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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단명을 아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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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생들이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라는 시험문제에서 침대 를 선택한 어이없는 사건. 몇 해전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라는 광고 때문에 일어난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그때 아이들이야 가구가 아니라는 말에 혼동을 했다 웃어넘겼지만, 지금은 그 뒷말 침대가 과학이라는 말을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잠자리에 관련된 다른 도구도 과학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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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사이 안구는 운동을 한다 수면에 대한 궁금증들은 여러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이제 일반인들도 렘수면(REM), 비렘수면(NREM)이라는 말에는 낯설지 않다. 이것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눈을 움직이는 잠이 렘수면이고, 눈을 움직이지 않는 수면이 비렘수면이다. 도대체 눈이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렘수면과 비렘수면을 구분하는 걸까?
잠이 들면 꿈을 꾸게 되는데, 깊은 수면 중에는 근육이 마비된 상태라 꿈속의 내용들을 눈이라는 시각경로를 통해서 표현하게 된다. 렘수면에서 안구가 계속 움직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만약 렘수면기에 신체의 움직임이 자유롭다면 꿈이 행동으로 옮겨져 주위는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다. 가끔 악몽을 꾸면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기에서 알 수 있는 한가지 사실은 꿈의 반영을 안구의 움직임이라고 볼 때, 비렘수면기에는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잠자리에 누우면 사람에 따라 시간적인 차이는 있지만 1-4단계의 수면단계(비렘수면)를 거쳐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이때 신체는 서서히 생리상태가 느려지거나 낮아진다. 호흡이나 맥박이 느려지고, 혈압과 체온이 떨어지며 체온이 최저점에 이를 때 깊이 잠드는 것이다. 자연히 심박출량과 산소소비량도 감소하여 뇌를 비롯한 신체의 기관은 휴식을 취하게 된다. 이 순간 비렘수면에서 렘수면으로 옮겨가게 된다. 인체는 잠들어 있는 동안 대략 90분 간격으로 렘수면과 비렘수면을 반복하게 된다. 또 자다가 깼을 때는 다시 비렘수면으로 시작해서 수면기를 반복한다. 결국 90분간의 꿈 없는 잠과 90분간의 꿈 있는 잠을 되풀이하면서 새로운 하루를 맞게 되는 것이다.
그깟 베개가? 이제 본격적으로 침구, 그 중에서도 베개가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침구, 신체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수면은 영향을 받는다. 또 수면의 양과 질에 따라 개인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쾌식, 쾌변과 함께 쾌면을 3쾌라 하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강의 척도로 여겨왔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중에서 고침단명(高枕短命)은 예로부터 쾌면과 건강을 위한 황금률로 여겨져 왔다. 고침단명은 말 그대로 베개를 높이 베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왜 높은 베개가 해롭다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면, 머리를 지지하고 경추의 긴장된 근육을 적절히 이완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베개이기 때문이다. 베개는 잠자는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목과 어깨, 허리의 곡선을 적절하게 받쳐주어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고 편안한 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대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정도언 박사는 잠은 몇 시간이나 자느냐도 중요하지만 수면자세를 결정짓는 베개도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어 편안한 잠을 유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고 말한다. 이렇게 베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조건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뇌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수면을 통한 충분한 휴식과 신체기능의 회복을 통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무조건 낮게? 이제 베개의 높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베개를 베고 누웠을 때 경추(목뼈)가 가슴 보다 뒤쪽에 위치하여 S자 곡선을 이루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대개의 사람들은 거의 하루종일 앞으로 숙인 자세로 생활하게 된다. 때문에 잠을 잘 때도 머리를 높게 둔다면 그야말로 24시간 구부정한 자세가 되어, 피로가 쌓일 뿐 아니라 목뼈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국 신경계에 손상을 입히는 셈이 된다.
베개의 높이는 또한 수면 중 뇌혈류량과 관련이 있다. 베개가 너무 높을 경우, 뇌의 높이가 심장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뇌혈류량이 감소한다. 수면 후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원인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알맞은 베개를 베고 자면 수면 시간이 다소 짧더라도 보다 쉽게 피로가 풀리며, 자세를 바르게 교정해주어 어깨나 목의 통증, 긴장성 두통, 눈의 피로, 만성피로 등 주요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실제 병원에서도 허리, 목 디스크 같은 질환의 치료에 특수 고안된 베개를 보조요법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높은 베개가 좋지 않다고 해서 너무 낮은 것을 사용하게 되면 뇌혈관의 피 순환이 안되고 심장과 호흡이 가빠지게 된다. 이것이 매일 밤 되풀이되면 심장에 큰 부담을 주고 나아가서는 심장과 뇌혈관에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운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수면중의 변동위치에 따라 혈압편차가 크게 생김으로써 나타나는 증세다. 옛 선인들이 이르길, 베개가 높으면 간이 압축되고 너무 낮으면 폐에 압축이 생긴다 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아울러 베개의 높이가 맞지 않을 때는 인후부의 기도가 굴절된다. 숨쉬는 길인 기도가 꺾어져 기도가 좁아지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높은 베개로 인한 뇌혈류량의 감소로 심혈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뇌경색과 같은 뇌혈관 질환의 발병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에는 골격발달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적당한 베개 높이는 어느 정도일까? 베개의 높이는 개인마다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지만, 국내에서 연구된 이상적인 높이는 6-8㎝. 이 높이는 한국인의 평균체형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평균보다 크거나 작은 사람들은 몸에 맞게 그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일단 누웠을 때 머리가 꺾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높은 것보다 낮은 것이 좋다. 이때 높이는 척추뼈와 목뼈가 일직선이 되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면 적당하다.
