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221번째 시낭송회는 최근 『날아라 캥거루』(문화의전당, 2016)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한 박숙경 시인을 초대합니다.
박숙경 시인은 영남대학교 사회교육원 문예창작반에서 이기철 시인의 지도를 받았고, 시하늘에서 오랜 시 학습을 통해 시를 숙성시켜 왔습니다. 그 결과 2015년 계간 동리목월 신인상을 받았고 2016년 드디어 첫 시집을 출간하게 된 것입니다.
오래 숙성시켜 발표한 시집인 만큼 박숙경 시인은 시의 깊이가 신인의 수준을 뛰어 넘는 수준이고 첫 시집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도 무척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시하늘 가을호를 펴내는 9월 1일에 박숙경 시인과 함께 하게 되어 그 기쁨이 두 배인 것 같습니다.
귀한 발걸음 함께 하셔서 박숙경 시인의 발랄하고 신선한 시편들과 함께 지독한 폭염을 무사히 건너 와 드디어 가을 앞에 서 있음을 마음껏 즐기는 시간 되었으면 합니다.
-일시 : 2016년 9월 1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 남구 남구청소년창작센터 창공홀(경북여상 정문 앞)
(대구 남구 중앙대로 45길 53)/053-664-3100
-회비 : 없음
-시인의 시집은 공연 전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제공 : 시하늘 가을호, 시낭송용 작은 시집
-박숙경 시인의 시세계는 본인이 직접 함
-음악 : 소리 ; 홍준표/고수 ; 김세진 - 홍보가 중 박 타는 대목과 민요 연곡
-연락처 : 찬솔 010-9358-5594/김양미 010-2824-8346/곽도경010-5535-3830
*박숙경 시인 약력
-경북 군위 출생
-2015년 계간 동리목월 신인상
-2016년 대구문화재단 문화예술진흥사업 지원금 수혜
-2016년 -시집 『날아라 캥거루』출간
-현 시하늘 편집운영위원
어떤 몰두
-박숙경
사는 게 그렇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알을 낳아 품는다는 건
늘 위태로운 일이다
천적들의 눈동자는 감시카메라처럼 돌아가는데
목숨을 담보로
순간을 몰두한다
세상은 그렇다
혼자여야 하는 일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껍데기를 깨고 둥글게 말았던 등을 펼치며 꼼지락거리는
경이로움에 시선이 꽂힌다
눈을 뜰 수도
자유로울 수도 없는 숲의 세상에선
보이지 않아 느낄 수 있음이 그들만의 미덕이다
四季와 모성본능은 여전히 흐르고
뜨거운 목숨은
몇몇 날의 새벽을 밀쳐내고 폭풍처럼 자란다
바람도 햇살도 부풀려 키우는 둥지 속의
저, 몰두
행복한 일
-박숙경
소인국의 소인이 찍힌 채송화 엽서와 원추천인국의 노오란
편지로 철길이 완성된 걸 깨달았을 때, 수만 리에서도 푸르른
하늘이, 그 하늘을 걷는 뭉게구름의 발자국이, 뭉게구름 옆에
앉은 바람이, 잠시 머물렀다 사라진 바람의 행방이, 햇살의 꽁
무니만 쫒는 해바라기에게 너도 눈부실 때가 있느냐고 말 걸어
보고 싶을 때
그러다, 그러다가
소나기 한줄기 후드기는 일
짧은 소나기 뒤에 남은 흙냄새의 여운이
빈 화분에 아무 말 없이 흰 봉숭아꽃 피웠을 때 아무 일 없었
다는 게 아니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아질 때
오른쪽이 뜯겨진 채로 뒤뚱거리며 초록의 풍경이 되어주려
는 노랑나비 갈비뼈의 무늬가 생각날 때
오래된 시집을 읽다가 네잎크로버와 눈 마주쳤을 때
우연과 필연의 행간이 고요히 읽혀질 때
사북에서
-박숙경
눈물조차 깜깜해서
생각 또한 먹먹하고 어둑해서
평범의 순간도 그저 낯선 것이어서
잠시라는 말이 영원이라는 말이 되기도 해서
사북 중앙로, 점이 되지 못한 평행선 그 밤거리에 서면 모조리 다 그런 것이어서
충만한 교회 십자가 불빛은 밤이 자라날수록 충만하게 반짝거리는 것이어서
사방은 언제나 북쪽이었던 것이어서
저당 잡힌 손목이 모여 다시 누군가의 저린 발목을 저당 잡고 마는 곳이어서
숨 쉬는 모든 것들이 복불복이어서
찰나의 침묵이 행인의 처진 어깨 위에 내려앉는 전당포 불빛 앞에선
낙엽마저 본전 생각으로 뜨겁게 뒹굴어
더 뜨거워지는 생의 눈시울이어서
