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귀신 따라 저 세상 갈까 걱정?
총괄선대본부장부터 대변인까지, 새누리당 폭언 퍼레이드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대규모 합동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12월 8일 토요일은 여야 후보가 모두 광화문에서 '맞짱'을 뜬 날이었다. 그런데 이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진영의 김중태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다음과 같이 내뱉었다.
박 후보가 당선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단 한가지 걱정스런 점이 있다면 낙선한 문재인 후보가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위로 찾아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내가 부르다 죽을 이름이여'를 외치다 부엉이 귀신따라 저 세상에 갈까 걱정"이다.
또 그는 그러면서 야당 진영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하는 종북주의자, 친북 주의자의 대명사인 문재인 세력"이라 지칭했다.
공세의 수준 뛰어넘는 광기에 가까운 저주, 폭언사실상 광기에 가까운 저주이자 폭언이었다. 아니, 광기를 넘어 살기마저 느껴진다.
아마 민주당 후보 진영에서 상대인 새누리당 측을 향해 이런 언급이 나왔다면, 지금쯤 새누리당 측에선 즉각 고소, 고발조치를 취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상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지난 1차 TV토론에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날카로운 공세를 폈다. 그러자 새누리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당장 이정희 후보가 막말토론을 만들었다며 비난을 퍼붓고 즉각적인 조치에 들어갔다. 즉, 여론조사 결과 15퍼센트 이하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TV토론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신속하게 법안까지 만들어 법안발의까지 마쳤다.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은 투표시간 연장안에는 결사적으로 반대하며 막던 사람들이, 또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은 극구 회피해오던 사람들이, 정작 '다수의 논리'를 내세우며 화풀이를 한 꼴이었다.
하지만 이정희 후보의 공세는 충분히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다카키 마사오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한 적극적 친일분자였다는 점, 박근혜 후보가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6억 원의 실체가 박 정권 당시 정경유착의 산물로 박 후보가 수령할 도덕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 정수장학회는 박정희가 강탈한 장물이라는 점은 모두 역사적 진실이었다.
오늘날 이를 부정하는 역사학자는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수구세력들은 이정희 후보의 공세에 길길이 날뛰며 즉각 조치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김중태 부위원장의 위와 같은 폭언은 이미 비난 공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저 발언 속에는 그 어떤 진실도, 논리도, 예의도 담겨있지 않다. 완전히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버렸다. 그저 상대를 죽이고 싶어 안달난 이의 광기 어린 저주와 함께, 상대 세력을 자신들과 동등한 세력으로 취급하지 않는 정서만이 엿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부엉이 귀신이라 지칭한 것이나 문재인 세력을 종북주의자로 지칭한 점, 또 안철수 전 후보를 두고 "철이 안 든 사람"(역시 김중태 후보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한 말이다)이라 한 점들은 지금 박근혜 후보 진영의 상대를 향한 시선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에서 아무리 저주를 퍼붓고 동등한 상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엄연히 문재인 후보 진영 역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정당당한 대통령 후보이다.
또 만일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는 대한민국 국민의 손으로 선출되었기에 충분한 정통성을 갖게 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 측의 정통성을 종북주의로 몰아붙이며 일방적으로 부정해버리는 것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행위다. 쉽게 말해 이번 대통령 선거 자체를 아애 부정해버리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 있는 나라에서 상대진영을 종북주의자로 몰아붙인다면, 이게 상대진영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싫다는 소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한 그것은 선거라는 민주주의적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리고 사실 김중태식의 논리로 따지자면, 친일분자이자 독재자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의 후예인 박근혜 후보야말로 진정 역사적 정통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부터 이인제, 이상일...막말 퍼레이드
▲ 김영삼 전 대통령계인 '민주동지회' 회원들이 3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 결의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한 참석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현재 대선국면에서 박근혜 후보 진영의 상대를 향한 '폭언'이 한두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 후보 진영 소속 사람들의 '폭언 퍼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지난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6월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둥 역사의 진실을 왜곡해가며 횡설수설하더니, 급기야 지난 11월 21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부정해 그걸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나"라는 폭언을 터뜨렸다.
우리네 표현 중에 "산 입이라고 함부로 나불거린다"는 표현이 있는데, 정말이지 그런 표현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폭언이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에선 즉각 "자신들에 의해 죽음을 당한 전직 대통령을 정략적인 목적으로 부관참시하는 새누리당의 행태는 패륜적 범죄"이자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해 이인제 의원에 이은 두 번째 망언으로 (이는) 이번 대선을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결구도로 끌고 가려는 정략적 타산에서 나온 발언"으로 규정지었다. 적절한 지적이었다.
