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휘날리는 강가의 수양버들은
동양화에 흔히 등장하는 평화로운 정경이다.
버드나무는 강이나 호수.하천 등의
물가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버드나무가 물을 좋아하는 습성을 지닌데다
정수작용을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맥을 찾는 이들은 버들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어
수맥탐사용으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버드나무는 줄기찬 생명력을 지녀
건조한 땅이나 습지에도 뿌리를 잘 내리고,
성장속도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농가에서는 낫자루로 버드나무를 많이 쓰는데,
베어 만든 지 오래된 낫자루에서
연둣빛 가지가 솟아나기 일쑤여서
회생을 잘하는 나무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버드나무는
‘재생’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되어,
망자의 입속에 불린 쌀을 떠 넣는 반함(飯含)을 할 때
반드시 버드나무로 만든 숟가락을 쓰는 것이 관례였다.
이때의 쌀은 저승에서 먹게 될 양식을 뜻하여
버드나무를 사용함으로써 사후의 재생을 기약하는 것이라 하겠다.
헤어질 때 버들가지를 꺾어주는 것도
버드나무의 신속한 재생력처럼
곧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버들가지를 꺾는 절양류(折楊柳) 풍습은
한나라의 장안(長安) 사람들이 벗을 전송할 때
파교라는 다리에 나와 버들가지를 꺾어주며
이별을 아쉬워한 데서 비롯되었고,
이때부터 ‘버들을 꺾는다’는 말이 송별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4월의 청명.한식 때 나라에서 각 관아에
새불(新火)을 나눠주며 한 해의 불씨로 삼게 할 때도
반드시 버드나무로 불을 피우도록 하였다.
이는 버드나무가 재생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무기처럼 생긴 뾰족한 버들잎이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기능을 지닌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버드나무의 껍질과 뿌리는
한방 약재에서 치료제로 널리 이용되면서
버들가지를 씹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다는 처방이 있었으며,
버들가지를 씹어 이를 닦기도 했다.
가지를 꺾어 한쪽은 굵고 한쪽은 가늘게 만든 뒤
굵은 부분을 씹음으로써 이를 닦고,
가는 부분으로는 치아에 낀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했던 것이다.
버들가지를 씹는 작양지(嚼楊枝) 풍습은
고대 인도에서부터 비롯되어 스님들이 지참하는
‘비구 18물’의 하나로 버들가지를 꼽게 되었다.
이쑤시개를 뜻하는 일본어 요지(楊枝)도
버드나무(楊) 가지(枝)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버들가지는
관음보살을 나타내는 주요한 상징물의 구실을 하고 있다.
관음보살도(觀音菩薩圖)에는 주로
보살 옆 정병(淨甁)에 버들가지가 꽂혀 있는 모습,
또는 관음보살이 손에 버들가지를 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이는 인도 바이샬리지방에서 역병이 떠돌 때
관음보살이 나타나 버들가지와 정수(淨水)를 들고
주문을 외워 병을 물리치고 중생을 구제했다는 내용의
〈청관음경(請觀音經)〉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실제 통증치료제로 쓰였던 버드나무를 통해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관음보살의 자비와
신묘한 능력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나아가 버들가지가 미세한 실바람에 나부끼듯,
중생의 작은 소망에도 귀 기울여 듣는
관음보살의 자비를 상징한다고 보게 되었다.
이처럼 ‘감로수가 담긴 정병과
거기에 꽂힌 버들가지’라는 의미의 조합은,
중생을 구제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관음보살의 대자대비한 면모를 드러내주고 있다.
따라서 그림을 보는 이들은,
관음보살이 버들가지로 정병에 담긴 감로수를
사바세계에 널리 뿌려 중생들을 고통에서 구해주리라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는 것이다.
재생과 치유의 의미에 널리 쓰이는 버드나무의 상징성이
실제 나무가 갖춘 습성과 효능에서 비롯된 것을 보면서,
과학과 신앙의 간격이 그리 크지만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불교신문 2714호/ 4월23일자]
구미래 / 민속학 박사·성보문화재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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