저당 잡힌 땅
탕진이라는 우울한 명사가 둥둥 떠다니는 사북의 밤 하늘
하현으로 걷는 달빛의 저, 절룩이는 발걸음
어두운 강물을 거슬러 새벽은 다가서는 것이어서
겨우살이
-박숙경
여기까지 왔습니다
겨우 살아냈다고 말하고 싶은데 꾸욱 참습니다
보증금은 맡겼는지 월세는 주었는지 가물거립니다
사는 게 죄라고 말해버린 누군가가 있었군요
나도, 당신도 죄목은 같습니다
무단침입 죄, 내가 알 바는 아니라며
은근슬쩍 엉덩이부터 디밀어 봅니다
창백해진 낮달 잠시 걸터앉았다 갈 뿐
그 사이 한티재 한 바퀴 돌아온 높바람이
혓바닥 쏘옥 내밀고는 꽁지 빠지게 달아납니다
친구라고는 적막뿐입니다
올겨울, 주머니 두둑해야 곁방살이 면할 터인데
얼굴에 녹슨 철판 다시 한 번 덮어쓰고
눈물 같은 것 추방해버린 지 오래라고 짐짓 우기며
이 겨울, 겨우 또 살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삭풍과 삭풍 사이, 잴 수 없는
내 아둔한 요량으로는 억만 광년쯤이나 될 듯합니다
내 마음의 여기에서 그 마음의 거기까지가
날아라 캥거루
-박숙경
여기는 모리셋파크가 아니에요
지금은 푸른 겨울, 스토브리그
얼마 전 小雪 바람이 지나갔어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나만의 서식처 이코노미클래스에서 환한 독립을 꿈꾸는 이미 슬픈 자화상
나는 캥거루
무엇을 물었어라고 물으면
그저 캥거루
곧 비지니스클래스 쪽으로 건너뛸 거에요
아무에게도 아무 말 할 수 없을 때
목을 조여오는 시간의 불편함과
그 막막한 갈증을 아시나요
어둠이 짙어질수록 기울어진 오른쪽 어깨의 통증은 더하겠지만 그때마다 모리셋파크를 생각할 거에요
날카로운 말의 화살에 꽂힌 살갗은 염려하지 말아요
맑은 눈물방울로 나를 견뎌낼 것이며
시나브로, 시간에 바쳐진 청춘을 건져낼 거에요
얼마의 너머를 건너다 보면
가까운 훗날이 눈부시게 다가서겠죠
오늘을 어제로 부치고 나면 새로운 월요일이 특급 배송될 것이므로
새처럼 후드득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직은 넓고 평온한 모리셋파크가 아니에요
자작나무 숲에 들다
-박숙경
상상의 계절을 건너
숨 가쁜 시간을 걸으면
발가락보다 가슴이 더 시렸다
수직으로 선 침묵과 적막 사이엔
오래토록 꿈꾼 겹겹의 영원
날 끝 무뎌진 바람의 손바닥에
사랑은 하얗게 태우는 것이라고 까맣게 적었다
이곳은 바람의 영토
은유는 없었다
오로지 나란한 직유뿐
옹이의 숫자만큼 키가 자라면
그만큼의 자리를 내어주는 허공
그림자마저 창백하게 질려가는
둥근 해거름이 오기 전
나는 떠나야 할 것이므로
드문드문한 오리나무와 물박달나무의 간절한 두 손 모음을 새기며
별이 움트고 달이 돋아나올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순백의 평화
순백의 위안
순백의 작별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바람의 심장 소리가 따뜻했다
맛있는 말
-박숙경
금빛 햇살과 마주친 오전의 이미가 곱다는 말
수평선이 약하게 떨리면 파도의 덩치가 커진다는 말
찬바람이 나면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 맛있어진다는 말
굴뚝 연기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이들이 지붕 아
래 잠들려고 모여드는 저녁이기 때문이라는 말
새들이 높은 가지 끝에 집을 둔 것은 허공이 지붕이고 달빛이
이불이기 때문이라는 말
그래서,
별 탈 없이 하루를 마무리 짓는 일이 행복이라는 말
그
말
별을 만지는 방법
-박숙경
별을 만져보고 싶었다
먼저 옥상 딸린 집을 구해야 했고
옥상에서 별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줄자가 필요했고
별을 당길 수 있는 천체망원경이 필요했다
별까지의 거리는 그믐밤처럼 깊어서
이쪽과 저쪽에서 줄자의 양 끝을 들고
당신과 내가 허공을 맴돌다가
가끔 바람에 흔들려 중심이 무너지기도 했다
차츰 별을 만지는 방법에 꾀가 늘어나면
아주 오래된 별자리를 그려보기도 했다
절망이 희망을 낳던 밤
그리운 별을 만지는 방법은 꿈속에 있었다
봄비가 내렸다
별빛이 꺼지자 시선의 행방도 사라졌다
왜목에서
-박숙경