과연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신의 부정을 감추고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가?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은 검찰권력, 언론권력 그리고 이명박 정치권력의 합작품이 아니었던가?
아무튼 그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결코 진실이라 할 수도 없고, 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내뱉고자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발언을 김무성 본부장이 한 것이었다.
더구나 김무성은 그야말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아닌가?
대선후보의 한 축을 짊어진, 그런 직책에 있는 인물이 어떻게 이런 폭탄발언을 하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을까. 또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을 향해, 더구나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분을 향해 저런 식의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만일 야당 진영에서 박근혜 후보를 향해 "그 아버지가 독재권력을 휘두르다 자기 부하에게 총 맞아 암살당했다"는 식의 발언이 튀어나왔다면, 새누리당과 수구언론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나마 이건 일면 진실이라도 담고 있는 언급이지만, 아마 그들은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폭언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사실 김무성 본부장의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폭언에는 이미 예고편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김무성 본부장에 앞서 지난 11월 13일. 새누리당과 합당한 선진통일당의 이인제가 세종시에서 열린 새누리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야당의 한 사람은 오직 정치적 경험이 대통령 비서라는 것밖에 없다.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이 부패혐의에 쫓겨 자살했다. 정치적으로 영원히 죄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 나와서 대통령을 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역시 철새 정치인다운 눈치 빠른 폭언이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이인제 후보의 폭언은 새누리당이 이번 대선을 노무현 프레임에 가두어둠으로써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무마하려는 전략에 영합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김무성의 입에서 같은 맥락의 폭언이 나온 것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 말이라도 전략적으로 해야 하는 대선판에서, 같은 성격의 폭언이 연속적으로 나온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한편, 박근혜 후보 측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직접 겨냥해서도 이성을 잃은 비난 공세를 펴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지난 12월 6일, 안철수 전 후보가 공식적으로 문재인 후보 지지를 표명하자 박근혜 진영에선 그를 '안철수씨'로 지칭하며 "정치권력을 위해 영혼을 팔았다"고 비난했다.
또 이상일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에게 '구걸'하기 위해 신념과 소신을 버렸다"고 말했고,
이정현 공보단장은 "안 전 후보가 단일화가 아닌 후보 사퇴를 했고 여기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마지못해 '적선'하듯 했다"고 말했다. '구걸'이니, '적선'이니, 온갖 폄하하는 언어가 다 동원되었던 것이다. '안철수씨'로 지칭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상대를 깔아뭉개고, 상대를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니 '예의 상실'은 기본이고, 무조건 '비난만 하고 보자'는 식의 사고가 깔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을 당시 "안 전 후보가 희망하는 국민대통합, 정치쇄신, 경제위기 대비 등은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어젠다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정진, 또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상일 대변인의 언급).
이 발언 속에선 안철수 후보를 적어도 정치쇄신, 경제위기 대비 등의 가치를 추구해온 정치인으로 인정하고 그의 가치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안 후보가 문 후보의 지원을 선언하자 '정치권력을 위해 영혼을 판 권력동물' 정도로 몰아붙였던 것이다. 자기네들도 그간 정치쇄신을 추구해 온 정치인으로 인정한 안철수 전 후보가 왜 박근혜 후보가 아닌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는지에 대한 성찰적 자세는커녕, 일단 비난 공세부터 퍼붓고 보자는 식이었다.무능프레임, 밀약설에 가두려는 전략, 근거는 없었다.
그런 견지에서 박근혜 후보 측에선 계속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심지어 야권 단일화 이후 박 후보 진영의 사람들이 내뱉은 언급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정현 공보단장 : "상대는 오로지 선거에 이기기 위한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한 좌파대연합을 형성했다. 이제는 불안세력과 안심세력의 대결이다"
안형환 대변인 : "문 후보는 친노 세력에 의해 불려 나왔고 지금도 친노에 의해 조종당하고 선거운동도 안철수에 기대는 무능 후보다. 안철수와의 결합도 친노 조종에 의한 정치공학적 결합이다."
