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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가해 12월31일 (백)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화요일
[수원] 그리스도를 ''통하여'' -
수원 교구 복음화국 부국장 전 삼용 요셉 신부
† 제1독서 : 1요한 2, 18 - 21
† 복음 : 요한 1, 1 - 18
★ 하느님께서는 당신 외아드님을 통하여 세상에 모든 것을 내어
주셨다. 하느님의 진리가 이처럼 세상에 다 드러난 만큼 지금이
마지막 때이다. 그러니 이제 그리스도의 적들이 보여 주는 거짓에
홀리지 않고 진리 안에서 친교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제1독서).
★ 세상을 창조하신 말씀, 세상에 생명을 주신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말씀이신 그분을 받아들이는 이는 은총에 은총을 받고, 그분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어둠 속에 머물게 된다(복음).
◈ 오늘의 묵상
지난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올 한 해 동안 이 『매일미사』의
‘오늘의 묵상’을 쓰면서 무엇보다도 ‘말의 힘’이 크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교우분들에게서 격려와 충고의
전화도 많이 받았습니다. 글을 읽고 새롭게 깨우쳤다는 이야기,
삶을 반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느꼈다는
이야기 등을 들을 때에는 보람이 컸습니다. 쓴소리를 들을 때에는
저의 부족함을 다시 깨닫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쓰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모자라는 점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이 알게 모르게 많은 분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고, 그것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오기도 하였습니다.
인간의 말이 이 정도일진대 하느님의 말씀은 어떻겠습니까?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십니다. 곧 말씀이 사물이
되고, 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으로
약속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셨습니다. 인간은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에 정성과 사랑을 담으시기에 반드시
열매를 맺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크고, 하느님께서 그 말씀에
얼마나 애틋한 정성을 담으시는지는 오늘 복음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말씀이
단지 사물이나 사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가운데에 사십니다. 그 말씀으로 우리는
어둠에서 벗어나고,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거부한다면 죽음의 어두운 골짜기에서 결코 헤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 매일 미사 -
◈ [청주] 생명, 그리고 빛|반신부의 복음 묵상
2013년 가해 12월31일 성탄8일내 제7일 화요일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요한1,1-18)
생명, 그리고 빛
한 해의 끝자락에 왔습니다. 매서운 추위도 살짝 누그러진
느낌입니다. 정국의 경색, 불통의 정치가 조금은 따뜻함으로
옮겨갔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들리는 소식은 맑고 밝은
소리보다는 어둡고 가슴 아픈 일들이 많습니다. 정치, 경제의
성숙된 모습은 기대하지 못한다할지라도 안보정국을 만들어
가는 현실은 소통부재를 실감케 합니다. 지도자들에게는 자기
권력만이 판치고 잇속 챙기기에 골몰하고 있으니 가난하고
고통을 받는 이들, 서민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입니다.
올해의 4자성어로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倒行逆施(도행역시)'를 꼽았던 교수들이 새해
바람을 담은 사자성어로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자'는
의미의 '전미개오'(轉迷開悟)를 꼽았다고 합니다. 전미개오
(구를 전, 미혹할 미, 열 개, 깨달음 오)는 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을 깨닫는 마음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불교 용어입니다.
전미개오를 선택한 박재우 한국외대 교수는 "정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원래대로 회복시킨다는 의미"라며 "가짜와 거짓이
횡행했던 올해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어 진짜와 진실이
승리하는 한 해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큰 은총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주님의 수난과 고통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기쁘면 기쁜 대로 주님의 은혜에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내 감정의 기복에서 왔다 갔다 한 것이지
주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시며 당신의 품에 머물기를
기다리셨습니다. 좋아서 호들갑 떨 것도, 좋지 않아서 실망할
것도 없는 주님의 품을 내 마음대로 들락거리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투덜대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 싶게 속이 보이도록
웃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좀 더 진중하게 주님의 품을 읽고
주님의 품을 그리워하는 한 해를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을
살 수 있는 은총을 감사하고 내일의 은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기쁨에 목말라 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사랑으로 당신의 눈동자처럼 보호하시고 지켜주셨고, 시련을
통해 단련시켜주셨으며 당신의 섭리 안에 우리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주님의 뜻에 순명하는 가운데 새해를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요한 복음 사가는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1,3-5) 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빛인
생명이 주어졌지만 어둠이 컸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
하느님의 계명을 사는 것이 생명이건만 그 참 생명을 깨닫지
못하고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받아들이지도
못했습니다(요한1,10-11).
