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죽음 또는 우화
/ 오규원
죽음은 버스를 타러 가다가
걷기가 귀찮아서 택시를 탔다
나는 할 일이 많아
죽음은 쉽게
택시를 탄 이유를 찾았다
죽음은 일을 하다가 일보다
우선 한 잔 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기 전에 우선 한 잔 하고
한 잔 하다가 취하면
내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무슨 충신이라고
죽음은 쉽게
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이유를 찾았다
술을 한 잔 하다가 죽음은
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것도
귀찮아서
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생각도
그만두기로 했다
술이 약간 된 죽음은
집에 와서 TV를 켜놓고
내일은 주말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건강이 제일이지―
죽음은 자기 말에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그래, 신문에도 그렇게 났었지
하고 중얼거렸다.
첫댓글 생명도 귀찮고, 당연히 일은 미루고 술에 취해 가짜여유를 부리다가 티비와 신문이 주는대로 아무의식없이 받아먹고 육신만 살아있는 삶처럼 느껴지는.. 오
마리님. 고운 마리님.누구나 자기 마음에 꽃밭 하나를 일구고 사는 것이 인생이죠. 의식을 하든 모른체 하며 살던 그 누구에게나 소유된 세계.아무쪼록 알뜰히 가꾸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