박선규 대변인 : "선거 후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등 인사권 문제, 민주당 당권 문제, 이해찬 대표와 친노그룹 퇴진 문제 등에 대한 두 사람의 밀약설이 넓게 퍼지고 있다. 자리를 매개로 한 부도덕한 거래행위가 다시 언급되는 것을 어떻게 새 정치라고 할 수 있느냐"
조혜진 대변인 : "국민연대라는 실체는 '노빠부대'고 국민후보라는 사람의 실체는 '노빠부대의 대장'이라는 것을 감출 수가 없다. 실패한 친노세력의 복귀를 포장해서 감추고 국민들을 속이려고 하는 조잡한 화장술에 불과하다."
박재갑 부대변인 : "문 후보는 '마마보이 정치인', '폐족(廢族) 탈출 프로젝트의 꼭두각시 연 기자다. 문 후보의 자연인 안철수씨에 대한 끝없는 '안심(安心) 구걸행각'은 문 후보가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마마보이 정치인'임을 증명한 것이다."
위의 발언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까지도 비하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친다. 이건 논리나 이성에 입각한 '비판'이 아니다. 그야말로 저질스런 정치적 비난이다. 상대를 향한 존중의 자세라고는 전혀 없는, 막말 수준이다.
문재인 후보 진영을 '노빠' 프레임으로 가두고,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무능' 프레임으로 가두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 심판을 피해가고, 보수대연합에서 보여준 구태를 감추려는 것이다.
또 이른바 '밀약설'에 대해서도 그 근거를 전혀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객관적으로도, 야권의 단일화 그 자체는 정권교체를 향한 열망의 정도로 판단할 문제지, 후보 개인의 무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후보 개인이 무능한지의 여부는, 후보의 식견이나 위기대처능력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그렇기에 이는 유권자가 TV토론 등을 통해 판단할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후보의 '허술함'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그동안 TV토론을 회피해온 박근혜 후보 측이야말로 후보 개인의 '무능'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야권의 단일화에 맞서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꾀한 보수대연합이 겨우 '늙은 정치인들의 욕망'을 한 데 모아둔 '노추(老醜)의 짬뽕'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은 식의 공세는 그야말로 '파렴치'를 넘어 '자기망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새누리당의 비난 공세와 폭언 퍼레이드에 저류하고 있는 일관된 경향은 한 마디로 '내멋대로'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상대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내가 퍼붓고 싶은대로 퍼붓고 보자는 식의 사고다.
또 있다. 상대를 죽이고도 죄책감 한 번 느끼지 못하는 무감증, 거기에 더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해주기는커녕 칼로 난도질하는 비인간성이다.
흔히 말은 그 사람의 교양과 식견을 반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의 수구세력들이 정치판에서 내뱉는 '말'들에선, 교양과 식견은커녕 아애 '인간'의 가치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태도의 측면에선, 상대를 동등한 인간적 입장에서 존중해주는 태도가 결여되어 있고, 내용의 측면에선, 너무나 반인간적이다. 현재 박근혜 후보 진영이 단일화된 야권 진영을 향해 퍼붓는 말들은 전자에 해당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내뱉은 폭언들은 후자에 해당한다. 우리 유권자들은 언제쯤 정직한 '언어의 정치'를 볼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오마이뉴스 2012.12.09 18:11 최종 업데이트 2012.12.09 18:11 윤성환 기자==
문재인이 김일성 묘 참배? 청와대에 있었는데...
[오마이팩트] 새누리당 김중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거론하며 '색깔론'
사실검증팀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 궤도에 오른 가운데 대선 후보와 참모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약과 주장을 쏟아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날마다 후보와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모니터해 신뢰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누리꾼이 직접 참여하는 '함께 검증하는 뉴스'도 운영할 것입니다. 대선후보 사실검증 '오마이팩트'에 누리꾼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이메일 politic@ohmynews.com, 트위터 @ohmy_fact)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취재 : 사실검증팀] 구영식 김도균 홍현진 박소희 기자 / 그래픽 고정미 김중태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문재인은 노무현을 따라 북한에 가서 김일성 무덤에 헌화·참배하면서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과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대한민국의 기초를 닦은 박정희 대통령의 무덤에 참배도 하지 않았다, 배은망덕하다(8일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
▲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규모 서울지역 합동유세에서 박 후보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중태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 북한에 가서 김일성 무덤에 헌화·참배했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문 후보는 종북·친북주의자를 대변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색깔론'이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의 발언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문 후보는 김일성 수석의 시신이 있는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한 일이 없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 북에 간 적이 없다. 정부가 2007년 9월 7일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공식 수행원' 명단에는 문 후보의 이름이 없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며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그는 정상회담 기간 동안 청와대에 남아 있었다.