그러나 그 빛은 어둠을 몰아내고 밝게 비추게 될 것입니다. 어둠이
깊으면 깊을수록 더 밝게 비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빛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얻게 됩니다(요한1,12).
따라서 빛을 받아들이는 눈, 생명을 받아들이는 삶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그 생명을 볼 수 없습니다. 영적인 눈이 뜨여야
영적인 그분의 생명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삶은 이
세상의 삶이 아닙니다. 영원한 삶을 누리도록 허락된 우리들에게
이 세상에서 보내는 몇 년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원히 살기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서의 몇 년은 잃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성 세실리아).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1요한2,17).
생명은 살아있는 것입니다. 생명은, 하느님의 명이, 하느님의 법칙,
하느님의 뜻이 삶 안에 녹아나는 것입니다. 사람의 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의 명에 순종하는 기쁨을 누려야 하겠습니다. 생명은 곧
빛입니다. 생명의 빛이 우리 모두를 비추도록 은총을 갈구하는
오늘이기를 기도합니다. 한 해를 감사하고 새해를 주님의 이름으로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하늘의 명, 하늘의 말씀, 하늘의 법칙이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사랑에 사랑을 더하여’ 사랑합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청주교구 감곡 매괴 성모 성당 반영억 라파엘 신부 -
◈ [인천] '한 처음에'
12월 31일입니다. 즐거운 일도 또 슬펐던 일도 많았던 다사다난했던
2013년의 마지막 날에 드디어 도착했네요. 2013년의 마지막 날이라
해도, 다른 하루와 다를 바가 전혀 없는데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잘 살아야 할 날인 것처럼 생각되네요.
어쩌면 매일 매일의 삶을 이러한 식으로 특별한 의미를 붙이며 살아보면
어떨까요? 소홀히 그리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신 이 삶을 보다 더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잘 생각해보면 하루하루가 정말로 특별한 날입니다. 그리고 이 특별한
날에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 역시 특별한 사람이겠지요. 그런데
2013년을 되돌아보니, 이 특별한 사람들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그들과 특별한 날도 만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나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려고 했고, 나와 관계된 일만이 특별한 날이 되길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어떤 책에서 읽은 글이 너무 많이 가슴에 와 닿아서 이렇게 소개해봅니다.
“여자와 남자도 똑같은 권리와 욕망을 가진 사람이라는 진실,
늙은이도 젊은이도 똑같은 권리와 욕망을 가진 사람이라는 진실,
어른도 아이와 비슷한 권리와 욕망을 가진 사람이라는 진실,
우리가 잊고 있던 진실…….”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과 행동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습니까?
위의 글처럼, 사람은 모두 똑같은 권리와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다르다’는 이유로 왜 판단하고 단죄하려고 할까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특별한 날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을 마무리하는 오늘, 복음은 ‘한 처음에’라는 말로 시작하는
요한복음의 시작을 전해 줍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한 처음에 우리
인간들을 위해 가지셨던 뜻을 다시금 기억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뜻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뜻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다르다고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이 아닌, 원수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 사랑을 위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사랑을 함께
나누는 특별한 사람들과 특별한 날들을 멋지게 만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2013년을 이제 아쉽지만 떠나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이라고 절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2014년이라는 새로운
해가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을 가지고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2014년에는 더 이상 미워하고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사랑하는 아주 특별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행복이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려는 노력의 부산물이다
(폴 파머).
갈릴래아 호수에서 찍은 일몰사진. 2013년도도 이렇게 지네요.
정리하지 못하는 것들....
어제 옷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 많은 바지가
옷장에 걸려 있는데, 지금 현재 입을 수 있는 바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지가 제 몸에 비해 너무 작습니다.
제가 신학생 때 허리 사이즈는 28인치. 신부가 되어 얼마 못가서
30인치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예전에 충분히 맞았던 옷들이
이제는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예전의 옷들을 버리지
못합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체중조절하면 다시 예전의 옷들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렇지요.
