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라는 말에는 엄청난 무게감이 실려 있다.
사실 순교자가 많은 시대란
곧 가치와 가치의 충돌,
폭력과 폭력의 충돌,
세계관과 세계관이 격렬했던 시대임을
역사는 이야기해 준다.
이런 시대의 무게감에 더해
한 개인이 치러야 할 고통,
가족이 치러야 할 대가 등을 생각하면
그 무거움은 더해 간다.
또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순교자들에 대한 이상화는
우리와의 거리를 더욱더 멀게 한다.
그래서인지 순교란
내 삶에서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고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단어,
남에게는 붙여주고 칭송할 수 있지만
내 스스로가 택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찌 생각하면 우리 삶의 곳곳에서
순교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신 기증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과 사랑 어린 결단 속에서,
지하철 승강장에서 떨어진 아이를
구하려 뛰어가는 젊은 청년들 안에서,
무엇보다 자신의 올바른 신념을 위해서
온 정성을 다 바치는 수많은 영웅들 안에서
순교의 삶이 우리 주변 곳곳에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
목에 칼이 들어오고
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만 순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의 뜻이,
하느님의 사랑이 내 욕심과 세상의 욕심을 이기는
바로 그 자리에 순교의 삶이 꽃 피고 있다.
최성기 신부의 ‘오늘 순교하는 사람들’ 중에서
순종(順從)이란
믿음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사상(事象)들에서
믿음은 가장 중요한 근본입니다.
성지에 이르는 세 가지 길
"세 가지 길에 의하여
우리들은 성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사색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높은 길이다.
둘째는 모방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쉬운 길이다.
그리고 셋째는 경험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고통스런 길이다."
- 박범신의《비우니 향기롭다》중에서 -
* 9월의 첫 날.
사색의 계절이 시작됩니다.
굳이 '성지'에 이르지 않아도 좋습니다.
사색은 사람을 맑고, 깊고, 고요하게 합니다.
'성지에 이르는 가장 높은 길'인 '사색'을
잃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보게 됩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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