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샤워부스 强化유리 폭발사건의 미스터리

[다정공자]

샤워부스 强化유리 폭발사건의 미스터리

• 김경화 기자

서울에 사는 주부 안모(47)씨는 지난 4월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 욕실 쪽에서 '뻥' 하는 폭발 소리를 들었다. 황급히 달려가보니 강화(强化) 유리로 된 샤워부스가 깨져 팥알만 한 크기의 유리조각으로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집에는 안씨 혼자 있었다. 바람이 불었던 것도 아니고 누가 내려친 것도 아니었다. 안씨는 "유리가 '스스로 폭발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며 "사람이 있을 때 깨졌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유령의 장난'일까. 미스터리 같은 '강화유리 자폭(自爆)사건'이 요즘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도 피해를 고발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 있다.

강화유리 폭발사건이 논란이 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강화유리 재질의 냄비류와 반찬용 그릇 등이 조리하거나 보관하던 중에 스스로 깨지는 사고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국소비자원에는 2006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총 60건의 강화유리 냄비 폭발사건이 신고됐고, 최근에는 샤워부스·베란다 창문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명은 강화유리가 스스로 깨지는 '자파(自破)현상'이다. 강화유리는 일반 판유리의 겉면에 열처리를 해 내구성을 높인 것인데, 이 과정에서 미량의 니켈 등 불순물이 들어가거나 두께가 고르지 않게 제작될 수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 같은 불안정한 상태의 강화유리는 크고 작은 충격을 받다가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자폭하는 것처럼 깨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유리 냄비 뚜껑의 자파현상이 문제가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리로 만든 가열조리용 기구에 대해 내열온도차(급격한 온도 차에서 견디는 정도) 규격을 신설해 표기하는 방안을 오는 10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화장실용 유리에 대한 규격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김정은 교수는 "만에 하나 인명(人命)사고로도 연결될 수 있으니 욕실에는 자동차에 사용하는 접합유리(유리 사이에 플라스틱 필름을 끼워 깨져도 부서져 떨어지지 않음)를 사용하고, 냄비 뚜껑 등은 내열유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