그런데 어제 옷장을 보면서 이제는 정리를 해야겠다 싶습니다. 10년
넘게 들고 다니면서 옷장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옷에 맞추면 최근에
구입한 옷을 입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해보니 옷만이 아닙니다. 내 마음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얼마나 많은 아쉬움 속에 살고 있습니까?
과거에 연연하는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마음을 잘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인 것이지요.
2013년의 마지막 날, 과감하게 정리해야겠습니다. 특히 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온갖 미련들을 말이지요.....
- 인천교구 성소국장 조명연 마태오 신부 -
◈ [기타] 함께 해주셔서 행복했습니다.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함께 해주셔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가해 12월31일 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요한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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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남긴 올해이고 내년이기도 합니다.
지난 1년을 뒤돌아봅니다.
너무도 빨리 흘러버린 시간이었음을 절감합니다.
이처럼 앞으로의 시간도 정신 없이 흘러가겠지요.
나라 안팎으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따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참 힘든 한 해였습니다.
답답한 상황들이 전개되었고, 아직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위로와 희망이 되었던 것은, 새로운 교황님이 탄생하셨고,
그분을 통한 살아있는 복음적 메시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역시 각자의 사연 속에서 만만하지 않은 시간으로 채워진
한 해를 보내셨으리라 봅니다.
우리는 항상 희망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난 일년 반성할 것은 깨끗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시간을 다짐해보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들,
어떤 아픔이 있었다 하더라고 신앙인답게 감사합시다.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그 동안 많이 말씀 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년을 마무리하면서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과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먼저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저 역시 공감해주시는 여러분의 마음 덕으로 많은 힘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새로운 한 해 그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조건 행복한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에서 김 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올림
- 사이타마 교구 오타(太田)본당 주임
김 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https://www.facebook.com/WithfatherPinetree
-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
◈ [수도회] 모든 것이 은총이었습니다.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3년 가해 12월 31일 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요한 1장 1-18절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모든 것이 은총이었습니다.>
사제서품이나 서원 은경축, 금경축 같은 곳에 가보면 주인공들께서
꼭 빼놓지 않고 하시는 말씀이 한 가지 있습니다.
“지나온 세월,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총이었습니다.”
오늘, 한해의 마지막 날, 우리 역시 똑같은 고백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온 한해, 돌아보니 모든 것이 다 은총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았던 요한복음 사가 역시 2013년 마지막
날 복음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 모두 나약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인간이기에 ‘은총’만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우리가 받은 은총 이면에는 지난 한해 우리가 되풀이했던 실패와
좌절, 아직도 풀리지 않는 문제와 고민거리들, 근심걱정, 죄와
후회거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오늘 이 한해의 마지막 날은 우리 모두 한 가지 밀린 숙제를
해결하는 날입니다. 그 숙제는 이런 것이 아닐까요?
우리 삶의 어두움들, 아직 처리되지 않은 약점들, 부정적인
측면들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나약함과 미성숙으로 인해 생긴 부산물들을
모두신께 맡기기를 원하십니다. 더불어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지니고 왔던 모든 근심걱정, 불평거리들, 실패의 쓰린 기억들,
뒤집어썼던 재들을 송두리째 당신 앞에 내려놓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한해를 마무리하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모든 것을 당신께 내어맡기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머리에 빛나는 화관을 하나씩 선물로 씌워주실 것입니다.
갓난아기 때부터 어린 자녀들을 키워보신 분들 생생히 기억나실
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들, 조금 자라 기어 다니던 아기들, 까르르
웃으며 홀로 서던 아기들을 바라보던 마음이 어땠습니까?
아기에게 무슨 사고나 생기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너무나 작고 귀엽습니다. 부모로서 잘 양육해야겠다는
부담감과 동시에 자연스런 보호본능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늘 끼고
다니지요. 늘 품에 안고 있습니다. 잠시라도 밖에 나갈 때면 등에
업고 다닙니다. 한 인간으로 당당히 설 때 까지 잘 돌보기를 원합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하느님의 마음도 비슷할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어른이어도, 우리가 덩치가 산만한 장정이어도, 하느님 그분 앞에는
갓난아기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끔찍이도
사랑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그분 앞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런 존재인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친히, 당신 손으로 우리
각자를 돌보시기를 원하십니다. 모범적이고 자상한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데 아기가 부모의 돌봄을 거부하고 계속 어깃장을 놓거나 울어대고
그 사랑을 거부한다면 부모로서 얼마나 마음이 상하겠습니까?