"내일하고 모레 이틀 동안 아침 7시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추진위원회가 개최된다.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문재인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참석을 해서 정상회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또 지원할 상황이 있으면 지원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2007년 10월 2일,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 브리핑)."
문 후보가 북한을 찾은 적은 있다. 2004년 7월 11~16일 제1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때였다. 그는 어머니 강한옥씨와 함께 금강산에서 북쪽 이모 강병옥씨를 만났다. 문 후보의 부모는 북한 함경남도 흥남 출신으로 한국전쟁 시절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오마이뉴스 2012.12.09 18:43 최종 업데이트 2012.12.09 18:43 사실검증팀==
새누리당 다급했나? 도 넘은 네거티브 공격
김중태 "문재인, 낙선하면 부엉이 귀신 따라 저 세상갈까 걱정"
"구태인 네거티브를 하면서 새 정치를 말하는 것은 타당치 않은 만큼 네거티브는 중단돼야 한다."
지난 안형환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한 말입니다. 박근혜 후보도 "우리는 네거티브는 하지 않겠다"고 종종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나서자 새누리당은 네거티브에 '올인'했습니다.
"상대는 오로지 선거에 이기기 위한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한 좌파대연합을 형성했다. 이제는 불안세력과 안심세력의 대결" - 이정현 공보단장 <연합뉴스> 인터뷰
"문 후보는 친노세력에 의해 불려 나왔고 지금도 친노에 의해 조종당하고 선거운동도 안철수에 기대는 무능 후보다. 안철수와의 결합도 친노 조종에 의한 정치공학적 결합" - 안형환 대변인
"선거 후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등 인사권 문제, 민주당 당권 문제, 이해찬 대표와 친노그룹 퇴진 문제 등에 대한 두 사람의 밀약설이 넓게 퍼지고 있다. 자리를 매개로 한 부도덕한 거래행위가 다시 언급되는 것을 어떻게 새 정치라고 할 수 있느냐" - 박선규 대변인
특히 <뷰스앤뉴스>에 따르면 김중태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박근혜 후보가 참석한 광화문 광장 서울집회에서 "단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낙선한 문 후보가 봉화마을 부엉이 바위 위로 찾아가 '아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내가 부르다가 죽을 이름이여'를 외치며 부엉이 귀신 따라 저 세상에 갈까 그게 걱정"이라는 극언까지 내뱉었습니다.
아무리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고, 참여정부 실패에 책임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는 도를 넘은 비난입니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를 함께 묶어 비판하지만 '죽음'을 엮어 비난하지 않습니다. 이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막말와 네거티브는 이들만 아닙니다. 정몽준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7일 부산유세에서 "안철수 전 후보는 지금 국민을 속이는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보여진다"며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했었는데, 정치적 이해 때문에 문 후보를 지지했다면 영혼을 판 것 아닌가"라며 맹비난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도 8일 광화문 유세에서 "생각과 이념, 목표가 다른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권력다툼과 노선투쟁에 세월을 다 보낼 것이며 오직 박근혜만 떨어뜨리면 된다면서 하나로 모였다"고 문-안 단일화를 자신을 낙마시키기 위한 술수에 비유했습니다. 언론들도 연일 새누리당발 네거티브를 기사제목으로 뽑았습니다.
박근혜 "문재인·안철수 새정치 어이없어"- <뉴시스>
朴새누리당 "안철수 보도량 점검하겠다"-<헤럴드경제>
朴측 "文 무능후보..불안세력의 결합"-<연합뉴스>
새누리 "앞으로 안철수씨라고 부를 것"-<조선일보>
협박→비방→칭송→모욕, 안철수 대하는 새누리 입장변화-<노컷뉴스>
새누리, '안철수씨' 규정…"정치권력 위해 영혼 팔아"-<뉴시스>
새누리당 "안철수는 친노 불쏘시개" 맹공-<MBN>
새누리당 "문재인의 구걸... 안철수의 적선"-<오마이뉴스>
선거에서, 특히 대통령 선거 같은 정당 운명을 걸린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피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네거티브는 있습니다. 후보자 자질과 능력에 부족하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는 적절하게 이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네거티브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은 해서도 안 되지만 득표율이 별 다른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김중태 부위원장이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면 "부엉이 귀신 따라 저 세상에 갈까 그게 걱정"이라고 말한 것은 어쩌면 '네거티브'도 아닌 모욕주기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네거티브는 이기고 있는 정당이나 후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지고 있는 측과 후보가 합니다. 요즘 들어 문 후보와 민주당은 네거티브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인신공격성' 네거티브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노골적인 네거티브에 올인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박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고 있습니다. <jtbc>와 리얼미터에 따르면, 7~8일 전국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근혜 51.1%, 문재인 42.0%였습니다. 9일 <오마이뉴스>와 <리서치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40분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근혜 49.9% 문재인 45.1%였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두 후보 지지율 차가 더 벌어졌고, 리서치뷰 여론조사는 0.2%p 좁혀졌습니다.
