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살로니키 Thessaloniki
여행자들이 '터키'를 오가기 위해 가끔 스쳐 지날 뿐,
도시의 아름다움과 그 활기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데살로니키"에 다녀왔답니다.
'그리스 제 2의 도시'로 통하는 데살로니키.
이 곳 사람들은 본인들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요.
외국인 노동자의 이주가 많아지면서
범죄율도 높아지고 분위기 자체가 많이 팍팍해진 아테네와는 달리
여전히 유쾌하고 정이 넘치는 그리스다운 문화를 간직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리스인들이 추구하는 "정교회"적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진짜 그리스다운 도시 역시 데살로니키이기도 하죠.
또, 그리스에서 가장 아시아와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동방의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제가 데살로니키에 갔을 때는 마침 "데살로니키 국제영화제" 기간(12월 초)이었어요.
한국 독립영화도 출품되었다는데, 날짜가 맞지 않아 아쉽게도 관람은 못했답니다.
2009년엔 이서 감독의 '사람을 찾습니다'란 영화가
데살로니키 국제영화제에서 예술공로상을 받았다고 해요.
데살로니키를 여행하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도심에서도 볼 수 있었던 푸른 바다였답니다.
그 주변 경치가 우리나라의 해운대와 상당히 흡사해 보였는데,
실제 '데살로니키'와 '부산'은 자매 결연을 맺은 도시라고 하네요.
이곳은 데살로니키의 명소 '아기야 소피아 성당'입니다.
터키에 있는 '아기야 소피아 성당'과 그 이름도 모양도 같은 성당인데요.
이스탄불의 아기야 소피아의 축소판인 이 성당은,
원래 그리스 정교회의 중심인 이스탄불 '아기야 소피아 성당'을 터키에게 빼앗긴 후
언젠가 그 곳을 꼭 되찾자는 그리스인들의 염원을 담아 지어진 성당이라고 하네요.
실제 제가 그리스에 살면서 느낀 그리스인들의 터키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인데요,
종종 터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해요.
이들은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조만간 반드시 되찾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그리스 정교회의 대주교(카톨릭의 교황님과 같은 분)는
무조건 그리스 혈통의 콘스탄티노플,
즉 이스탄불 출신이어야만 한다는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EU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그리스가
하루가 다르게 그 위상이 높아지는 터키에 맞대응 하려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
8세기, 데살로니키 주교인 바실리오스 성인의 유해…
제가 방문한 날이 일요일인데다 마침 예배 후에 성당을 둘러보게 돼서
예배 때 사용된 "안디드로(축복 받은 빵)"가 문 옆에 놓여 있었답니다.
다음은 '로만 아고라 유적'
고대 유적지가 그냥 아파트 촌 한 가운데 무심히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 그리스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해 보이네요~^^
데살로니키는 물론 아테네에도 도심 여기저기에 유적의 흔적들이 참 많은데요,
새로 쇼핑몰을 지으려고 '조감도'까지 걸어놓은 곳에서 '유적'의 흔적이 발견되어
그대로 공사가 중단된 곳도 보았답니다.
"저렇게 유적들이 나오면 정부에서 땅 주인들에게 보상은 해주는거야?"
그리스인 친구에게 물었더니,
"가치있는 유물이 나왔을 때는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어쩔 수 없지…." 하는 슬픈 답변이…
그리스에선 땅 가져봐야 '유적 나오면 끝' 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돈을 모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집이나 땅 같은 부동산에 투자하기 보다는
요트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인 그리스 사람들의 성향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어요~ ^^
먼 옛날 등대로 이용되다가 오트만(터키) 제국에 점령 당할 당시 '감옥'으로 쓰이면서
건물 벽에 죄수들이 고문/처형되며 흘린 피가 너무 많이 묻어
흰 색으로 칠해졌다는 '화이트 타워'…
이름도, 모습도 정말 예뻤지만 그 속에 품고 있는 역사가 참 슬픈 곳인 것 같네요.
마침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이었기 때문에,
데살로니키 광장엔 예쁘게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답니다.
큰 나무가 거의 없는 그리스 섬에서는
전통적으로 배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다고 해요.
그리스에서도 군밤 파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참 정겨웠어요.
데살로니키는 맛있는 음식과 스윗들로도 유명한 도시인데요-
데살로니키에 머물렀던 이틀 동안 두 번이나 갔었던
Fusion Greek Taverna, "Brothers in law"입니다.
맛있는 음식들은 물론 인테리어도 참 예뻐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음식 가격도 아테네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한 편이고요.
화이트 크림 소스와 꼬냑에 절인 버섯 요리!
고소한 담백한 풍미의 흰살 생선 요리!
그리스 요리엔 빠지지 않는 빵과 상큼한 샐러드~*
그리고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까지…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곳이었어요!
잔에 담긴 투명한 액체의 정체가 궁금하신가요?
이건 바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매스틱' 껌의 원료인 '매스티카' 로 만든 리퀴르예요.
그리스에서는 식후 디저트로 주로 마시곤 하는데요,
그리스 섬 중의 하나인 '키오스 섬'에서 나는 매스티카는
세계에서도 제일 좋은 최상품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매스티카 전문점'이나 슈퍼에서 쉽게 사실 수 있으니
그리스에 여행 오신 분들은 기념 삼아 한 병씩 사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아테네 공항 면세점에도 있고요,
달달하고 쌉싸름한 맛이 식후주로 제격이랍니다!
다음은- 아테네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전, 간식으로 먹으려던 크레페인데요,
오-이게 이게~ 우리가 알고 있던 디저트 크레페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더라구요.
치킨, 짜쯔키, 양상추, 베이컨, 올리브, 치즈, 달걀이
골고루 들어간 엄청난 크기의 크레페입니다!
얜 또 왜 이렇게 맛있던지…^^;
그리스에 오시면 '크레페'를 꼭 드셔보세요!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들,
그리고 멋진 풍경이 가득한 Thessaloniki-*
그리스에 오신다면,
빼 놓지 말아야할 도시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