우리가 그분의 돌봄을 잘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분 앞에 우리의 모든 근심걱정을 맡겨드린 다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죄인이어도, 비록 우리가 실패했어도, 비록 우리가 불효자이어도
그분께서는 우리를 애지중지하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며, 재를
뒤집어 쓰고 있음에도 끝까지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랑을 주고받습니까? 존재 자체로
사랑합니다. 그가 실직해도 사랑합니다. 그가 암에 걸려도 사랑합니다.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처참한 모습이어도 그를 사랑합니다. 큰 화상을
입어 그의 옛날 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도 그를 사랑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부족해도, 우리가 죄인이어도,
우리가 당신을 백번 천 번씩이나 배반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존재 자체로 사랑합니다.
이 한해의 마지막 날 우리가 어떠해도 상관없이 우리 존재 자체로
기뻐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갖은 우리의 죄와 상처와 방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머리
위에 빛나는 화관을 씌워주시기 원하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 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수원]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그리스도를 ''통하여''
<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
복음 : 요한 1,1-18
2013년 가해 12월31일 화요일 성탄 8일 축제 내 제7일
-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 2’에 나오는 ‘엄마의 꽃밭’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사연입니다.
아빠는 몸이 아파서 온종일 방안에만 누워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경수는 아빠 대신 엄마가 장사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경수는 김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어묵 국물 통 앞에 앉아 조그만
얼굴을 엄마 어깨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그때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왔습니다. 할머니가 끌고 온 망가진 유모차 위에는 펼쳐진
종이상자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잠시 망설이더니 어묵이 달린 꼬치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할머니 정정하시네요. 힘든 일도 하시고...”
“정정하긴, 뭐. 같이 있는 할망구들 과자 값이라도 벌라고. 저
아래 ‘덕성 사랑의 집’에 있거든. 근데 할망구들이 다들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프다고 거동들을 못 해서 하는 일이지.”
“근데, 이게 얼마라고 했지?”
“오백 원이요, 할머니.”
“나이 먹으니까 입에 들어가는 게 다 까마귀 고기가 되는가벼.
들어도 금방 까먹고, 다시 들어도 금방 까먹고, 이러다 나중에
내 이름도 까먹겄어."
할머니는 허탈하게 웃다 말고 다시 어묵 꼬치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오늘 점심은 이걸로 해야겄네. 저 윗동네까지 다 돌아야 허니까.”
“네 시가 다 돼 가는데 점심도 못 드셨어요?”
“이 일 하다 보면 때 거르는 건 예산걸, 뭐.”
...
“아까, 얼마라 그랬지? 또 잊어버렸네. 또 잊어버렸어.”
“헐머니, 정말로 잘 잊어버리시네요. 벌써 세 번이나 물어보셨잖아요.
그럼 아까 전에 돈 주신 것도 잊으셨어요? 아까 천 원 주셨잖아요.
오뎅 두 개째 드실 때요.”
“응? 내가 벌써 돈을 줬다구?”
“네, 주셨어요. 이거 보세요.”
경수 엄마는 앞주머니에 있는 천 원짜리까지 꺼내 보이며
말했습니다.
“난, 통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줬나.”
“경수야, 할머니 아까 전에 돈 주셨지, 그치?”
“응? 응.”
경수는 엄마의 물음에 얼떨결에 그렇게 대답했다. 할머니는 낡은
유모차를 끌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걸어갔습니다.
“엄마, 저 할머니한테 돈 안 받았잖아, 그치?”
“돈을 안 받은 게 아니라, 그냥 대접해드린 거야. 엄마는 우리
경수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경수는 알았다는 듯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경수야, 사랑은 발이 없대. 그래서 안아 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걸어갈 수 없대. 할머니는 친구들 과자 사주려고
점심도 못 드시고 일하신다고 하잖아. 우리 경수가 조금 더 크면
엄마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경수는 국물 통에서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엄마가
해준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
‘사랑은 발이 없대. 그래서 안아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걸어갈 수 없는 거래······.’
