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동두천 동안간 경원선 복선전철이 15일 개통되면서 역세권을 중심으로 주변지역 아파트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 출퇴근이 쉬워진 역세권 아파트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교통여건 크게 개선
상습적인 교통 정체를 겪어온 의정부ㆍ양주ㆍ동두천은 경원선 복선전철 개통 이후 서울 진입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동두천시 소요산에서 서울 종로까지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복선전철 개통으로 근거리 생활권의 면모를 갖출 뿐 아니라 교통 흐름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경원선 전철은 의정부~소요산 24.3km(동안~소요산 2.5km 단선) 총 10개 구간으로, 이 중 녹양ㆍ덕계ㆍ지행ㆍ보산역 등 4개역이 새로 생겼다. 기존의 의정부북부역은 ‘가능역’, 동두천역은 ‘동두천중앙역’, 동안역은 ‘동두천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덕계역은 토지보상 문제로 공사가 지연돼 내년 10월께 문을 열 계획이다.
전철은 의정부역에서 동두천역까지는 복선으로, 동두천역에서 소요산역까지는 단선으로 운행된다. 단선인 일반 철도가 복선 전철로 바뀌면서 운행 횟수도 동두천역까지 하루 138회, 동두천~소요산 구간은 70회로 늘어난다. 배차 간격도 출퇴근 시간대는 8~12분, 나머지 시간대는 14~24분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의정부 등 수도권 동북부지역은 쾌적한 자연 환경과 서울과의 지리적 근접성에도 불구하고 교통 여건이 좋지 않아 ‘무늬만 수도권’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전철 개통으로 경원선 주변지역 부동산에도 햇볕이 내리쬘 것 같다”고 말했다.
역세권 아파트값 오름세 뚜렷
경원선 복선전철 개통 호재로 의정부 녹양동과 양주 덕정동 등 전철 인근 지역 아파트값이 꿈틀대고 있다.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서 역세권 단지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 아예 끊기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의정부 녹양역세권 아파트인 현대홈타운 32평형은 최근 한 달 새 3000만원 가량 올라 2억3000만~2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42평형도 3억6000만원선으로 지난 9월 입주 초기 때보다 4000만~5000만원 올랐다. 녹양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현대아파트 32평형도 한 달 전보다 2000만원 가량 올라 1억5000만~1억7000만원선이다. 녹양동 현대홈타운공인 박혜경 실장은 “추석 이후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아파트값이 최근엔 경원선 복선전철 개통 호재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양주 덕정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양주시 덕정동 주공4단지도 전철 개통으로 호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33평형이 1억8000만~2억1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2000만~3000만원 올랐다. 덕정동 우리공인 김영신 실장은 “수요는 꾸준하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는 한산한 편”이라며 “당분간 이같은 매물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10월 개통하는 양주 덕계역 주변 아파트 값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덕계역이 걸어서 10분 가량 걸리는 양주시 덕계동 양주푸르지오 33평형은 두 달 전보다 2000만~4000만원 올라 2억3000만~2억4000만원선이다.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최고 7000만원 가량 뛴 것이다. 덕계동 박사공인 김천희 사장은 “수도권의 다른 지역은 11.15 부동산대책으로 가격 조정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이곳은 전철 개통 호재로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제자리를 걷던 동두천 아파트값도 오름세다. 지행역이 도보로 5~7분 거리인 지행동 현진에버빌 35평형은 지난달 초보다 2000만~3000만원 올라 2억원을 호가한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매매값이 분양가 수준(1억6500만원)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몇 개월 새 가격이 급등한 셈이다.
전셋값도 꿈틀
전셋값도 오름세다. 전세 물건이 부족한 가운데 서울에 직장을 가진 젊은 부부들의 전세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철 개통과 겨울방학 수요까지 몰려 한 달 새 전셋값이 1000만원 이상 뛴 단지도 적지 않다. 의정부 녹양동 현대홈타운 32평형은 1억원선으로, 한 달 전보다 1000만~1500만원 올랐다. 양주 덕정동 주공4단지 33평형도 6500만~7000만원으로 2개월 전보다 1000만원 가량 올랐다. 의정부 녹양동 대영공인 관계자는 “교통여건이 좋아지면서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당분간 가격 오름세는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 예정 아파트 등 관심 가질 만
미분양 물량도 대부분 해소됐다. 동두천시 지행역 주변 송내신도시의 경우 추석 이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미분양에 따른 공실률(전체 아파트 가구 수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달했으나 지금은 10%대로 낮아졌다. 동두천시 송내동 한 공인중개사는 “올 가을 전세난에 이어 최근에는 경원선 개통 재료 때문에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업체들도 교통 여건이 나아지면 주거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아파트 분양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내년 경원선 복선 전철 주변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8개 단지, 3671가구에 달한다. 신도종합건설은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에서 58~100평형 90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양주시 고읍지구에서는 호반건설산업이 432가구를 내놓는다. 한양도 고읍지구에서 내년 10월께 1836가구를 선보인다.
중흥건설은 내년 하반기에 양주 덕정2지구에서 314가구 공급할 예정이다. 동두천시 지행동에서는 일신건영이 3월께 동두천휴먼빌 274가구 분양한다. 부동산개발ㆍ분양대행업체인 우영D&C 조우형 사장은 “전철 개통 호재 때문에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기보다는 저평가된 분양권이나 신규 분양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건설업체들이 전철 개통 호재를 등에 업고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분양가 수준과 입지 여건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의할 점은?
역세권 프리미엄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전철 개통은 주변지역 부동산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역세권 부동산이라고 해서 모두 프리미엄(웃돈)이 높게 붙는 건 아니다. 같은 지하철 노선이라도 역세권 주변 환경 등 입지 여건에 따라 그 가치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신흥 개발지역은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상당기간 고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역세권 가운데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대단지를 우선 고려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철 노선 인근에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매입할 경우 지상철 구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상철 노선과 너무 가까운 곳에 투자했다가 소음 때문에 예상한 만큼의 수익을 못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통 기대감으로 역세권 주변 지역 부동산값이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곳도 많은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