찮다고 환히 웃으십니다
이해해주셔서 고맙다고 겨우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돌아와 미사포를 오래오래 개켰습니다
사람들이 다 나가고 눔이들도 선생님따라 교리반으로 이동할동안
미사포를 접었다 펼쳤다 바쁜척하며...
사람들이 거진 다 나갔겠다 싶어 어른거리는 눈물을 꾹 참고 고개를 드니
십자고상의 예수님께서 내려다보고 계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예수님 죄송해요...일주일에 한번 드리는 미사를 엉망으로 만들어서요...'
말씀드리고 나니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흘러내렸습니다
이래저래 죄송하고 속상해서 엄마들이 아이들 교리하는 동안 기다리는 모임방에 안가고
성당 한쪽 구석에 가서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눈물어린 눈으로 보니 예쁘게 피어난 꽃들이 눈부신 햇살 아래
물에 번진 수채화처럼 흐드러져 보였습니다
그 중에 보라색 하얀색 별처럼 보이는 도라지꽃이
쪼그리고 앉은 제 눈앞에 서 있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 가만가만 제 몸을 흔들면서요...
도라지꽃이 그렇게 예쁜줄 몰랐어요
가끔씩 보긴 했지만요
연한 보라색과 하얀색 별같은 꽃잎을 보고있으니
서러움에 눈물이 계속 솟았습니다
아무도 눔이한테 "이 눔~~!" 하지 않았고
주일학교 어린 아이들조차도 조용히 아무 말도 안했건만
왜 이렇게 서러운 걸까요...?
도라지꽃이 너무 예뻐서 서러웠을까요...
바보 모.자.
며칠전 하교길에 전철을 탔습니다
한줄로 서야하니 제가 곁눈으로 눔이가 뒤에 타는걸 확인하며 들어갔는데
문이 닫히자 눔이가 안보이는거예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가슴이 쿵쿵거려서
정신을 차려야지...하며 눈을 부릅뜨고
행여나 제가 못본사이 빈 자리가 있어서 눔이가 앉았나해서
사람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폈습니다
그렇게 객차내를 다 둘러봐도 눔이가 안보이니
이제 정신이 반쯤은 나갔습니다
무얼해야하지?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하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웅얼거림이 바로 뒤꼭지에서 들리는거예요
에휴...이 눔이를 기냥~~!
재원이 녀석이 제 바로뒤에 딱 붙어서서
씽크로율 100%로 뱅글뱅글 따라 돌아서 제가 못보았던 거예요
어찌 이렇게 바보같은 엄마가 있나...제 새끼 숨결도 눈치 못채고...
승객들이 무슨 죄입니까
기럭지만 다르지 똑같이 생긴 모자가 들어오더니
엄마는 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자기들을 훑지를 않나
그런 이상한(?) 엄마뒤에 딱 붙어 뱅뱅 따라도는 녀석은 또 뭔지~~
하루에도 몇번씩 모골이 송연해질때가 있지만
요즘엔 좀 뜸했는데
수행원의 자세가 너무 흐트러질까봐
눔이가 오금을 박나 봅니다^^
내 이눔이를 집에가서 한대 콱~ 쥐어박아야지, 다짐하며
손을 꽉 쥐어잡고 집에까지 왔습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감사의 기도는 한박자 늦게 드리면서요
여름^^
7월이니 이젠 참말로 여름입니다 ㅎㅎ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로 하교길은
까르륵까르륵 웃으며 뛰어가는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으로
잠시 축제같은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빗방울도 튀어오르고 아이들도 튀어 깡총거리고
까르륵... 웃음소리도 하늘을 날아 오릅니다
메타 세콰이어 울울창창한 싱그러운 학교길을
눔이 손을 잡고 천천히 아껴가며 걷습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눔이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또 한박자 늦게
'하느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월요일 아침잔뜩 게으름을 피우던 눔이를 후다닥 등떠밀어 학교에 집어넣고 와서 차한잔 마시며 .....몸도 크고 마음도 커가는 눔이가 불끈불끈 사춘기를 지내고 있는게다...이도 곧 지나가리라. .....감사함을 자꾸만 잊어버리려해서 마음이 흩어져가려구만 하는 여름에 오늘은 감사함을 잊지말고 마음도 평화롭기를 바라며...오늘도 화이팅
눔이는 시험을 가뿐하게 치르고 집에 돌아왔는데 놀러가자던 다예가 잠들어있어서 조용조용 다녀요 다예는 오늘 시험 끝났고 재원이는 오늘 시험 시작이고 날은 덥고 피곤했는데 놀이공원 안 끌려가서 다행이다요 원영행님은 오늘도 향학열에 불타서 학교에 가셨구랴범생이 엄마에 범생이 아들이네요^^
애고 순둥이 녀석이를 뭐가 그리 화나게 했는지..오죽하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맴이 아프네 울보엄마 문패는 애꿎은 미사보는 또 왜 주물러쌓고 하긴 그런날도 있어야 재원이 맘에 안드는 세상사가 차차 이골이 나겠지... 아예 저녁밥 생각이 없더라니까 참 집에 제습기가 있어 조켔다 금사는 얼매나 되남
오늘 근사하고 푸짐한 즘슴을 묵여주느라 애썼징
자주 좀 부탁혀
그러게요재원이눔 세상사에 이골이 좀 나야할텐데...쬐금 마음놓았다간 된통 당한다니까요 상록수 식구들은 뭘해도 맛있게 잘 드셔주시니 기분이 좋아요 그렇게 오래된 일을 물어보시다니
즘슴이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우리나라도 우기같은 기후가 온다고 하는데다가 전기도 모자란다니 에어컨으로 다 감당은 못할것같고 그래서 제습기를 개비했어요^^ 얼마더라
요즘엔 기억력이 0.3초 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