이런 결과라면 박 후보가 앞서는 형국입니다. 그런데도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문-안 두 후보를 깎아내리기에 바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며칠 전 "박근혜가 200만표로 이길 것"이라는 언론보도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안에서 공공연히 떠도는 비밀이라고 합니다. 오만함으로 비칠까봐 김무성 총괄본부장은 '입막음'을 시켰습니다.
입막음을 시켜도 200만표 승리가 사실상 굳어졌다면 느긋하게 선거를 하면 됩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정동영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네거티브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 실정을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이명박 후보는 '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는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이것이 먹혔습니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 측은 선거 마지막날까지 '도곡동'과 'BBK'로 공격했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은 "도덕성에 흠결이 있지만, 경제살려준다"는 이명박 후보 선거캠페인에 표를 줬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기는 후보가 네거티브를 지고 있는 후보와 똑같이 하면 '흙탕물'을 같이 뒤집어 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기는 후보는 네거티브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연일 문-안 두 후보에 대한 험담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공포되는 여론조사보다는 밑바닥 정서가 결코 박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200만표차 승리는 고사하고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새누리당을 휘감아 돌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진보정의당 유시민 전 선대위원장은 아주 흥미로운 분석을 했습니다. 박근혜-문재인-이정희 텔레비전 토론 다음 날인 지난 5일 PBS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토론을 보니 박근혜 후보가 앞서 있지 않다고 느꼈다"며 "앞서고 있는 후보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직접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데 새누리당 쪽에서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큼 박 후보가 앞서는 게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럼 박 후보는 당시 토론회에서 무슨 말을 했을까요?
권력형 비리 문제가 나오면 문 후보도 많이 곤혹스러울 것 같다. 청와대 민정수석에 계실 때 부산저축은행 조사를 담당했던 금감원 국장에게 압력행사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저축은행 피해자 모임에서 문 후보를 고발한 상태다. 정무특보 계실 때 아드님이 공공기관에 부당하게 취업한 것도 국감에서 확인됐다. 최근 집을 사면서 다운계약서 쓴 것도 확인됐다. 권력형 비리를 정말 막을 수 있다고 보나.
박 후보가 질의하자 문 후보는 "저는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님 선대위에서, 네거티브 선거를 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그게 박 후보의 뜻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박 후보조차도 네거티브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5일 이후 새누리당 네거티브 공세는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과 문 후보는 정책선거와 함께 새정치를 이루겠다는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저질 네거티브에 절대로 저질로 대응하지 맙시다. 정치쇄신은 선거하는 과정에서부터 실현돼야 합니다. 우리는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백욕이 불여일표.' 새누리가 막말을 해도, 우린 욕하지 않습니다. 지긋이 투표합니다.== 오마이뉴스 2012.12.09 18:07 최종 업데이트 2012.12.09 18:07 김동수 기자==
'박근혜에게 불리한 내용' 이렇게 사라졌다
[이명박근혜②] MB의 언론장악, 박근혜는 어떻게 기여했나
12월 19일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정말 잘 뽑아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냐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난 5년 우리는 절절하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검역 조건 완화로 촉발된 2008년 촛불, 청와대 '조인트' 사장의 편성권 침해 탓에 장장 170일 동안 진행된 MBC 파업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권 내내 우리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니 정권교체를 외치는 야당 후보들은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조차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인정했으리라.
그런데 박 후보가 인정하는 실정은 무엇일까?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 언론 분야에 한정해도 이명박 정부가 5년 동안 한 것이라고는, 실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언론을 황폐화시킨 것뿐인데 박 후보가 이것을 인지하거나 인정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만약 인정했다면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로서 황폐화된 언론을 원상회복시키는 언론 정책을 제시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후보에게는 이명박 정부의 엄청난 실정을 원상회복하겠다는 언론 정책이 없다. 뭐 다른 언론정책도 구체적인 것이 없기는 하다.
