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호 |
6960 |
조
회 |
800 |
이
름 |
김성익 |
날
짜 |
2005년 8월 3일 수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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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권력자는 죽을 때까지 해먹으려 한다" |
- 1986년 1월 20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全斗煥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李源京 외무부 장관으로부터 새해 업무 계획을 보고받고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외교역량의 발전에 생존권
달렸다
대통령: (李源京 장관의 새해 업무 계획 보고 청취 후) 우리가 지정학적으로 외교 역량에 따라 국가 생존권이 좌우되는 것은
과거 역사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 주변국들이 모두 최대강국들이기 때문에 외교 역량이 얼마나 발전되느냐 하는 데에 역사를
계승하느냐 못 하느냐가 달려 있어요. 우리 선대(先代)들이 외교 역량을 훌륭하게 구사했기 때문에 강대국에 흡수되지 않고 자주 독립 국가로 생존해
온 역사적 사실도 참고해서 외무부 공직자 여러분은 국제 정세를 예상한 당면 외교 정책과 중기 계획, 장기 방향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 계획을 보완, 발전시켜주기 바랍니다.
지시 사항에 앞서 당부할 것은 우리가 광복된 지 40년이 되었는데 외교
사료가 없어서야 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외교사(外交史)를 편찬할 것을 내가 지시합니다. 기획원에서도 예산을 지원해
주어서 정책을 연구하고 수립하는 데에 외교사가 참고되도록 하기 바랍니다.
대통령: 외무부의 여러분에게 지시할 것은 국제 정세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겁니다.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모여 있으면 나라와 민족을
멸망시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올해에는 공산권 국가, 비동맹 제3세계 국가와의 관계 유대 강화에 지혜와 지력을 모으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접촉하지는 말고 의연하면서도 방향을 잘 설정해서 어디부터 두드리면 될 것인지 가능한 부분부터 차분하게 해야 합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이 있으니 접근할 명분도 있고 상대에게 설득력도 있습니다.
특히 일차적으로 맞이하는 국가 대사인 86
아시안게임을 외교적 측면에서 성공이 보장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지시합니다.
"팀스피리트 훈련은 중단하면 안
돼"
대통령: 오늘날은 경제, 통상 외교 시대입니다. 우리 같이 어중간한 국가 수준에서는 통상 외교가 원칙이 되어야 관계가 오래
갑니다. 기술 이전을 한다든지 그 나라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주면 외교관계의 기반이 강화될 것입니다. 작년에는 한미간 무역 마찰이 심한
한 해였습니다. 우리가 수출국으로서는 세계 160개국 가운데 13위의 경제 대국입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문닫고 동정만 받는 식으로는 안
됩니다. 모든 협상 상대에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데 더 큰 것을 받도록 하라는 거예요. 미국도 중간 선거가 끝나면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미국 경제가 어려워서 적자를 감당 못 할 형편이기 때문에 그렇기는 하지만… 주미 대사관을 중심으로 창구를 단일화해서
통상 외교를 잘해야 됩니다. 아무데다 로비만 하면 돈만 주고 활용 못 하는 꼴이 되어 버려요. 돈을 주었으면 그 돈보다 많이 활용해야 되는데
그건 우리 머리에 달린 거요. 경제부처와 외무부가 팀워크를 짜서 해야지 정부 안에서 중구난방이 되어서는 안 돼요.
북한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트집잡아 남북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는데 외무부와 국방부가 미국을 잘 이해시켜야 합니다. 미국 쪽에서 팀스피리트 때문에
남북 대화가 안 된다고 몰릴까 봐 작년보다 15일간 단축했다고 기자들한테 얘기한 모양인데 이 훈련을 11년 전부터 했고 80년도에는 팀스피리트
기간에 남북 총리 회담 실무 회담을 한 예가 있지 않아요. 그러다가 지금 와서 못 하겠다는 건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 3자 회담 성사, 이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공략하는 겁니다. 미국이 88년과 우리의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그 전과 똑같이 이 훈련을 해야 남북간의 전쟁 억제와 균형
유지가 되지, 그렇지 않으면 군사적 불균형을 가져오고 도리어 북한과 소련, 중공의 정책을 성공 시켜주는 꼴이 된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돼요.
