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여행의 여덟 단계
-어느 여행가의 프랑스 허니문-
지 은 이|비비안 스위프트
지 은 이|천미나
분 야|에세이>여행 에세이
발 행 일|2017. 4. 28.
페이지수|224쪽
판 형|180*230
정 가|13,500원
I S B N|979-11-5785-144-7(03840)
펴 낸 곳|참좋은날
(도서출판키다리의 성인브랜드입니다)
직장에 질리고 가족들에게 물리고, 스스로에게 권태를 느낄 때
우리가 품는 환상으로서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
여행의 기술, 사랑의 기술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한다. 그리고 남들보다 여행을 잘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누구보다 여행을 잘하는, 30여 년간 전 세계 곳곳을 누빈 여행전문가이다. 그런 여행전문가가 자신의 프랑스로의 허니문 여행기를 책으로 냈다. 그것도 마흔 여덟의 재혼 허니문기다. 두 살 더 많은 남편 역시 여행을 즐기고 한 번도 삶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낙천주의자다. 그들의 허니문은 어떠했을까?
우리는 허니문하면 대개 깨가 쏟아지고 달달한 낭만적인 여행을 상상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청춘남녀에게는 더욱 그렇다. 여행가의 전문적인 가이드와 달달한 여행기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것도 재혼 아니면 삼혼일지도 모를, 반백년을 살아온 이들의 허니문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책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구절에서 저자 비비안은 중년의 시선으로 여행과 사랑을 얘기한다. 우리가 이 책에서 기대하는 것은 여행지의 랜드마크에 대한 감흥이나 고급스러운 혹은 유용한 정보보다는 모든 것에 권태를 느낄 때 쉼표로서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저자는 여행에 대한 기대에서 시작하여 도착하고, 좌충우돌하고 적응하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사랑의 과정과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19살 산업용 게이지 생산 공장의 평범한 여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지만, 따분하고 변화 없는 일상에서 탈출과도 같은 휴가 여행에 대한 기대에서 여행가의 첫발을 시작한다. 그리고 30년 넘게 전 세계를 유람하는 여행전문가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프랑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저자는 여지없이 재혼 허니문 여행지로 프랑스를 선택한다. 누구에게나 흔한 프랑스 여행이 아닌, 때론 여행가로서 때론 신혼의 신부로 때로는 한량처럼 때로는 여행전문가처럼 허니문을 즐긴다. 그 이야기 안에는 사랑과 여행에 대한 저자의 오랜 생각이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냥 허니문 여행기가 아닌 여행의 기술류에 속하는 에세이이다. 물론 프랑스 여행의 길잡이가 될 만한 내용도 꽤 눈에 뜨인다.
중년들의 장래희망은? 여행!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돛에 바람을 싣고 탐험하라. 꿈꾸어. 그리고 발견하라.” 미국의 작가 마크 트윈의 이 한마디에 저자 비비안이 하고 싶은 말이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설문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러 문제에 묶여 꿈만 꿀뿐 여행의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늘 여행은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희망사항 1순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다. 삶의 많은 것을 이루었거나 이루어가는 중년에게도 이 문제는 적용된다. 흔히 장래희망이라면 장차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직업관의 관점이다. 하지만 중년들의 장래희망은 여행인 경우가 많다. 혹은 안락을 얻은 후, 노년의 여행을 역시 장래희망이 아닐 수 없다.
저자에게도 어디든 풍경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야 했고, 모든 곳에 자기가 있어야 했던 피 끓는 젊은 여행가의 시절이 있었다. 스무 살의 저자에 눈에 비친 중년 여행자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고작 스무 살에 자신은 이곳에 왔는데 그들은 늙고 지친 몸을 이끌고 고단하고 귀찮은 여행을 자청한 것을 두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도 중년이 되었다. 그런 그녀는 스무 살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고 한다.
“세상을 귀히 여기는 마음을 배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세상 속 네 자리를 소중하게 여기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한지, 넌 아마 알 수 없을 거야. 나이 들면서, 너와 나 중 누구라도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자 기적인지를 깨닫게 될 거야. 과람하고도 한없는 선물의 결과로 말이야.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더 잘 알게 될 거야. 떠나고 나면 이 모든 것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 말이야. 어차피 너의 출현으로 세상이 그리 바뀌지 않을 뿐더러, 세상에 있어서 너라는 존재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란다. 그러나 세상은, 이 세상은, 네가 언젠간 경의와 감사 속에서 여행하게 될 이 세상은 너에겐 전부였단다.”
프랑스 그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보다
저자는 프랑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소유자다. 그녀의 프랑스 여행은 일반 여행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에펠탑에 오르고, 루브르와 베르사유를 탐방하기 보다는 한량처럼 특별한 프랑스인들의 삶을 코스프레한다. 아침을 와인으로 시작하고, 카페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한량들의 늦은 오후 그린 아워를 초저녁 블루 아워를 누린다. 여행에서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치즈와 와인, 바게트와 크루아상, 캉파뉴, 키시, 굴이 등장한다. 끼니마다 중년의 여행자 부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특별한 프랑스의 식사를 즐긴다. 그리고 그 안에도 여행의 기술과 인생의 이야기가 흐른다.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나라다. 하지만 파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여행은 사람들 북적이는 관광지의 여행이 아니다. 더 작고, 더 내밀하고 더 현지적인 분위기와 장소로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완전 소도시나 시골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반나절 혹은 두어 시간 훑어 지나갈 갈 곳에 숙소를 정하고 숱한 여행과 삶에서 체득한 그들만의 방법으로 여행을 즐긴다. 그런 가운데 사소한 다툼과 의견대립이 있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이미 그런 사소함은 살아가는데, 사랑하는데, 여행하는 데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속품쯤 된다는 걸 알 나이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여행지의 풍광들, 소소한 물건, 음식, 남편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글과 어울려 흐른다. 저명한 소설가, 시인, 여행가들의 주옥같은 문장도 함께 한다. 뭔가 색다른 여행기다.
추천사
내가 흠모해 마지않는 여행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비비안의 이 책은 은밀하면서도 보물과도 같은 작은 비밀주머니다. 근심을 내려놓고 세심하게 책을 즐겨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의 저자
목차
1단계: 기대, 사랑과 여행에서 도착이 즐거움의 절반이다
2단계: 열병, 도착은 첫눈에 반한 사랑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3단계: 현실 확인, 길 위의 작은 요동
4단계: 허니문 기, 로맨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여행
5단계: 어려운 때가 닥쳐오다, 생존 요령
6단계: 안락지대, 기나긴 여정을 위한 준비
7단계: 길의 끝, 길의 끝은 헤어짐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8단계: 다시 제자로, 우리는 언제나 돌아온다
작가 소개
글과 그림 | 비비안 스위프트
여행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고, 30여 년간 40개국을 여행했다. 한때 파리에서 거주하며 일을 하기도 했는데, 프랑스 구석구석 안 다녀 본 곳이 없는 프랑스신봉자다. 지금은 미국 롱아일랜드 사운드에 있는 100년 된 집에서 남편과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책은 2005년 그녀의 나이 마흔여덟 살에 새 남편과의 프랑스 허니문에서 있던 일을 에세이로 남긴 것이다.
옮김 | 천미나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이화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어린이 청소년 책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사라지는 아이들』, 『아름다운 아이』, 『423킬로미터의 용기』, 『에드거 앨런 포』 등이 있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비비안 스위프트와 마찬가지로 ‘사월’과 ‘슈크림’이라는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으며, 여행가방 속에 이 책을 챙겨 프랑스를 방랑하게 될 그 날을 오늘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