‘사랑은 발이 없다.’, 무슨 뜻일까요? 사랑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야만 또 누군가에고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사람이 태어났다고 해서 완전하게 창조된 것이 아닙니다. 창조는
계속됩니다. 특히 아기는 태어나서 부모님께 가장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아기는 사랑을 받으면 온전하게 성장하고, 그렇지
못하면 세상을 두려워하며 대인관계를 잘 하지 못하여 힘들게
살아가게 됩니다. 자녀들이 잘못 성장하는 것은 부모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배우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이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말씀을
통하여 생명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자신을 창조한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셨지만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아기가
부모로부터 태어나기만 하고 더 이상 부모가 필요 없다고 부모를
거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태어나서 아무 것도 부모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동물 수준보다 못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만약 율법만으로 사람이 완성될 수 있었다면 은총과 진리를 주시기
위해서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실 필요가 없으셨을 것입니다. 그분에
세상에 오신 이유는 당신을 통해서 생명을 주시기 위함이셨던 것입니다.
곧 그분이 주시는 사랑이 생명입니다.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면 우리
또한 그 사랑을 먹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해갑니다. 이것이 새로운
창조이고 새로운 세례인 것입니다.
경수 어머니는 경수에게 따뜻한 인간이 되어갈 수 있도록
교육하였습니다. 사랑은 발이 없습니다. 사랑 스스로는 경수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지 못합니다. 누구를 ‘통하여’만 다른 이에게 전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만 재창조될 수 있고
그리스도를 ‘통하여’만 온전해 질 수 있습니다. 그분으로부터 은총과
진리가 온다면 구분 옆에서 배우는 것이 나를 완성시키는 길입니다.
우리는 2천 년 전 그분이 태어났을 때처럼 그분을 거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사랑과 진리가 그분을 통하여 온다고 한다면
나를 완성시킬 다른 부모는 없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살아가려
하지 맙시다. 산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만들어주신
분께서 나를 완성시키기 위해 오셨고 그분을 통하지 않고서는
창조가 완성되지 않음을 잊지 맙시다.
- 수원 교구 복음화국 부국장 기획 연구담당 전 삼용 요셉 신부 -
◈ [서울] 하느님의 말씀님이 오셨는데도 그러려니
2013년 가해 12월31일 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하느님의 말씀님이 오셨는데도 그러려니
매일 보는 달 별 태양이 이젠 한 해에 마지막 뜨고 지는 날입니다.
고마움도 신기함도 위대함도 느끼지 않고 그저 덤덤히 지냈습니다.
내일이면 모든 게 새해에 떠오르는 첫 번째 날로 조금 새롭게 봅니다.
우주물질인 해달별의 운행은 평생 감격해도 부족할 정도로 웅장합니다.
이런 웅장함을 매일 받다보니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실수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말씀님이 우주생성후 단 한번 오셨는데도 관심을 안 두거든요?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요한 1,9~10)”
- 이기정 사도 요한 신부 -
◈ [서울] 성탄 8일 축제 내 제7일
2013년 가해 12월31일 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어제, 교황청에서 서울대교구에 새로이 보좌주교님 두 분을
발표하셨습니다. 교구장님을 도와 서울대교구를 위해서 수고해
주실 주교님들께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13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10시에 ‘종무미사’
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를 생각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지난 1년은 감사할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1년을 지내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동생수녀와 함께 마카오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기도 하셨습니다. 늘 잔병치례를 하셨는데,
올해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셨습니다. 2년 전에 하느님 품으로
가신 아버님께서 어머님의 아픈 것들까지 함께 가지고 가신 것
같습니다.
