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의 씨앗 배열. 오른 나선이 21개 왼 나선이 34개 있다.
21과 34는 모두 피보나치 수다.
박미경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쓴 <생활속의 수학>을 읽고
'피보나치 수열'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을 때 꽃의 그 정교한
삶의 방식에 경탄을 했다. 꽃 속에도 놀라운 수학이 있었고
해바라기의 피보나치 수열은 백미였다.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은 각각 꽃잎을 몇장씩 갖고 있을까?
백합과 붓꽃이 3장이고, 채송화와 동백은 5장, 모란과 코스모스는
8장이다. 꽃잎이 많은 꽃들도 있어 금잔화는 13장, 쑥부쟁이는
55장 혹은 89장의 꽃잎이 달려 있다.
3,5,8,13,21,34,55,89라는 수에는 규칙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3+5=8' '5+8=13' 하는 식으로 앞의 두 숫자를
더하면 바로 다음에 오는 수가 된다.
이런 수의 배열을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한다. 12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피보나치 수열은 원래 수학자 피보나치가 만든 다음 문제에서
탄생했다. '갓 태어난 한쌍의 토끼가 있다. 토끼 한쌍은 두 달
후부터 매달 암`수 한쌍의 토끼를 낳는다. 새로 태어난 토끼들도
마찬가지다. 이때 매달 토끼는 몇쌍이 될까.' 적어보면 '1,1,2,3,5,
8,13,21,34.....'가 된다. 바로 피보나치 수열이다.)
왜 많은 꽃들이 피보나치 수만큼의 꽃잎을 가진 걸까? 꽃이 활짝
피기 전까지 꽃잎은 봉오리를 이뤄 안의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 꽃잎들이 이리저리 겹치며 가장 효율적인
모양으로 암술과 수술을 감싸려면, 피보나치 수만큼의 꽃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수학자들이 알아냈다.
해바라기씨에서도 피보나치 수가 나온다. 해바라기에 씨가 박힌
모양을 잘 보면, 오른쪽과 왼쪽으로 도는 두가지 나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좌`우 나선의 수를 보면 하나가 21이고 다른 것은 34,
하나가 34면 다른 것은 55 하는 식으로 두개의 연이은 피보나치
수가 된다. 이런식이어야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씨를 품을수 있다.
피보나치 수열은 인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겼던 '황금비'
(약 1:1.618)와도 관련이 있다. 피보나치 수가 아주 커지면,
수열에서 잇닿은 두 숫자의 비율이 바로 이 황금비가 된다.
꽃을 바라보며 곱다는 느낌만 받았고 꽃의 아름다움을 즐길줄만
알았었다. 피보나치 수열을 안 이후 내게는 꽃잎을 세어보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그 꽃속에 꽃들의 심오한 삶의 방정식이
격조 높게 숨어 있음을 배운다. 어찌 말을 못한다 하여 살아있음이
아니랴. 아름다움 그 속에 꽃보다 더 소슬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꽃을 보며 또 다른 삶의 진리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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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장마
가을장마에 모든 풀 썩어 죽으나
층계 아래 결명만은 생생하도다
무성한 잎 비취날개 차일 같고
무수한 꽃들 황금 돈닢 같건만
찬바람 소소히 너를 몰아대니
얼마 후에 너도 서 있기 어려울까 두렵구나
당상에서 하염없이 백발 서생인 나는
바람따라 너의 향기 맡으며 눈물짓노라
- 두보 <가을 장마> 제 1수-
조선일보 블로그, 돌스토이의 新歸去來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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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것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