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오늘의 풍경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나를 보듬고 있는 나의 세계를 나는 풍경이라 일컫는다.
창 밖으로 눈을 돌리면
햇살을 삼켜버린 자욱한 안개 속으로.
흐릿한 몸체로 꿈틀거리며 다가서는 물줄기,
강물 따라 가을이 물씬 물든 풀밭은 쓸쓸한 적막이 흐르고 있다.
가을이 흘러가는 건가,
적막처럼 내 인생이 떠내려가는 건가.
가을 강물이 바다로 밀려가는 동안
움츠린 나의 가슴은 날개만을 집착한다.
날아야 한다.
푸른 창공을 날기 위해 오늘은 무엇을 할까.
아니, 무슨 생각으로 지탱하며 겨드랑이의 날개를 키워야 하나.
하루 하루를 음모 속에 보내며
실뭉치에서 실을 풀어내듯 사념조각들을 끄집어낸다.
편린처럼 스치는 생각들로 잡동사니를 모으듯 구차하게 꿈을 꾸게 하지만
가을은 속살을 태워가며 익어가고 있다.
산다는 것이 그렇다.
앞날은 꿈길이고 지나온 여정만이 과거라는 기억을 남긴다.
어쩌면 지나간 것들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숙명은 아닐지.
자의든 타의든 세월 속에서 나름대로 분주하게 살아가며,
그렇게 살아가며 남겨진 유산이 지나온 발자취 뿐이고......
흘러보낸 흩어진 발자국을 줍고 또 줍고.
좋든 싫든 가진 게 나의 족적 뿐이니
나는 나의 과거에서 조명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나온 세월이 회한으로 눈물젖게 하는 것이든
자랑스럽게 가슴을 벌릴 자부심이든 모두 내 자신이 소유한 재산이다.
가을이 농익는 강가에서
하릴없이 무엇으로 날개짓을 할 것인가 궁리해 본다.
가슴이 온통 붉게 단풍이 든다.
타고, 또 타면 무엇이 남을고........
첫댓글 무심하게 산속을 걷는다. 어제부로 20개의 샘터를 발견했다. 냉골. 범골. 빨래골 팻말을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칼바위능선. 보국 대동문으로 오르는 지능선을 골고루 즐기며 마당바위마다 숨을 고르고... .상냥한 가을햇살이 곱게 물든 단풍잎을 눈부시게 덧칠한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산에 가시면 도토리, 상수리라도 베냥에 가득 담아 내려오세요. 올라간 보람이 있어야지..... 예전 실업사태가 심각할 때 낚시를 하면 반찬 걱정이라도 덜어 준다는 웃으게 말이 생각납니다.
지지난 주 삼각산 국립관리공단 측에서 하산길 산행인들의 도토리를 수거해서 헬기로 삼각산에 다 뿌렸습니다. 가까운 숲에 들면 동네 노인들까지 갈잎을 헤치면서 도토리를 줍는 것이 여간 못마땅하지 않아요. 왜들 그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