군대를 가진 나라가 훈련 안 하는 나라가 어디 있어요. 미국이 조금만 잘못하면 큰 우(愚)를 범하는 거요.
자칫하면 미국이
내년부터 팀스피리트 훈련을 안 하려고 할지 모르니 진심으로 한반도에서 평화 정착을 원한다면 팀스피리트 훈련을 변함 없이 해야 된다는 걸 잘
이해시켜야 합니다.
"국내 정치 모르면 외교관 자격 없어"
대통령: 우리 외교관들 중에는 국내 정치 문제는 잘 모르는
게 유능한 외교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어요. 국내 정치를 모르면 외교관 자격이 없는 거요. 외국 사람들이 외무부에 국내 정치 상황을 물어보면
소상하게 시원하게 알고 갈 수 있도록 되어야 합니다. 그 나라에서 가장 애국자가 외무부에 있어야 돼. 성심으로 일을 안 하면 사람 수가 많아도
소용이 없어요. 북한은 가족도 없이 해외에 나가서 2, 3명이 움직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숫자가 배 이상 되는데 북한의 金日成 선전에 열세에
몰려 있어요. 정신 무장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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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86년 全斗煥 대통령은 이날 외무부 업무 보고를 시작으로 3월 11일까지 23개 중앙 관서의 연두 주요 업무 계획 보고를
들었다. 1월 16일에는 86아시안게임 및 88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평화적 정부 이양의 성취 등을 3대 국가 과제로 설정한 내용의
국정연설이 있었다. 全 대통령에 있어서 매년 1, 2월은 국정 연설과 1월 15일의 민정당 창당 기념 행사 참석, 1월 18일의 생일 축하연,
각 부처의 연두 업무 보고 청취 등으로 바쁜
때였다. -----------------------------------------------------------
<남북
대화로 北의 지도층을 교육해야> - 1986년 2월 2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10분까지, 全대통령은 청와대에서 朴東鎭
통일원 장관으로부터 새해 업무 보고를 받았다.
"88년 가면 북한도 살기 위해 변화한다"
대통령: 대화를 통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북한의 저의와 속셈을 읽고 있지만 세심한 관찰과 극도의 긴장이 필요해요. 상대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늘 기동성 있는 대비책을 강구하는 데에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새로운 대응책을
창출해 내야 합니다. 남북 대화에는 인내심과 폭넓은 아량이 필요합니다. 대화를 해보면 억지 소리, 일방 주장이 그들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상대를 모퉁이로 몰아 세워서도 안 됩니다. 팀스피리트 훈련이 끝나면 북한이 먼저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기선을 제압하는 대비를 해놓아야 합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과거 북한의 만행을 시기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60년대 후반에 대남 무력 도발이 가장 심했는데 68년 1월 21일 울진 삼척 무장 공비 침투 사건, 푸에불로 납치 사건 EC 121
격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등이 이 때 일어났습니다. 북한이 군사적 자신감을 가지고 만행을 저지를 때는 소련과 밀착되었을 때이고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라는 분석도 있으니까 참고하도록 하시오. 남북 문제가 이념 집단 간의 대결로 계속돼온 게 40년이 넘었는데 앞으로
5년 정도의 변화를 장기 전망해서 통일 문제에 관한 계획을 세우기 바랍니다. 88올림픽과 평화적 정부 이양이 성공되면 한반도 문제는 획기적인
변화가 옵니다. 북한은 변하지 않으면 생존이 곤란합니다. 이 상태가 88년까지 가면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해야 할 거요. 더 이상 군사력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해집니다.
