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문정희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
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두고 사는 일이라면
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이 추운 겨울 아침
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 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어둠도 제 살을 씻고 빚을 여는 아픔이 된다
첫댓글 이 시를 읽으며 소회를 몇자 적어 올리려다 짬이 없어 지우고 여기에 올립니다. 길이란 마음 속에 있는 건데 걸을 수 있는 길만 찿다보니 항상 막막하죠.
올 때는 찬란하고 갈 때는 쓸쓸한 아름다움.
올 때도 이유가 없고 갈 때는 더욱 알 수 없는 곳으로 이유도 모르고 떠나가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