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엔 마음밭에 훌륭한 불종자 심길
오늘은 정월대보름입니다.
민족의 고유명절이자 불교에서는 동안거 해제일입니다.
겨울동안 움직이지 아니하고 열심히 수행정진하고
안거를 지내서 오늘 해제를 하는 날입니다.
겨울 결제동안에 우리나라에는 8대 총림과
비구 스님 참선수행선원 57개소,
비구니 스님 선원 33개소에서 도합 2232명이
수행정진하고 오늘 해제를 하게 됩니다. 이는 대단한 일입니다.
2000명 넘는 이가 겨울동안 온갖 것을 놓고 목숨 건
각오로 선방에서 오로지 참선정진만 한다는 것은
우리 불교계 가장 큰 자랑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나 사회에 이런 복전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참선 참선 하는데 여러분들 대강 알겠지만,
간단명료하게 말씀드린다면 우리가 지금 살아가면서
갖가지 모양과 성질, 살림살이를 하고 지내고 있지만
개개가 누구나가 본래부터 이 세상에 나올 때
청정한 불성ㆍ자성자리를 가지고 나온 존재가 우리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여러분 지금 나를 보고 계시지요?
내가 하는 소리 들으시죠?
무언가 생각하고 계시지요?
분명히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불성ㆍ자성의 작용입니다.
우리들은 알고 모르건간에 본래청정한 불성을 갖고 늘 쓰고 삽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래청정한 불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 높은 곳에 생명의 근원이 되는 태양이 있음에도
중간에 비구름이 꽉 차면 푸른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구름이 비와 바람 태풍까지 만들어내고
우리는 그 속에서 갇혀 살고 있습니다.
어두컴컴한데서 더듬거리면서 사는 모습이 우리 중생들의 모습입니다.
이 세상 가장 값어치 있는 것은
우리 불성을 확실히 보고 아는 것이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것을 보면 대자유가 거기 있고,
무한한 복덕과 최고의 지혜가 거기에 있습니다.
여러분 화두들고 참선한다고 열심히 합니다.
아무리 해도 화두가 안잡히고 화두가 왔다갔다 합니다.
그러면 ‘나는 참선도 하나 제대로 못하는 물건인가’라고 절망합니다.
그런데 큰 은행에 가보면 안쪽에 아주 두꺼운 문이 있습니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습니다.
딱 맞는 열쇠 하나 넣으면 그토록 크고 육중한 문이 활짝 열립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러분들 그토록 죽고 못사는
목침만한 금덩이가 금고안에 쌓여 있는가하면
‘노란 신사임당’, ‘파란 세종대왕’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처럼 어렵고 힘들던 화두도 착 한번 타파하면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서 대자유가 거기 있고
무궁무진한 복덕이 거기 있고, 대지혜가 거기 있다고 봅니다.
그것을 ‘견성’이라고 합니다.
견성하기 위해서
지금도 많은 스님들이 선방에서 피땀을 쏟고 애쓰고 있습니다.
출가한 스님들 뿐만아니라 세속에 사는
거사님 보살님 여러분들도 바로 이 길을 가야 합니다.
수행공부에 출가가 있고 재가가 있겠는가?
나이 많고 적음 남자 여자의 경계가 없습니다.
오늘 법문이 내 마음밭에 훌륭한 불종자를 심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들 무엇을 하고 살든 본래부터 불성을 지니고 사는 존재입니다.
이번 생에 꼭 해야 하는 것이 자기의 불성을 보기 위해
견성하는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세월아 가거라’ 하면서
입만 벌리면 심심하니 적적하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참으로 이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볼 때 한시간이 아깝고 하루가 아깝습니다.
중생에서 벗어나 밝은 눈을 뜨고 바로 이 세상을 보고
대자유를 얻고 한량없는 복덕과 최고의 지혜를 얻어야 할 판에
어찌 허송세월 보내고 딴 짓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여러분 참으로 이 일이 가장 급한 줄을 알아야 합니다.
평소 세속에서 온갖 일을 다 하면서도 게으르지 말고
마음 가운데 한생각 기둥을 세워서 참선하는 이는 화두를,
염불하는 이는 아미타불을,
주력하는 이는 옴마니반메훔을
일념으로 끌고 나가는 노력을 하십시오.
참으로 진심으로 열심히 하면 오래지 않아 견성하게 될 것입니다.
절에서 삼일기도 칠일기도 백일기도 천일기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도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남의 일처럼 하지 말고 시간 허비하지 말고
가장 사람답게 살고 인생을 바로사는 이 일에 마음을 두고
화두를 들고 수행을 하십시오. 그것은 일념으로 해야 합니다.
일념이 무념경계까지 갑니다.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선풍기 날개가 몇 개 뿐이지만
바람이 세면 날개가 보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일념이 꽉차면 무념이 되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주관 객관이 있었을 것입니다.
무념경계에 들어가면 화두 드는 사람도 없고
들 화두도 따로 없습니다.
내가 바로 화두요 화두가 바로 나입니다.
비로소 삼매경에 들게 됩니다.
그런 길이 있음을 확실히 믿고
내가 얼마나 노력정진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키는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 경국사 회주 인환스님 불기 2558년 신년대법회 지상법문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