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방송이 아니다 싶으면 평화방송을 보고 듣는다.
아무도 없는 무료한 시간에 만난 영화 한 편..
나태와 귀차니즘으로 영화관 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내게
이번 " 야곱신부의 편지" 는 참 반가운 영화였다.
류 신부님의 멋진 영화 해설로 거의 이해하긴 했지만
실제 화면이 무척 궁금했던 차에..
믹스에 원두까지..커피 두 잔을 들며
한 시간 십오분을 미동도 없이 관람했다.
온전히 몰입하느라 사진찍을 생각은 못했는데
후반쯤 전화가 오는 통에 폰으로 찍은 마지막 몇 장면..
눈 먼 신부님과 여자 무기수..그리고 우체부, 세 사람만이 등장하고
북유럽 핀란드의 시골마을이 무대이어선지
외로움이 묻어나는 고적한 분위기가 그런대로 좋았다.
신부님과 여인..두 사람이 자작나무 숲 하얀 등의자에 앉아
레일라가 읽어주는 편지내용울 듣는 야곱 신부님의 모습..아름다웠다.
단아한 성당..사제관..숲속의 길을 달려오는 자전거 탄 우체부..
긴 식탁을 마주한 두 사람만의 말없는 식사..
가운데로 유난히 돋보이던 십자고상과 촛대..
잊지못할 장면, 장면들이다.
편지라는 정겹고도 아날로그적인 소재로
사람사이의 치유와 소통을 이뤄가는 과정에 가슴이 저렸고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는 감동의 명화였다.
야곱 신부님의 하루는
편지를 보내오는 사람을 위한 기도로 시작한다.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보내는 답장 편지를 통해
자신은 하느님께 쓰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부님의 존재와 삶의 이유가 되기도 했으리라..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진심어린 기도를 드리던 야곱 신부님에게
어느날..무기수에서 사면받은 레일라가 찾아온다.
겉모습이 차갑고 부정적인 그녀는
우체부가 전해주는 편지꾸러미를 우물에 통째 넣거나
편지가 더이상 없다고 야곱 신부님에게 말한다.
편지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 신부님은
무기력하고 초라해져 가고
차림새도 행동도 달라졌다.
내복바람으로 돌아다니거나 맨발로 진흙을 밟고 집안에 들어오는 등..
어느날은 혼배성사가 있다며
아무도 오지않은 성당으로 달려가
혼자 주례사를 낭독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환상을 본다.
홀로 영성체를 모시고 기도하며
미사를 드리던 야곱 신부님은
성당 바닥 제대앞에 쓰러져 눕는다.
사제관을 떠나려고 마음먹은 레일라는
신부님의 약해진 모습을 보면서..닫힌 마음이 조금씩 열리며
자신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일을 찾게 된다.
조용히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던 중..
신부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된다.
바로 그녀 자신의 이야기였다.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 준 사실을 모른채 사제관에 온 이유가
신부님과 주고받은 언니와의 편지 때문이었음을...
그동안 그녀의 언니인 리사가 보내온 편지뭉치를 보고 놀란다.
신부님의 진실한 답장으로 용기를 얻은 언니 리사가
끝내 자신이 사면 받을 수 있도록 도운것을 그제야 알게된다.
이어 레일라는 어린날 삶의 이야기를
피 흘리듯 고백성사처럼 신부님께 풀어놓는다.
엄마에게 맞고 자란 그녀는 자신을 지켜주던 언니가
결혼한 형부에게 폭행당해 사는 걸 보다못해
결국 살인을 하게 되었다고...
형부를 살해한 동생을 미워하리라던 언니가
오히려 자신을 위해 애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돌같은 여인으로 보였던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어느 누가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있을까..
레일라와 언니의 진정한 소통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어느날 아침..일어난 레일라는
깨어진 찻잔과 쓰러져 있는 신부님을 발견한다.
눈이 안 보였어도 혼자 생활이 익숙했던 신부님은
더 이상 오지않는 편지로 인해
하느님께 존재 여부를 물은건 아니었는지..
지치고 쇠약해진 야곱신부님은 눈을 감는다.
한사람..거치른 여인, 레일라는 영혼의 큰 치유를 받았는데...
사제관을 떠나는 신부님의 장례차량..
