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는 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북일고를 3-0으로 꺾고 대망의 황금사자기 정상에 올랐다.
충암고는 이로써 지난 1990년(제44회 대회) 이후 19년 만에 황금사자기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황금사자기 통산 두 번째 우승.
▲우승을 차지한 충암고 선수들이 이영복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초반 기싸움이 승부 갈랐다
충암고는 1회 1사후 연재흠, 구황이 잇따라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다음 타자 문찬종도 볼카운트 1-2로 몰리자 이정훈 북일고 감독은 지체없이 선발 이영재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전날 청주고전에서 140개의 볼을 던지며 완투승을 거둔 에이스 김용주를 올렸다.
그러나 김용주는 연투의 피로 탓인지 문찬종에 볼넷을 내줘 1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김우재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문성현을 포수 파울 뜬공으로 잡아내며 불을 끄는가 했지만 김기남에게 또다시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3-0으로 벌어졌다.
북일고는 곧이은 2회 공격에서 추격 찬스를 잡았다. 충암고의 1회 공격과 과정도 흡사했다. 1사후 최형종과 오준혁의 연속 안타, 김광영이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 똑같이 만루 찬스를 잡은 것.
충암고 이영복 감독도 선발 이정훈을 내리고 문성현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문성현은 후속 두 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감독의 믿음에 100% 보답했다. 승리의 여신이 일찌감치 충암고 쪽으로 미소를 보내는 순간이었다.
●문성현-김용주의 마운드 대결
이후는 팽팽한 투수전. 1회 3실점(비자책)으로 흔들린 북일고 김용주는 8회까지 충암고 타선을 안타와 몸에 맞는 볼 각 1개로 꽁꽁 묶었다. 김용주의 이날 성적은 7⅔이닝 3안타 무실점 1사사구 11탈삼진.
충암고 문성현 역시 이에 뒤질세라 쾌투를 선보였다. 문성현은 7⅔이닝 7안타 2볼넷 무실점 9탈삼진의 역투로 결승전 승리 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이번 대회 2승째.
문성현의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문성현은 3회부터 9회까지 4회를 제외하곤 매 회 북일고 타자들을 루상에 내보냈지만 홈을 밟는 것까지 허용하진 않았다. 특히 8회 무사 3루에서 후속 세 타자를 투수 땅볼 2개와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 압권.
문성현의 호투에는 야수진의 철통 수비도 뒷받침 됐다. 충암고 야수들은 여러 차례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는 호수비를 선보였고 포수 안승한은 두 차례나 도루 저지에 성공, 북일고의 뛰는 야구를 무력화 시켰다.
문성현은 이번 대회 팀의 5경기에 모두 등판, 21⅔이닝 10안타 1실점 25탈삼진 평균 자책 0.42의 눈부신 성적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사랑의 시구’와 열띤 응원전
한편 이날 결승전 시구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다 지난 1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21)의 후원으로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파주 문산초교 김창식 군(7)이 맡았다. 김 군은 김광현과 같이 왼손으로 멋들어진 시구를 선보여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또 이날 목동야구장은 양교 재학생과 동문들이 펼치는 열띤 응원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북일고는 2000여명(북일여고 733명 포함), 충암고는 1200여명의 재학생들이 경기장을 찾아 양팀 선수들이 펼치는 백구의 향연을 마음껏 즐겼다.
동아닷컴 황금사자기 특별취재반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사진=하정탁 대학생 인턴기자 문자중계=박형주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