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
- 이병률
여관에 간 적이 있어요 처음이었답니다
어느 작은 도시였는데
하필이면 우리는 네 사람이었습니다
그것도 여자 둘 남자 둘이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난감해 하면서 방 하나는 안된다고 하였기에
우리는 길을 잃은 사슴이었었지요
어찌어찌 방에는 들어갔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잠깐만 기다리라면서
커다란 병풍을 끌듯이 들고 왔더랬죠
정확히 방의 반을 가르는 병풍을 가운데 두고
남자는 한쪽에 자고 여자는 다른 한쪽에 자라 하였습니다
우리는 병풍을 사이에 두고 따로 누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너머를 상관하기엔 막중한게 버티고 있어
그냥 웃었던 것도 같습니다.
나는 건너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라
그 밤의 공기 모두가 궁금했습니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한데 섞여 잠을 자는 건
좋지 않는 일이라는 사실을
세월이 흘러 머리에 환히 불이 들어오고서야 알았습니다
다시 한참 세월이 흘러 그 병풍을 사이에 두고 잠을 잤던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나머지인 나와 한 여자는
여태 결혼같은 것을 하지 않고 각각 혼자로 살고 있으니
거 참 신통한 병풍인가요
작품 출처 : 계간 『발견』, 2016년 겨울호.(아래쪽에 책표지와 목차 소개-.-)
■ 이병률 │ 「반반」을 배달하며…
네, 시인님. 신통한 병풍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반은 결혼을 하고 반은 혼자로 살고 있으니, 반을 가르는 신통한 병풍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총각 시인님. 저는 자꾸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이 병풍의 진짜 신통함은 반반 가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룻밤에 한 커플씩 이어주는 데에 있지는 않았을까요. 그때 그 ‘병풍여관’에서 1박이 아니라 2박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큽니다. 시도, 들리는 말에 의하면 사람도 참말로 좋은데 왜 장가를 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 깁니다.
시인 박성우 2017-02-16(목) /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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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15 / 201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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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발견 15 / 2016년 겨울호 |작성자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