일몰을 놓쳐버렸습니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프다는 말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나만의 보호색에 옷깃을 비벼대다가
한참을 맴돌았습니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었습니다
우는 법을 지웠는데도 눈물이 났습니다
나는 법을 잊어버렸는데도
더듬더듬 기억의 날개를 꺼내야만 했습니다
왜목에서
섬과 불빛과 쪽배를 기다리는 일
기적 같은 축복이었습니다
부석사에서
-박숙경
은행나무 길, 당간지주 옆에서 부석이라 내뱉으면 이른 점심
공양 자반고등어 냄새가 푸석거리며 빠져나가고 다시 부석사
라 말하면 예배당 첨탑의 빨강이 길옆 마을을 완성시켜준다고
쫑알거렸던 몇 시간 전의 그 말이 바람처럼 싸아-하게 빠져나
간다
오래된 시간이 드나드는 틈을 향하여 무량하게 아름답다라
는 감탄사의 손목을 잡고 백팔 계단을 올라 사무치는 공중부양
앞에 서서 사랑이라는 명사를 내려놓으면 이미 천만 년 전 아득
한 극락정토, 화엄의 세계
소백 능선보다 더 겹겹인 사랑 앞에
수국의 수런거림과 청동의 풍경이 빚어내는 바람의 향기,
그 닿을 수 없는 겸손
목메도록 붙잡고 싶은 하루의 허리춤이
저녁 강물에 석양빛으로 번질 때면
또 하루의 절반 이상을 참았고 남은 하루의 절반 이하를 견뎌
야 한다고
출렁거리는 마음을 토닥거리게 되는 저 돌 위에 뜬 부석사
첫댓글
시하늘 운영자이신 박숙경 시인의 첫시집 발간을 다시 축하하며
뜻있는 시하늘 시 낭송회 되기를 기대합니다 !
늘 고맙습니다.^*^
수고많으셨어요
별을 만지는 방법은
김지선낭송가님께서 하시기로 했어요.
첫 시집 발간을
마음 가득 축하드립니다
이 아침에 장미향이 ...
고맙습니다.^*^
가을 앞에 더 있음을 -->가을 앞에 서 있음을
이 아닌지요?
그러네요.^^
겨우살이 찜합니다~
고마버요^*^
박숙경 선생님 첫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왜목에서' 읽어 보겠습니다.^^
바쁘실텐데도 불구하고
낭독까지해주신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자작나무 숲에 들다 / 이경자님(재능시낭송회원) 낭독 신청했습니다 ^^
고맙습니다.^*^
부석사에서 / 신정숙님 (재능시낭송회원)낭독 신청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시하늘낭송회축하합니다~^^
'날아라 캥거루'
읽어보게요
고맙습니다^*^
(낭송하실 분)
1.어떤 몰두ㅡ뚜버기 박종천님
2.행복한 일ㅡ박숙경시인
3.사북에서ㅡ조우숙님
4.겨우살이ㅡ글라디 이영희님
5.날아라 캥거루ㅡ후광 배경자님
6.자작나무 숲에 들다 ㅡ이경자재능시낭송회원님
7.맛있는 말ㅡ곽도경시인
8.별을 만지는 방법 ㅡ김지선재능시낭송총무님
9.왜목에서ㅡ오지현재능시낭송회장님
10.부석사에서ㅡ신정숙 재능시낭송회원님
자꾸 축하드립미대이~저는 "어떤 몰두"를 찜합니다^^
쪼메만 축하하믄 되는데
자꾸 한다카이 우짜든동
고맙습미데이.^*^
첫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 사북에서 낭송하겠습니다♡
반가운 얼굴...
고마워요^*^
맛있는 말-여는 시로 할게요.
네
이쁜 목소리 잘 들을게요
글고, 소리하는 사람과 고수 이름 확인해주셔요
넵,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나 남은 '행복한 일'은
제 순서 첫 머리에
제가 낭독하겠습니다.
@박숙경 오우~좋아요.^&^
엄청 많이 축하드려유^^!!!^^
감사합니다^*^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놀러오셔요^*^
갈 수는 없을 것 같고 성황리에
이루어지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낭송회가 기대됩니다.
축하, 축하하며 큰 시인 되십시오!!!!!!!!!!!!!!!!!!!!!!!!!!!!!!!!!!!!1
감사합니다.^*^
구월 첫날 첫 시집 낭송회 뜻 깊고 아름다운 시간 축복합니다.
못가서 너무 안타깝고 죄송스럽습니다.
맑은바람이 대구쪽으로 한번
불어줘야되는디...
축복의 말
고마워요^*^
내일이네요
제 시간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치는데로 곧장 가겠습니다
거듭 축하드립니다
오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