"우방도 속으로는 통일을 안 바랄지도"
대통령: 통일은 한반도의 직접 당사자인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풀어가면서 열강의 협조를 유도해야 합니다. 대화는 어느 일방이 득(得)만 볼 수는 없어. 득은 크게, 실(失)은 적게 해야지. 통일은
10년 내로 길이 트일 것 같아요. 중공의 변화가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중공이 현대화 계획이나 서방 접촉을 노골적으로 해서 정세 변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소련이 공산당 대회에서 강령을 바꿀지 모르는데 앞으로 소련은 공산당만 가지고는 안 될 겁니다. 이런 변화가 북쪽에는
불리하고 우리한테는 유리하게 됩니다. 동서독 통일은 인근 국가들이 겁을 먹지만 우리는 독일 같이 인근 국가들이 겁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우방도 겉으로는 통일을 지지한다 지지한다 하면서 내심으로는 우리의 통일을 바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남북 대화를 주도하는
것은 대화 성과가 없어도 북쪽의 사상 골수 지도층을 대화를 통해 교육하는 데에도 있어요. 일단 대화를 하면 우리가 하는 얘기를 안 들을 수는
없을 것이고 자기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됩니다. 남쪽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아주는 기회가 됩니다. 그들의 충성심을 약화시키는 데에
좋은 효과가 있어요. 당성(黨性)이 강한 사람들도 우리 실정을 직접 와서 보면 흔들릴 것입니다. 체육 회담은 소련 등 공산권이 88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까 봐서 설설 기고 그러지 마시오. 의연하게 나가야 돼요. 우리가 저자세로 나간다고 오나요. 그 동안에도 소련 선수가 많이
왔었어요. 8년간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으면 선수가 다 늙어요. 그러면 그들 국내적으로도 정치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거요. 남북 대화를
주도해서 승기(勝機)를 잡는 데는 내부 상황이 변수가 됩니다. 우리가 안정되면 북한이 저자세가 되고 혼란하면 북이 고자세가
됩니다. -----------------------------------------------------------
<권력자의
속성> - 1986년 3월 8일(토) 오전 11시 15분부터 12시 10분까지 全斗煥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鄭九鎬 공보 수석비서관과
필자를 불러 업무 지시를 했다.
"비상 사태에 대비한 담화를 준비해 두도록"
대통령: 국가 원수를 지낸 사람이 쓰는
회고록이 피상적인 내용이어서는 안 되겠어. 자네가 경호 실장, 의전 수석과 협조해서 내가 내리는 국정 운영의 지침이나 대화의 기록을 유지하도록
해야 돼. 공식 행사나 비공식 행사에 배석하고 지방 행사에도 수행하도록 해. (鄭 수석에게) 요즈음 텔레비전에 내가 악수하는 장면을 빼니
보기가 좋더군. 맨날 밥 먹는 장면 아니면 악수하는 것만 나가서 국민들이 식상했는데 패턴을 달리하는 것도 좋겠지. 鄭 수석: 앞으로는
각하의 실상을 전달하기 위해서 가끔 사전 연출을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 어색하지 않게 해야겠지. 꼭 필요하다면 몰라도.
金基道(방송 담당 비서관)가 연구하고 있기는 하겠지. 역시 텔레비전이 제일 중요해. 텔레비전 보유율이 90%가 넘으니까. 앞으로 정국
상황이 악화된다든지 하면 특별 성명을 내야 할 때가 올지 모르겠어. 공보 수석은 비상 사태에 대비해서 통치권자로서 그것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등을 미리 호소력이 있는 내용으로 작성해야 돼. 헌법을 개정하려면 규정된 절차에 따라야 할 것 아니냐 하는 거야. 개헌안은 대통령이나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국민 투표에 부치게 돼 있어. 신민당 의석이 과반수가 안 되는데 합헌적으로 발의할 수 없지 않나. 선거를 통해
의석을 늘리고 국회에서 개헌을 하도록 해야지, 개헌 서명을 받는다고 선동하는 것은 일종의 군중 혁명을 하자는 거야. 나라가 시끄러우면 누구한테
피해가 가나. 결국 피해볼 사람은 국민밖에 없어. 우리가 절대적으로 당위성과 명분을 가지고 있어. 내가 대통령을 더 하기 위해서 호헌이나
개헌을 하는 게 아니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하는 전통을 확립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나. 미국 국무성 대변인과 아마코스트
차관도 ‘전두환은 물려주겠다니 마르코스와는 다르다’고 했다지. 한국과 필리핀이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국민성이 다른데, 같이 취급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모욕하는 거야. 우리는 4.19때 이미 오늘의 필리핀 사태를 체험했고 국민소득만 해도 우리가 2,000달러인데 필리핀은 700달러밖에 안
돼. 우리 나라에서 필리핀 사태를 생각한다면 환상이야. 그런 환상을 깨뜨려야 돼.