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는 레일라의 모습이 쓸쓸하다...
이 글을 쓰고난 후, 류 신부님의 올리신 영화해설 1.2를 다시 읽었다.
어쩌면 그리도 섬세하고 자상하고 아름답게 쓰셨는지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예리한 시선과 사랑의 마음을 지니신 류 신부님..
감탄을 아무리 드려도 결코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직 영화를 못 보신 분은 영화보다
신부님의 해설을 읽으셔도 부족함이 없을거란 저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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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전날..
남양주 땅에 묻혀계신 친정아버님을 뵈러갔다.
오남매가 짝들과 모이니 열명에다 우리 미카엘이 추가되어 열 한명이다.
각자 집에서 두세가지 음식을 해와서 모아놓으니
왠만한 뷔페음식이다^^
개신교 가정이 세 집..카톨릭 집안이 두 집이지만
큰 아들이 개신교인이라 그쪽을 따라서 추도예배를 드렸다.
늘 그렇지만 사도신경 기도문부터 조금씩 갈라지고
찬송가도 같은 곡이지만 가사가 또 다르다.
그래도 차칸 카톨릭 신자들이 이해하고 따라가는 분위기다.
조부모때부터 부모님과 오늘모인 자식들까지 이어진..
하긴 나도 동생도 아이때부터 신교도였으니...
어떠랴! 하느님을 믿고 따름에는 별로 다름이 없으니...
추도예배를 마친후..
음식을 들고 짐을 싸서 일어서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야기라도 나누고 헤어져야 하는데..
제부의 제의로 가는길에 들린 까페..더원 플렉스 째즈클럽
우리나이 연배들이 잘 아는 쟈니부라더스의 김준이 운영하는 곳이다.
째즈 박물관이라해도 괜찮을만큼
재즈 자료와 뮤지션들 사진도 즐비하고
실내장식도 소품들도 근사하다.
첫댓글 와.....네 귀여워요...그리고 글도.......감동감동
뉘신가?^^ 영 못보나 했는데 흔적을 보니 넘 방갑네~~
요즘 학교가 바쁠때라 이해는 하면서도..두물머리 미사한번 못 가준게 마이 찔렸다오.
삐친거 아니지요?..올해도 거반 다 가는데 얼굴좀 봅시다 교수님..^^
아침부터 감동어린 영화한편그리고 분위기좋은 찻집에 앉아 차한잔까지 마시고...
일어날라카는데 어린채오양이 함빡 웃음을 주네요...
어느새 그리 컸데요
이쁘게 파마까지 하고서
들어서는데 왠 아줌마?하고 깜딱 놀랬다는거 아니야^^
그러면서 살살 보니 그런대로 귀엽대?..암튼 딸내미 하나갖고들 논다니께~
요즘은 모션써가며 이가탄노래 따라하는데 죽여준다네..이거 돈내야 하는 분위기 같구먼 ㅎㅎㅎ
아...그 영화 평화방송에서 하나봐요 신부님 리뷰보고나서 다시 보고싶었는데 못 보았어요^^ 김준씨가 그곳에 있었군요, 오래 안보이면 혹시 하는 마음이 들잖아요 턱수염이 여전한 모습에 세월이 더해졌겠죠 애기들은 파마해놓으면 인형같아요 재식도령은 산소에서 눈물바람이었나봐요 구...다정도 병인양하여 입니다요 요즘 하두 시간을 못내서 상록수 가볼틈이 없네요, 이번주는 가보려나 했는데 내일까지 재원이눔 시험이라 마치고 점심먹이고 상록수에가면 2시가 넘으니
가을 나들이 잘 하셨네요, 오남매가 정을 나누는 모습이 흐뭇해요
태오가 참말 귀여워요
재원이 중간고사 내일이면 끝나는구나~ 자주보다 못보니까 눈이 다 짓물렀네(늙은이 눈이야 늘 그렇지만^^)토욜날 많이 피곤해보여 안쓰러워서리 시험끝나면 오란 소리도 몬했다..ㅠㅠ
그래도 안 피곤허면 오게나^^ 이번주는 봉사자가 적어 일감이 많다네~ ㅎㅎ
재원이밥은 남겨놓을테니 와도좋고 못와도 할수없고..ㅋㅋ(원영엄니 밥 기대만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