이명박의 언론장악, 박근혜의 책임은 없을까
이명박 정부 초기, 소위 촛불 정국 당시 이명박 정부를 독재로 규정하는 시민들과 달리 일부 지식인들은 독재로 규정할 수 없다고 했다.
유신정권처럼 초헌법적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언론 분야에서 저질러진 불법, 편법의 방송장악과 미디어 관련법 개악만 놓고 보면 독재와 무엇이 다른가?
사회를 비판하는 입이 막혔다면 그 자체로 이미 독재가 아닐까?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KBS를 '정부 산하기관'이라고 규정하고 "한국방송 사장은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련한 30~40년 전 흔히 듣던 표현이다. 5·16 군사정권 시절이던가? 유신 시대이던가? 어쨌든 KBS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잘 구현했다.
현 정부는 불법과 편법 그리고 압박으로 KBS 사장과 이사, MBC 사장을 쫓아냈다. 이어 이들 방송사를 비롯해 YTN의 사장 자리에 이명박 대선후보 언론 특보나 친정부 인사를 앉혔다. 그리고 수많은 방송인을 징계, 해고하고 그들을 본업인 현장에서 밀어냈다.
비판적인 프로그램, 출연자는 사라졌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은 편파적이거나 정부 입맛에 맞게 길들여졌다. 대통령 선거 기간인 지금은 더욱 심각하다.
애초 KBS는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 제작한 프로그램 <대선후보를 말한다>를 지난달 방영할 예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에게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각각 25분씩 다뤘다.
하지만 길환영 KBS 사장 등이 재검토를 요구해 방영이 미뤄졌다. 또 지난 5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은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이라고 해당 프로그램을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이사회 직후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진석 진실검증단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일종의 항의성 사표인 셈이다. 야당 추천을 받은 김주언 이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여당 쪽 이사들이 '박 후보에 대한 검증 편이 문 후보에 비해 너무 속속들이 파헤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고 이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김 단장이 물러나자 대선후보진실검증단 소속 기자 6명은 성명을 통해 "평균 14년차 기자들이 토씨 하나, 단어 하나까지 고민하며 토론을 통해 내놓은 기획물 가운데 무엇이 편파적이었는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대라"며 반발했다.
KBS 기자협회도 "대선 후보 검증 프로그램에 KBS 이사회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2009년 7월 22일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이윤성 부의장이 앉아 있는 의장석쪽으로 뛰어올라 거세게 항의하자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이 완력으로 밀어내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 개악 역시 언론을 황폐화시켰다. 미디어 관련법 개악의 핵심은 신문자본, 대기업 자본, 외국자본이 뉴스를 하는 방송 영역에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방송 언론의 사유화를 기도하는 것이다. 신문이 방송을 겸영해 언론 권력을 집중시키거나, 경제 권력이 언론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을 높인 악법이다.
종편이 그 첫 번째 산물이다. 시장지배적인 신문들이 주도한 종편 중 JTBC에는 일본자본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박 후보는 현 정부의 이런 방송장악, 방송 사유화를 해결할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방송 사유화는 더 심화될지도 모른다. 박 후보가 대선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가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뒤 약화된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한편 실패한 종편에 만족하지 못한 자본이 소위 방송의 민영화, 즉 지상파의 사유화를 기도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대자본에 약하고, 방송황폐화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상파 사유화는 우리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미래다.
들통이 나서 좌절됐지만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기도 사건은 그 한 사례일 뿐이다.대리투표 '묵인' 박근혜, 대통령 자격 있나설사 박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심지어 박 후보가 실정을 원상회복시키겠다 하더라도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디어 관련법 개악 시 박근혜 의원은 형식적인 '방송사 소유지분율 하향 조정'만을 주장하여 관철시켜 지금의 체제를 도입하는데 기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방송사유화 강화 체제 출현에 원죄가 있다는 말이다. 박 후보가 자신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지 않는 지금, 그가 방송체제를 원상회복시키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박근혜 의원은 미디어 관련법 날치기 통과 시 대리투표에 관련된 전력이 있다. 박 의원을 포함한 3명의 의원들이 회의장에 없는 상황에서 다른 의원들이 대신 투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헌재도 대리 투표 사실을 인정하고 위헌, 위법한 절차였다고 판단했다. 물론 다수인 한나라당이 헌재 결정을 무시한 채 재논의를 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법을 공포하는 횡포를 부렸다.