"권력자는 죽을 때까지 해먹으려고
해"
대통령: 사실 동서고금을 통해 권력 쥔 사람치고 스스로 내놓겠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죽을 때까지 해먹으려고 발버둥 치는
게 권력자의 속성이지. 우리는 내가 한 번 넘기고 여기서 나가면 이것이 전통으로서 그대로 지속될 수가 있어. 헌법 문제는 내가 그만두고
나서 89년에 가서 논의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다고 봐. 어디까지나 평화적 정부 이양을 위한 호헌이야. 내가 연설하는 기회에는 이것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논리를 정연하게 정리해 놓도록 해요. 5공화국이 발족한 후 사실 일을 많이 했어. 소득이 거의 두 배로 올랐지 않나. 우리가
한 일을 다 알아주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국민 50%의 이해는 얻어야 하지 않겠어? 출범 5년 동안에 선거를 세 번 치렀는데
물가 안정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정치 자금을 안 썼다는 반증이야. 지금 학생들이 부정 부패 얘기를 안 하지 않나. 내가 업자들한테서 몇 십억
몇 백억을 얻어 쓰면 기업이 제대로 될 수가 없어요. 정치 자금을 거두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주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을 쓰니 부담이
없어. 액수도 적고… 대통령 책임제 아래서 대통령의 힘이란 막강한 게 사실이야. 나의 뜻을 정책이나 법에 반영시켜서 시험해 나갈 수 있으니
대통령의 말이 법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내가 5년이 지났지만 양심적으로 말해서 이 자리를 즐긴다는 느낌을 가져본 일이 없어. 나한테 관한
유언비어도 감정대로 한다면 수사 기관을 동원해서 뿌리 뽑으려면 못 할 것도 없지. 사람이 완전할 수가 없으니 그걸 들어주고 있는 거야. 사실이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 밝혀질 테니까. 우리 나라의 경우는 대통령의 자세가 아주 중요해. 내가 이 자리에 올랐지만 농촌의 가난한 집안에서
나서 무슨 배경이 있었나. 내가 어떤 자리를 맡든지 열심히 노력했어요. 군에서도 부하들한테 술 먹고 노름할 시간을 안 주고 연구 과제를 주었지.
영하 20도에도 구보를 시키고 나도 같이 뛰었어. 돈이 없어도 미에 사람들이 교육을 간다든지 하면 단돈 2,000원이라도 보내고… 형식적으로가
아니고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했어. 25년 군인 생활을 하는 동안 그런 식으로 지휘하니까 내 이름이 올라가더라고. 항상 내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지려고 그 분야의 교범을 몇 번씩 읽고 외우고 했어요.
대통령은 만물 박사가 되어야 해요
대통령: 내가 기억력은
괜찮은 것 같아. 내가 중대장 할 때 일주일 만에 180명의 이름을 다 외웠더니 모두 놀랐어. 대통령은 만물 박사가 되어야겠더군. 경제도 그래.
내 기억력은 남들도 놀랄 정도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외워야 될 것이 많고 복잡해. 경제 숫자만 해도 인구 증가율, 개인 소득, 업체 가동률,
수출 수입액, 사업체 숫자, 학교 학생 수, 공무원 수, 일년 예산, 외채, … 내가 이런 것들을 다 외우고 있어. 국가원수는 미련하고
양심이 없는 철면피라야 될 것 같아. 그런데 나는 그렇게는 못 해. 우리 나라도 평화적 정부 이양의 선례만 남기면 국민이 좋아할 것으로 봐.
우리 국민들은 정이 많고 분별력이 뛰어나요. 내가 대통령을 그만두고 여기서 살아나가기만 하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를 반드시 듣게 될 걸로 봐.
내가 그만두고 나가서 국민들에게 얘기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을 거야. 대통령을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마치고 나온 사람이 되는 거니까. 그래야
우리도 선진국의 예처럼 국민들이 믿음직하게 생각하는 원로 층이 두터워지지 않겠나. 그런 것을 이룩해야 우리 나라도 강해져요.
