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苑葉信〕(194)
감포에서의 한나절
김 문 홍
<골안개에 휩싸인 먼 산의 나무들이 수묵담채화로 흔들리고 있다 : 사진 김문홍>
감포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고즈녁하기 그지없다. 사람에 치이고 소음에 시달리던 심신이 맥을 놓으니 사람까지 순해지는 느낌이다. 바람 불고 비 온 뒤라 바다도 제법 출렁인다. 밀려오는 파도가 허연 이빨을 드러낸다. 바위틈에 핀 갯나리 위로 갈매기 떼가 먹고 사는 일로 시끄럽다. 심심한 풍경을 훑고 지나가다 고샅 들머리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난다. 녀석도 외지인을 한심한 눈길로 바라본다.
어둠이 사위를 감싸면 온통 칠흑의 적요뿐이다. 무료한 듯 서 있는 가로등 밑 도로 위로 이따금 차들이 지나간다. 잠드는 머리맡까지 파도소리가 찾아들어 출렁이기 시작한다. 여명의 풍경 역시 심심하고 고요하다. 골안개에 휩싸인 먼 산의 숲이 수묵담채화로 흔들린다. 해무 아래의 바다는 아직까지 잠들어 있다. 이곳 시골에서는 시간조차도 느린 걸음이다. 주낙을 챙기는 어부의 손놀림도 유유자적이다. 전복죽을 아침으로 내놓는 촌로의 웃음도 티 하나 없다. 돌 하나까지도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