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苑葉信〕(133)
시간은 참 잔인하다
김 문 홍
<장생포 항구에서 올려다 본 하늘에서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었다 : 사진 김문홍>
지난 토요일, 졸업한 지 거의 50여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기 넷이서 울산 장생포에 갔다. 평생 먹을 만큼의 고래 고기를 실컷 먹었다. 낮술에 취해 우리는 부둣가를 한동안 거닐었다. 항구는 낡은 흑백사진처럼 생기 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옛 추억에 젖어들기 좋게 풍경도 참 고즈녁하니 안성맞춤이었다. 비틀거리며 걷는 그 시간만큼은 우리에게 ‘화양연화’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시간은 참 잔인하다. 이미 가 버린 시간은 되돌려 주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도 미리 보여주지 않는다. 나이 들어가니 시간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것을 일분일초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사물도 찬찬이 들여다보게 되고 사람들과의 만남에도 진정성을 보탠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으로 만들려 안달을 한다. 이제는 사랑을 해도 제대로 한 번 해볼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잔인하지만 늘 오래도록 만지작거리고 싶어진다. (10. 2)
첫댓글 시간은 잔인하지만 늘 오래도록 만지작거리고 싶어진다.
공감 또 공감하지만 깨어있지 않으면 늘 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요. 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