개헌
문제로 정국은 대결국면
이 대목은 全 대통령이 2월 15일에 새로 부임한 鄭 공보 수석과, 2월말부터 회고록 자료 수집 업무를 맡게
된 필자에게 업무를 부여하면서 ‘교육’하는 자리였다. 全 대통령은 공보 수석이 부임할 때마다 비상조치 담화문을 항상 미리 작성해서 가지고 있도록
지시하고 정국이 시끄러워질 때마다 그것을 점검했다. 이 때의 개헌 정국은 全 대통령이 1.16 국정 연설에서 ‘개헌 문제는 89년에 가서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호헌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열흘 후 당시 야당인 신민당은 1천만 개헌 서명 운동에 착수할 것을 선언, 대결 국면이
조성되고 있었다. 2월 7일에는 金泳三 민추협 의장이 신민당에 입당, 88년 이전 개헌을 요구한 데 이어 신민당은 2월 12일부터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민주당사와 민추협(民推協)에 대한 압수 수색 등 강경 방침으로 대처하는 한편, 2월 24일 全斗煥 대통령이 3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불러 회동한 자리에서 ‘국회와 정부 내에 헌법특위를 설치해서 연구하고 89년에 가서 개헌 무제를 처리토록 할 것’을
제시했다. -----------------------------------------------------------
<버마
사건 때 느낀 것은 ‘대통령제는 위험’> - 1986년 3월 11일 오전 9시부터 9시 40분까지 全斗煥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 구라파 순방에 앞서 업무를 챙기는 자리에서 개헌 문제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불행한 역사 자초할
위험마저
오늘 수석 비서관 회의를 소집한 것은 내가 며칠 있으면 외국 순방에 오르는데 이달 말부터 임시 국회도 해야 될 것 같고
한미 안보 회의도 있고, 대법원장 임기 만료가 되고… 일이 아주 많아요. 3월부터 5월이 국제 행사도 많고 동시에 3월부터는 학원, 임금
조정 문제, 노사 문제와 종교인들의 문제가 있게 되는 때요. 그리고 해동(解凍)이 되었기 때문에 북괴 무장 공비 침투와 테러 단 침투 우려가
있고 봄이 되면 사회 기강 문제, 공무원의 해이한 근무 자세 등등 여러 가지 여러분이 착안해야 할 사항이 많아요. 내 임기가 이제 1년하고
아마 11개월 정도 남았을 거야. 우리 나라에선 평화적인 정부 이양의 선례도 없고 이번이 최초가 되니 어떤 문제가 전개될 것이다 하는 것을
여러분들이 능동적으로 연구해서 슬기롭게 대처해 주어야겠어요. 그렇지 못하면 정치 사회의 혼란이 일어나 오히려 평화적으로 정부를 이양하겠다는 것이
또 하나의 불행한 역사를 자초하는 결과를 이어질 위험마저 있습니다.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이에 대처해야겠어요. 그 동안 비서들도 교체가
됐으므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중지(衆智)를 모으는 것이 필요해요. 비서관끼리 얘기하는데 보안이 안 된다면 그런 회의는 할 필요가
없어요. 자기 혼자서 해야 잘하는 것 같이 생각하는 데서 일을 저지르게 돼. 역사상 처음인 평화적인 정부 이양도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다소의 시끄러움이 있지만 기선을 제압해서 밀고 가면 선진국 못지않게 좋은 전통을 확립할 것으로 나는 확신하고 있어요. 내가 지난번 국정
연설에서도 89년에 개헌을 논의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순리다, 그래도 늦지 않다고 얘기한 것 여러분이 알 거요. 국정 연설에서 밝힌 것이 얼마
전 3당 대표 회담에서 한 얘기나 똑같아요. 89년에 개헌할 필요성을 느끼면 지금 빨리 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억지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개헌한다’ 가 아니고 ‘논의를 하고’ 필요성 여부를 국민에 의해서 그때 가서 결정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그걸 확실히 알아야
해요. 89년까지 내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나로서는 호헌(護憲)이야.