은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용문 청소년 수련장에 있을 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떤 분은 십자가의 길 기도문을
봉헌해 주셨고, 어떤 분은 성모상을 봉헌해 주셨고, 어떤 분은
사무실 리모델링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성소국에 와서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동성고등학교 예비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마련하였습니다. 어떤 분은 제대를, 어떤 분은 감실을, 어떤 분은
십자가의 길을, 어떤 분은 성합을, 어떤 분은 제의를 봉헌해
주셨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아시고,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좋은
은인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혼자 있는 것을 힘들어 하는 제게 교구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교구장님과 교구의 신부님들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를 합니다. 식사 후에 함께하는 산보는
제게는 큰 즐거움입니다. 작은 힘이지만 교구장님께서 그리시는
그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큰 기쁨입니다.
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려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기도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세상을
주도적으로 살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살았습니다.
내 자신의 것을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이웃을 위해서 나누는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자식이 주는 용돈도 필요하시지만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은 자주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동생 수녀님께서는 제가 못 다하는 효도를 잘 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운동을 할 때면 어려운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여행을 할 때면 아낌없이 돈을 지출
하였습니다. 영화, 뮤지컬, 드라마는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보려고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제대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것,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셔서, 부족한 저에게도 새로운 한 해를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새해에는 좀 더 나누고, 이웃을 위해서
지출을 더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책을 사고, 피정을 가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도 지출을 늘려야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사랑과 나눔의 출납부를 적어 보면 좋겠습니다. 미움과 욕심의
출납부도 적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희생, 나눔, 봉사, 양보,
사랑, 친절은 수입 항목에 적으면 어떨까요? 미움, 시기, 질투,
욕심, 분노, 이기심은 지출 항목에 적어도 좋겠죠? 나의 신앙의
출납부는 수입보다 지출은 많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오늘 하루
주님보시기에 좋은 일들을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해인 수녀님의 ‘또 한해를 보내며’라는 시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 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새해에도 모두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증언한 세례자 요한처럼,
우리들도 빛이신 주님을 증거하며 새로운 한해를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 서울 대교구 성소 국장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 [수도회] 평생공부 -사람이 되는 공부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3년 가해 12월31일 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1요한2,18-21 요한1,1-18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평생공부 - 사람이 되는 공부 -
사람이 되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
죽어야 끝나는 평생 공부가 사람이 되는 공부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 평생학인입니다.
얼마 전의 깨달음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공간이다.
어른이 사라지니 머물, 쉴 공간도 사라지는 구나.’
형님들이 생존 시에는 가끔 방문하여 머물기도 했는데 이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형님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공간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고향을 찾는 것은 부모님의
넉넉한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넉넉한 어른이 공간임을 깨닫습니다.
사실 하느님도 생명과 사랑의 공간자체입니다. 침묵과 고독을
통해 깨닫는 진리입니다. 그러니 살아갈수록 하느님을 닮아
넉넉한 내적공간을 지닌 분이 진정 어른입니다.
살아갈수록 힘들다 합니다. 새삼 인생살이도 오르막길 보다
내리막길이 위태롭고 어려움을 깨닫습니다.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고 인간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선 각고의 수행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넉넉한 내적공간을 지닌 존엄한 품위의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요? 제 ‘한국 대표 지성 이어령 선생 송년인터뷰’중
문답 내용 중 일부를 나눕니다.
-팔순이 되면 세상 보는 눈이 그전과 어떻게 달라지는지요?-
“그전까지는 영원히 사는 것처럼 일을 했어요.
이제는 모든 게 ‘유언(遺言)’처럼 됩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무슨 일을 해도 내일이 없으니 전념하게 되죠.
오늘 대담도 그런 마음이죠. 다음에 다신 해 볼 기회가 없어요.
붓글씨처럼 개칠이 안 되는 거죠.”
그렇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현자입니다.
사도 요한도 1독서에서 지금이 마지막 때임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언제나 마지막 때요 ‘그리스도의 적’은 우리를 호시탐탐
노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룩하신 분께로부터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아
진리에 따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적에 진리의
말씀보다 더 좋은 무기는 없습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공부가 평생공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면서 참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공부가 평생공부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아는 지름길이 바로 말씀공부입니다.
말씀공부로 시작하여 말씀공부로 끝나는 올 한 해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이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역시 말씀공부입니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은 말씀공부도
없습니다.
