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에 서서 / 임보
지난 이른 봄에
친구 따라 팔도 명승지를 돌면서
내가 얼마나 산과 물을 모르고 살았던가
무척 부끄러워했다.
지난여름엔
우이동(牛耳洞) 숲속을 혼자 헤매면서
내가 얼마나 저 수목들의 이름에 눈이 어두운가
심히 뉘우치기도 했다.
지난가을엔
내 집 뜰 한 귀퉁이에서
시들어 가는 이름 모를 풀잎을 보며
그놈이 한해살이인지 여러해살이인지 몰라
못내 안타까와도 했다.
그런데 이 겨울
저 눈밭에 나가 서 보고
내가 살았던 한 해가 얼마나
헛된 것이었던가를 드디어 보았다.
그놈들이 무슨 이름을 달고 있든
내가 그놈들을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을
공연히 쓸데없는 데 마음을 쓰면서
한 일 년 허송세월한 것을
비로소 보았다.
---시집 <은수달 사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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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년에 스케치북에 그렸었던 그림입니다...
정호승 시선집에 있던 그림인데 인상적이어서
책을 펼쳐 놓고 그렸기에 온전한 제 그림은 아니지만
선생님의 이 시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옮겨 보았습니다....
선생님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 내려놓으며...
음악은, The Prayer - Cecilia Bartolil 입니다
여정 님이 그린 그림이라고요? 원본을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운치가 있는 그림입니다.
그림과 노래가 시보다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직은 적도!
원본 그림 보시면 제가 엉터리로 그린 거 탄로날텐데요
지금은 시집을 갖고 있질 않아서 원본을 보여 드리지 못함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선생님의 겸손을 배웁니다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군요
시도좋고 그림도 좋습니다
시도 그렇지만 그림도 그리고 싶다는
마음만 있을 뿐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실력도 없구요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은 하고 싶은 거 해도 되지 않나
싶어서 마음 수양을 위해 척 이라도 하고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작품에 흠뻑 빠지시고 그림은 넘어가주세요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