나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호헌이야
대통령:
지난번 3당 대표 모임에서도 내가 얘기했지만 헌법에 관한 한, 헌법 특위든 연구위든 국회에서 헌법에 관해서 연구 논의 하는 것은 정상적인
활동입니다. 그게 정치라고 나는 봐요. 지금까지는 우리가 국회에서 헌법을 논의하는 것까지 막아왔어요. 그런데 민정당, 신민당, 국민당이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호헌이든, 개헌이든 상호 토의해서 논쟁이 얼마든지 이루어져도 좋다, 그러나 의회 밖에서, 원 외에서 서명 운동을 하는 것은
위헌적 행위이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니 원내에서 하라는 겁니다. 국회에만 헌법 전문가가 있는 것이 아니고 국내에 저명한 사람이
정부에서도 헌법 전체에 관해 헌법에 하자가 있느냐를 대통령 직속으로 연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연구를 해서 바꾼다면 89년에, 바꿀 필요가
없다면 89년에 가서도 그대로 존속시키는 겁니다. 헌법을 바꾼다고 민주주의가 바로 되나. 몰지각한 사람들은 겨우 몇 개월 동안 연구를 해서
금년 중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제는 우리 나라도 전반적으로 성년기에 와 있어요. 졸속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나는 봐요. 기왕
헌법 문제게 손을 대려면 헌법 체제 전반에 다시 손댈 필요가 있어요. 꼭 대통령 책임제가 좋으냐, 다른 선진국들이 하는 내각 책임제가 좋으냐,
실질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은 사항도 있어요. 내 개인적으로 그래요. 우리 나라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대통령 책임제는 위험 요소도 있습니다.
내가 버마 사건을 당하고 느꼈지만 대통령 한 사람을 해치워서 나라의 근본이 흔들린다면 아주 위험해요. 가령 일본은 수상을 열 번을 죽여도 우리
나라에서 대통령이 희생될 때와 같은 혼란은 안 오게 되어 있어요. 포르투갈의 2원집정제(二元執政制) 같은 것도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정치 문제를 가지고는 싸움을 해도 안보 문제를 가지고 싸우면 안 돼요. 우리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대통령이 어디 나가기도 겁이
나. 내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내가 겁이 나요. 朴 대통령 돌아가신 후에 나라 꼴이 어떻게 되었나. 삽시간에 무정부
상태가 되었어요. 한 사람에게 권력과 책임이 집중되어서 국가가 삽시간에 혼란에 빠지는 위험을 예방하는 정치가 이제는 검토가 되어야 하지 않나,
이게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것을 헌법위를 설치해서 세계 각국의 좋은 점과 우리 현실도 참작해서 연구해야 돼요. 대통령 직선제냐
간선제냐 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개헌을 하려면 근본적인 대안이 있어야 하고 안 그러면 호헌을 해서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좋다고 나는 봐요. 간선제 선거법이 불합리하면 선거법을 합리적으로 보완하는 방법도 89년에 검토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야.
정치 혼란 계속하면 국회 해산시킨다
대통령: 나의 정부는 기본이 호헌에 있어요. 우리도 정치를 해야 하니까
길거리에서 서명하는 것을 때려잡으면 민심이 소란하고 대외적으로 모양이 나쁘니 일차적으로 원내로 수렴하자는 거지. 국민들 보기에도 그렇고,
우방 보기에도 명분이 있어야 하니까 내가 ‘89년 개헌 논의’를 제시한 것이지 우리의 기본은 호헌이라는 것을 여러분이 확실히 알아야 돼요.
민정당에서도 떠드는데 89년에 가면 무조건 개헌을 하는 게 아니야. 그때 가서 헌법 개정을 하느냐, 안 하느냐를 놓고 국민 투표를 할
수도 있어요. 그 결과 개헌을 하라고 하면 도리 없겠지. 정부가 힘이 있고 안정되어 있으면 방법이 아주 많아요. 그렇게까지 내가
아량을 보였는데 야당인 신민당에서 일반 민생 문제를 도외시하고 정치 의안을 가지고 국회를 공전시키면 내가 이번에 외국 순방을 마치고 오면
대통령의 비상조치권을 천상 발동 안 할 수 없어요. 발동해서 문제 인물에 대해 힘으로 한번 정리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어요.
국회법이나 학원 안정법 등을 현재의 국회에서 다 통과시키고 난 다음에 해산시킬 작정이야. 우리 경우에는 계속적으로 정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인내할 만한 시간의 여유가 없어요. 나의 기본은 호헌이고, 89년부터 개헌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다 하는 것을 분명히 해
둡니다.