한편 옆으로 누워서 자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어깨 높이를 고려해 조금 더 높은 것이 좋다. 평균체형인 경우 10-11cm가 적당한데, 이때도 척추의 정상적인 정렬을 유지하면서 얼굴과 목을 편안하게 지지해 줄 수 있는 자세가 좋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수치들은 베개를 베었을 때의 높이를 말한다는 것이다.
재질이 다르면 수면이 다르다 베개의 높이와 함께 재질 또한 중요하다.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고 탄력성이 있는 베개가 좋다. 베개가 너무 단단하면 머리가 터지는 듯하며 저리거나 아프다. 모세혈관이 압력을 받아 국부적으로 혈액순환이 정지 받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단단한 베개를 사용할 때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심지어는 두개골형의 변형도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대의 군인들은 원목을 베개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경계심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는데 살벌한 전쟁터의 급작스런 상황 변화에는 좋을 수 있지만 수면을 통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신경쇠약이 있거나 종종 잠을 설치는 사람들은 딱딱한 베개의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너무 부드러운 베개를 쓰게되면 머리가 묻혀 뇌가 더워지게 된다. 인체에서 더운 것을 싫어하는 기관 중 하나가 머리다. 머리에서 땀이 나고 뇌부 로 가는 혈관이 많아 더워지면 혈관에 충혈이 오기 쉽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잠에 들기도 힘들어지고 잠에 든다고 해도 자주 깨기 마련이다. 한편 수면 중에는 한쪽 귀는 반드시 내어놓는 것이 좋다. 두 귀가 모두 베개에 파묻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는 불안과 긴장을 느끼게 된다. 또한 귀는 온도에 예민하기 때문에 땀구멍을 통하여 원활한 배출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통풍에도 신경을 써주는 것이 좋다. 옛사람들이 베개 속에 왕겨, 마른 콩, 풀잎 등의 건조한 물건을 넣던 것도 그 때문이다.
[Tip. 신침에 도전하는 한방베개] 동의보감에는 신침(神枕)에 대한 기록이 있다. 8종의 독초를 밑에 깔고 그 위에 24종의 약재를 37.5g씩 잣나무 베개 속에 넣은 이 베개는, 베는 쪽에 모두 120개의 작은 구멍을 내어 약 기운이 스며 나오게 만든 것이다. 백일동안 사용하면 얼굴에 광택이 나고, 일년을 쓰면 몸의 온갖 질병이 제거되어 전신이 향기로워지며, 4년간 계속 사용하면 백발이 검어지고 빠진 치아가 다시 나며 눈과 귀가 밝아진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그만큼 건강에 좋다는 얘기.
최근에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기능성 베개와 함께 신침을 응용한 한방베개가 시판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방 약재를 활용한 약베개는 가정에서도 재료를 구해 간편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적당한 높이의 베개에 향나무 톱밥이나 국화 등의 약재를 넣어 간이 약베개를 만들어 써도 훌륭한 건강베개가 될 수 있다.
한방 약베개는 우선 약재를 완전히 건조한 다음 가급적 잘게 부수어 무명 천 주머니에 넣어 베개 속을 만든다. 구멍이 뚫린 목침이나 죽(竹), 적당한 두께의 천으로 만든 베개 속에 넣으면 OK. 이때 베개 속은 무명천과 같이 냄새가 쉽게 배어나 올 수 있는 천을 사용하면 된다. 질병의 증세와 한약재의 성질에 따라 만드는 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방법은 유사하다.
사용할 때는 가끔 햇볕에 건조를 시켜 습기를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을 때는 비닐 주머니를 이용해서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한방베개는 적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약재로 보충해 주어야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질병이 있을 경우 보조치료 수단으로 활용해도 좋은데, 한약을 복용하기 곤란한 질병이 있거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 그리고 어린이에게 특히 유용하다.
단, 한의원을 찾아 자신의 체질과 상태를 확인한 후 본인에게 맞는 한약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신이 가렵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든지 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일단 사용을 중지하고 전문의의 조언을 구하도록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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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과장 정도언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미디어엠 제공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