말씀은 하느님이십니다. 말씀을 통해 깨닫는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모든 것이 말씀이신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말씀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말씀이, 말씀이신 그리스도가
우리의 생명이자 빛이라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말씀공부가 우리를
생명과 빛 충만한 내적공간의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바로 이게 예수님 성탄의 의미이자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깨닫는
진리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말씀의 신비는 사람의 신비입니다.
하여 ‘살아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이다.’라는 고백도 나옵니다.
말씀이 사람의 본질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말씀공부보다 더 중요한 평생공부는 없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모심으로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내적인간의 참 사람이 되어갑니다.
“하느님은 당신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가 그분을 통하여
살게 해 주셨네.”(1요한4,9).
아멘.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 -
◈ [기타] 그분을 맞아들이기 위해서..
2013년 가해 12월31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요한 복음 1장 1~18절)
오늘 복음 중간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 다음 구절을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그들은 왜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는 걸까요? 생각해보다가
몇 가지 비슷한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첫 번째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12월 한 달 동안 공소에 학사님이 오셨습니다. 두 세 달 전에 본당에
와서 공소체험을 해도 되겠느냐는 이야기를 해서 그러라고
했었는데요. 주위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소에 누군가
오면 생각할 것이 많다.. 고 하시더라고요. 생활비며, 난방비며,
체험비.. 등등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또 겨울에 할 일이 있겠냐..
는 질문들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그런 부담을 지느니
안 받는 게 낫겠다..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2~3주 전쯤에 학사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시지 않는 게
낫겠다.. 는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그분에게 설득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겠다는 이야기와 지금 당장
다른 체험지를 구하기도 어렵다.. 는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거절할
수가 없어서 오시도록 했습니다. 12월 5일부터 오셔서 본당과
공소를 넘나들며 성실히 일하셨는데요.
한 달쯤 지난 상황에서 공소 신자들의 모습을 보니 학사님이 작은
성탄 선물인 거 같다.. 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학사님이 공소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온기를 느끼게 해 주었고, 성가 연습이나 재교육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준
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경제적인 이유나 할 일이 없을 거라는
이유로 받지 않았다면 공소 신자들의 일치된 모습과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는 내 생각에 사로 잡혀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셋째 주부터 공소 신자들과 본당 신자들을 방문했었습니다.
지금 레지오가 많이 힘든데 떠나기 전에 조금이나마 정비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 싶어서 약간의 흑심(?)을 품고 신자들을
방문하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레지오 좀 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러 다닌 거였는데요.
다니다보니 ‘레지오를 해 주실 수 있느냐...’ 는 제 질문에 답은 대부분
정해져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할 마음이 조금 있었던 분들은 함께 해
주시겠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그대로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안 하는 이유가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똑같았던 거 같습니다. ‘나는 못해요.. 시간이
없어서.. 능력이 없어서.. 나이가 들어서.. 상황이 좋질 않아서..’
하십니다. 제 생각에는 기도하고 봉사하는 활동으로 한 걸음 나아가면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해 볼 수도 있고, 예상 밖의 체험들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러지 않으시더라고요.
저도 보좌 시절에 주임 신부님의 제안을 들을 때 비슷한 생각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주임신부님이 ‘강론 원고를 보지 않고 해 보아라..
기도문을 만들어 봐라.. 책자를 만들어 봐라.. 모임을 만들어 봐라..’
하는 이야기를 하시면 저도 신자들처럼 ‘시간도 없고, 능력도 없고,
경험도 없습니다...’ 라는 마음을 가졌었습니다. 그래도 ‘신부님이
시키는 일이니 해보자..’ 했을 때 ‘고생스럽긴 하지만 하길 잘했다..’
는 생각이 많았는데요. 신자들도 내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
아니라 신부나 단체장의 지시대로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이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 한 걸음 나아갔을 때 예상치 못한 선물을 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그분을 맞아들일 수 있도록 경제적인 걱정과 내 생각을
내려놓아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공소에서 송별 식사를 하고 고스톱 할 사람 하고, 잘 사람 잤는데,
아침에 고스톱 치신 한 형제님이 옆에 형제님을 가리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
“이 사람은 술 먹어서 말이 꼬여도 화투 칠 때는 절대 헛치질
않아~”
그 형제님이 돈을 따신 거 같다...^^;
- 밤송이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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