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한국 교회는 교회일치를 부르짖는 에큐메니칼 운동과 종교다원주의 문제로 심한 몸살을 잃고 있다. 한국 최대의 교단인 한국 장로교회가 1959년 WCC(세계교회협의회) 가입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하다 합동, 통합교단으로 분열,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자유주의신학과 종교다원종교를 수용하고, 세계단일교회를 구성하려는 것과 로마가톨릭교회와의 일치를 추구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지난 8월 말 WCC 총회가 부산으로 확정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NCCK와 교계 일각에서는 총회 유치 감사예배와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크게 반겼다. 한국 WCC에 속한 교단에서는 지난 1961년 인도 뉴델리의 3차 총회 이후 아시아에서는 56년 만에 열리는 총회에 대해 한국 기독교사에 큰 획을 긋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CCK(한국기독교총연합회)을 중심으로 한 일부교단에서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며 WEA(세계복음연맹)의 한국 총회 유치를 준비키로 하는 등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다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보수교단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WCC의 발자취를 돌아보기로 한다.
WCC, 어떤 단체인가?
현대판 자유주의신학인 종교다원주의는 자유주의 기독교와 에큐메니칼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탈구조주의, 상대주의, 혼합주의, 민족문화, 종교의주체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 성향과 맞물려 폭넓게 파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에큐메니칼’은 헬라어 ‘오이쿠메네(οικουμεν)’ 에서 유래한 단어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온 세상'이라는 뜻이다. 흔히 기독교와 가톨릭, 기독교내의 일치를 지향하는 교회 운동의 하나로 오이쿠메네는 제네바에 있는 “세계 기독교회 협의회”(WCC)를 중심으로 각 나라의 교회 협의회(NCC)나 연합단체의 프로젝트나, 발전을 위한 협력관계를 도모하며 종교다원화를 인정하고 다원 속에서 사회구원을 실현한다는 진보 단체이다. 윌리엄 템플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이 언급된 이래 지금까지 국가, 교파, 교리의 차이를 초월하여 사회, 문화, 환경 등 지구의 전 영역에 걸쳐 활동을 벌이고 있다. WCC는 세계 110개국에서 장로교, 감리교, 루터교, 성공회, 정교회 등 349개 교단, 5억 8,000만 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 기독교 단체로 7년마다 국가를 달리하며 총회를 열고 있다. 일부에서는 종교다원주의 출발은 기독교내에서의 자기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본다. 기독교만의 부활과 영생, 구원을 벗어나 모든 종교에도 구원이 있고,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가진 종교로 보고 종교의 통합을 이루는데 WCC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주장한다. WCC가 유일구원이라는 기독교에서 벗어나 기독교도 다른 타종교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보고 교회연합과 종교일치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각 교파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로마가톨릭, 심지어 이방종교들과도 사상적 조화와 일치를 시도하여 마침내 모든 종교의 하나 됨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WCC가 샤머니즘도 기독교와 같은 하나의 종교로 받아들이고 이방종교와 혼재되어 있는 로마가톨릭과의 교통과 교제를 사회구원과 같은 논리로 인식하고 함께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WCC의 신학적 주장은 모든 종교는 동일하므로 어느 종교에서든지 절대자에게 이를 수 있고, 이는 보편적인 길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WCC의 선교사업이란 복음에 의한 영혼구원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회복지 증진과 정치의 민주주의 구현 등에 있다는 것이다. 또 WCC는 '어느 누구도 성이나 인종, 신념, 피부색, 성직 안수에 있어서의 성차별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동성연애자들을 교회에서 수용할 것을 주장하며 게이나 레즈비언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수측에서는 WCC가 무속종교들과 뉴에이지 운동에 이어 무당의 춤을 성령의 역사로 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WCC의 선교는 사역 방향이나 개념, 목적에 있어서 기독교의 복음을 위한 선교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WCC 주된 역사를 살펴보자.
WCC가 탄생하기 전까지 세계 선교는 성경에 기록된 말씀에 의지하고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복음사역을 중심하였던 반면에 에큐메니칼 운동은 초자연적 현상과 우주만물, 창조세계, 생명공동체, 사회윤리, 공동선교, 지구촌문제 등을 폭넓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48년 암스테르담 총회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WCC는 1968년 웁살라 총회 때부터는 개 교회와 지역교회의 보편성을 인류의 보편성과 연관시키고 사회참여와 사회정의 실현을 선교과제로 삼았다. 1975년 제4차 나이로비 총회에서 타종교와의 대화를 부르짖으며 종교혼합주의 경향을 나타내더니 1983년 뱅쿠버 총회에서는 개 교회와 보편교회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다루어 WCC와 같은 단체를 보편교회로 인식하는 교회관을 표방했다.
이때 총회 지도자들은 힌두교, 불교, 유태교, 이슬람교, 시크교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각 종교와 교류를 갖고 “우리는 우리가 증거 하는 예수의 탄생, 생애, 죽음, 부활의 독특성을 주장하는 한편, 다른 신앙인들의 종교적 진리 추구에도 하나님의 창조적 사역이 있음”을 인정했다. 1990년 캔버라 총회를 준비한 괄라룸플 대회 때는 “성령께서 교회와 인류사회, 나아가서는 모든 생명체들과 우주 만물에 내재해 계신다”고 선언했으며, 성령을 '창조되지 않은 에너지'로 규정했다. 또 1991년 캔버라총회에서는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의 대표자들을 초청, 그들과 함께 대화하며 종교다원화를 통한 사회구원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 총회에서 한국의 정현경 박사(현 유니온 신학대 교수)는 예수께서 탄생할 때에 헤롯의 군사들에 의해 살해당한 남자 아이들의 영, 잔다르크의 영, 마녀사냥으로 말미암아 불타 죽은 중세기 여인들의 영, 십자군 전쟁 때 희생된 사람들의 영, 기독교가 식민지주의 시대와 이교도 세계에 대한 우월의식을 지니고서 선교하던 시대에 학살된 토착민들의 영 등 죽은 영들을 차례로 불러들여 위로하고 기도하는 초혼제를 올렸다. 당시 WCC에서는 이 모임을 ‘20세기의 오순절 사건’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WCC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보수측이 WCC 총회를 결코 달갑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56년만의 아시아에서 개최라고 하지만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이 단체의 운동이 확산되면 될수록 교인들은 분별력을 잃어갈 것이고 교회는 혼란에 더욱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리란 불변하는 것으로 진리에 대해 한번 양보하면 그 양보는 치유될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위에 열거된 문제들만 보아도 일부에서 일고 있는 WCC에 대한 우려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 교회는 분별력을 위한 영적 무장이 절대적임을 알고 복음을 사수하고 증거하는 일이 절대적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시대적, 영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때마다 믿음을 소유하고 증거하는 자로써 하나님의 말씀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삶이 필요하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랑하는 자들아 영들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시험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니라(요일 4:1)”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