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영국 노동당 정부는 서민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겠다며 고(
高)소득자에게 최고 83%의 누진소득세를 부과했다. 처음에는 많은 국민이 지지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부자들은 세금이 적은 외국으로 옮겨갔고 기업의 해외 탈출이 줄을 이었다. 경제가 침체되면서 오히려 전체 세수(
稅收)는 줄었고 사회보장제도가 후퇴했다.
노무현 정부는 2%의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98%의 국민을 위해 쓰겠다면서 종합부동산세 신설과 양도소득세 중과라는 ‘세금 폭탄’을 때렸다. 그러나 부동산값 안정은커녕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과 땅값, 전세금 급등세는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중산층과 서민은 부동산값 폭등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부동산값이 진정된 것은 계층 갈등을 부추긴 세금 폭탄이 아니라 주택공급 확대와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른 수요 감소 때문이었다.
야당에서 ‘무상(
無償) 복지 시리즈’의 재원 마련을 위해 ‘부자 증세(
增稅)’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보편적 복지는 부자 증세 속에서 재원을 마련해 가야 한다”며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같은 당의 천정배 최고위원은 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기존 소득세에 일정 비율을 할증하는 프랑스식 사회복지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진보신당은 “보편적 복지를 위해 부자들에게 세금 폭탄을 안겨드릴 생각이 있다”고 논평했다.
‘공짜 복지 세트’는 필연적으로 세금 부담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다. 부자 증세론은 “복지는 대폭 늘리더라도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세금은 늘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나 박지원 원내대표보다 솔직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서민에게 나눠주자는 말 역시 ‘공짜 복지’ 주장만큼이나 허점이 많고 부작용이 크다.
소득세나 법인세를 올리면 고소득자나 기업은 자구적(
自救的) 대응에 나설 것이다. 주택이나 상가를 가진 여유 계층에 세금을 더 물리면 임대료가 올라 세입자나 자영업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기업의 법인세가 높아지면 그만큼 직원들의 급여나 사내(
社內) 복지가 줄어들게 된다.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이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돈과 기업은 우리나라보다 세금이 적은 나라로 아예 빠져나갈 것이다. 경제가 이런 악순환에 빠져들면 가장 큰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간다.
프랑스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리는 록 가수 조니 알리데는 2006년 “세금이 너무 많아 프랑스에서 더는 살 수 없다”며 세금부담이 훨씬 적은 스위스로 옮겨갔다. 그는 “세금 내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나친 세금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자 증세’ 주창론자들이 모델로 삼는 프랑스에서는 알리데처럼 스위스로 ‘탈출’한 사람만 10만여 명에 이른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는 자국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기존의 부유세를 폐지했다. ‘부자 증세’는 친(
親)서민은커녕 반(
反)서민적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