그런데 문제는 박 의원이 헌법이 부여한 자신의 권리가 유용당한 대리투표 사실을 인지하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원죄가 있다는 점이다. 자기 권리의식조차 부족한 사람이 국정을 책임질 수 있을까? 당시 이로 인해 박 의원의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한 바 있다. 박 후보는 사람들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 KBS 김인규 전 사장(왼쪽)과 MBC의 김재철 사장
박 후보를 신뢰할 수 없는 또다른 이유는 방송계 지형을 바꾼 일련의 방송장악 과정에 대해 거의 발언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민주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방송 장악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단지 그가 대선을 앞두고 영향받을 것을 염려해서 MBC 파업에 관여했다가,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은 소동만 있을 뿐이다.
MBC 노조는 박 후보가 지난 6월 이상돈 새누리당 정책쇄신특위 위원을 통해 박 후보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포함해 MBC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 해서 파업을 풀었다고 주장했다.
이상돈 위원은 그 사실을 인정했다. 결국 박근혜 후보는 정치적 유불리만을 따질 뿐이다. 언론의 자유가 그에게는 무슨 의미일까?
언론 황폐화, 박근혜는 자기 유불리만 따졌다.
5·16군사정권이 정수장학회를 강탈한 사실도 부정하고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없고, 정수장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부산일보>의 편집국장이 편집권 독립을 외치다 해직됐는데도 모른 체하는 박 후보의 태도를 보면 그가 황폐화된 지금의 언론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아니 오히려 언론 자유가 유린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최근 미국의 <타임>이 아시아판 표지에서 박 후보를 'The Strongman's daughter'라 표시했다가, 의미 논란이 일자 'The dictator's daughter(독재자의 딸)'이라고 명확히 한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박 후보가 유신정권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시절, 우리 언론은 최악의 암흑기를 보냈다. 긴급조치 9호 체제 아래 재갈이 물린 언론은 정권의 홍보도구였고, 비판적인 언론인은 해직돼 쫓겨나가 취업을 제한받거나 설사 쫓겨나지 않아도 침묵을 강요당했다.
유력한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선출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시선에 교포들은 심리적 부담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방송 장악의 고착화와 방송사유화 심화라는 더욱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후보의 선택은 민주시민 자신 고유의 권리이지만 그 행사는 사회적 책임과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 2012.12.11 17:39 최종 업데이트 2012.12.11 20:18 김서중 기자 ==
‘줄푸세’는 친재벌 정책 경제민주화와 정반대
박근혜 “같은 논리” 발언 논란전문가들 “심각한 모순” 비판민주당 “4·19와 5·16 같다는꼴”김종인 “줄푸세, 이미 지난 개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0일 2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줄·푸·세’와 지금 공약인 경제민주화는 논리적으로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해, 야당과 전문가들이 “심각한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하면서 여야가 공방을 펼쳤다. ‘줄푸세’는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겠다’는 뜻을 박 후보가 줄여서 한 말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선대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11일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서로 다른 말이다. ‘물과 불은 같은 것으로 본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캠프의 정책 좌장 격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여러 차례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다르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10월2일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줄푸세는 5년 전 박근혜 후보가 당내 경선을 치를 때 들고나온 것으로 그때 상황에 맞게 나왔다. 실제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같을 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박 후보는 2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줄’은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금을 줄이자는 것이고, ‘푸’는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풀고, ‘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전횡과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법질서를 세우는 것이란 방향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2007년 ‘줄푸세’를 주장할 당시, ‘줄’은 법인세 인하 등 대기업에 혜택이 가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세’이다. 2007년 박 후보는 “법 위에 떼법이 존재해 폭력을 쓰고 우기면 된다”며 파업 등 노조활동을 겨냥해 ‘법질서 세우기’를 강조한 바 있다.
박 후보의 이런 줄푸세의 기본 방향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감세는 소득세율·법인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축소 등 부자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행됐다. 규제완화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등 그 혜택이 주로 재벌들에 돌아갔다. 법질서 세우기는 ‘용산참사’ 등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 5년 동안 우리 경제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민생은 위기를 맞는 등 경제민주화가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줄푸세는 5년 전 감세와 기업규제 철폐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신자유주의 풍조가 만연할 때 나온 정책이고, 지금의 경제민주화는 신자유주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줄푸세는 이미 지난 개념이고, 시대 상황에 따라 생각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박 후보의 과거 줄푸세 주장을 근거로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느냐고 묻는 것은 괜한 트집잡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논리적으로 같다’는 박 후보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 한겨레 등록 : 2012.12.11 21:03 수정 : 2012.12.11 22:38 이태희 신승근 기자==
김선주, 언론인
민망한 나이가 되었다. 내 나이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노령인구 통계에 잡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조금 받고 있는 남편은 얼마 안 있으면 자신이 낸 돈보다 더 받게 된다고 열없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지하철 공짜 승차권을 귀중하게 챙긴다. 가끔 이거 절반이라도 내면 덜 민망할 텐데 한다. “노약자석에 앉지 말고, 출퇴근 시간에는 타지 말고, 앉았더라도 피곤해 보이는 젊은이가 보이면 자리를 양보하라”고 신신당부한다.
미래를 빌려다가 내가 받는 게 국민연금이다. 우리 아들딸들이 수십년 뒤에 받으리라 예상하고 꼬박꼬박 내는 연금을 우리가 축내고 있다. 국민연금 몇 년도에 고갈이라는 기사를 볼 때면 그 주범이 나인 것만 같아 숨고 싶다. 죽을 때, 낸 것보다 더 받았으면 국민연금공단에 그걸 토해내고 죽자고 친구들끼리 진지하게 의논한다. 나이는 더 이상 벼슬이 아니다. 과잉생존의 시대에 노령인구는 짐이기 십상이다. 팔팔하게 아흔아홉살까지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늙은이로 보일까 봐서 누가 물어보지도 않는데 늙으면 죽어야지 하고 구시렁거린다.
이 과잉생존의 시대에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작년에는 동네 입구에 붙어 있는, 통장후보 구한다는 벽보를 보고 옳지 이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연봉도 200만원에 불과하니 민폐가 될 것도 아니고, 동네를 구석구석 다니며 청소하고 눈도 치우라고 독려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65살 이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딱 걸렸다. 템플 스테이에 가려고 하니까 65살 이하만 받는다고 한다. 65살 이상은 공동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있는 나이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노령인구가 또 달갑지 않은 통계에 잡혔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60대 이상의 수치가 6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들이 나온다. 반대로 20대에서 40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미래세대가 원하는 사람은 60%가 문재인 후보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또 이렇게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는 게 노령인구인가. 멀게는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았고 동족끼리 죽고 죽인 전쟁을 겪고 유신과 광주와 군사독재를 두 눈으로 목격한 세대가 어떻게 독재자의 딸을 지지할 수 있는지 경악스럽다. 흔히 나이 들면 과거가 좋았다는 말들을 한다. 미래는 낯설고 자신들이 익숙한 과거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은 과거의 시대나 사회가 좋았던 게 아니라 자신의 황금기,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던 그리고 현역으로 일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이 좋아 보이는 것일 뿐이다.
오랜만에 칼럼을 다시 쓰면서 노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자고 마음먹었다. 노령인구에 포함된 사람으로서 미래세대에 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찾아보고 싶었다. 형편이 되는 노인들은 승차시 운임을 절반이라도 낼 수는 없을까, 유산을 자기 아들딸들한테만 남기지 말고 젊은 세대를 위해 곧 고갈된다는 각종 연금공단에도 좀 내자는 제안도 해보고 싶었다.
대선 이야기는 특히 피하고 싶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찍었던 국민들이 자기 손을 들여다보며 정말 내가 이 손으로 그 사람한테 투표했단 말인가 어이없어하는 시절이다.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지 열두 가지의 이유를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넘어가야겠다. 인터넷을 열었더니 선거 캠페인 사진들에 박근혜 후보의 얼굴이 떴다. 턱에 난 상처를 보이며 비극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무고하게 죽인 수많은 사람들의 처참한 죽음을, 과거에 대한 반성을, 역사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개인적인 상처를 그런 식으로 내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세계 현대사에서 독재자로 지목된 스무명 가운데 대를 이어 정권을 잡고 있는 것은 북한뿐이다. 북한이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진짜 종북좌빨들이다.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겠다. 나이 든 게 부끄러워서.
김선주 언론인
※ 김선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박범신 작가의 뒤를 이어 필자로 참여합니다. == 한겨레 등록 : 2012.12.11 19:24 수정 : 2012.12.11 19:24 ==
<인터넷오마이뉴스,한겨레에서 퍼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