비상조치 언급은 장외 투쟁 견제 의도
이 대목에서 全 대통령은 2.24 3당 대표 회동에서 자신이 제시한
‘89년 개헌 논의’ 방침의 발표 및 보도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89년에 가서 개헌 논의 여부를 결말 짓자고 한
자신의 말이 ‘89년 개헌 가능’으로 발표되었고 민정당마저 3월 8일에 89년 개헌을 당론으로 결정한 데 대해 정정(訂定)을 시도했지만
당시로서는 효과가 없었다. 全 대통령이 비상조치 발동을 언급한 것은 이날 신민당이 개헌 추진위 서울시 지부 현판식을 개최, 장외 투쟁에 돌입한
데 자극을 받아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全 대통령은 재야 세력이나 야당이 장외 행동을 할 때에는 내부의 모임을 통해 비상조치권 발동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그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자신이 하는 말이 밖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을 의식하고 장외 투쟁에 강경 대처하겠다는
엄포로, 말하자면 심리전을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全 대통령은 내각 및 당 등 정치 기구를 대통령과 연결하는 고리로서 수석 비서관들을
운용, 수석비서관 회의를 매월 한 번씩 직접 주재했다. 수석 회의는 전번 달의 실시 사항과 그 달의 예정 사항을 점검하고 자신의 시국 인식을
표시하고 전반적인 지침을 주는 식으로 운용했다. 비서는 자신의 분신이라는 생각으로 회의 때마다 자신의 인식을 수석들에게 주입하는 훈시와 교육을
빼지 않았다. 수석비서관 회의는 보도되지 않는 비공식 회의로서 全 대통령은 실무 부서의 발언 자료 준비 없이 자신이 직접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거나 수석비서관들의 보고를 듣고 즉석에서 지침을 주는 식이었다. 수석 회의에서 대통령이 한 말은 수석비서관들을 통해 관계 부처와 당 등에
전달되어 지시사항으로 이행되거나 공직 사회의 공감대로 확산되도록
했다. -----------------------------------------------------------
<호텔에
냄새 안 나게 할 것> 1986년 3월 1일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 10분까지 청와대 영빈관에서 서울 아시아 경기대회
운영계획보고회가 대통령 주재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金滿堤 부총리, 張世東 안기부장, 孫製錫 문교, 朴世直 체육, 李海元 보사 장관, 金宗河
체육회장, 각 종목 본부장 등 135명이 참석했다.
돈을 물쓰듯 하면 누가 못 하겠어요
대통령: (조직위측 운영 보고
청취 후) 참가 선수단이나 임원들이 묵을 호텔에 냄새가 안 나야 돼요. 지방 장관이 책임지고 곰팡이 냄새가 안 나게 미리미리
챙기시오. 축구는 싸움질이나 난동 사고가 나기 쉬우니까 경찰 개입을 미리 준비하도록 해요. 승마 대회는 처음 열리니 준비를 잘 해야 될
거요. 말에 대한 검역 수송이 잘 되도록 하시오. 실력이 없어서 져놓고 수송 탓을 하기 쉬울 테니… 경기장 내외의 휴게실,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이 잘 돼 있어야 합니다. 내가 작년 장충 체육관에 갔는데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파. 체육회장 가보셨나요. 냄새가 괜찮아요? 이번 대회
경기 때는 우리 체육 용구를 최대한 쓰도록 하시오.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거야. 88올림픽 때도 경기 연맹 책임자들이 국산 용구를 최대한
사용토록 승인 받도록 노력 하시오. 그러면 해외에서 우리 체육 용구 선전을 하기가 아주 좋아요. 관심을 가지고 얘기하시오. 전산망은 그
동안 전국 체전을 통해 시험해 봤지요? 과학 기술처와 협조해서 아주 대회 전산화는 국산으로 쓰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그 동안 4년간 아주 대회
준비를 위해 애썼고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아주 대회와 88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내가 강조한 것은
최소한의 예산으로 가장 알찬 대회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제 경기를 할 때 보면 돈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이 아닌데도 돈을
덤벙덤벙 씁니다. 돈을 물쓰듯 하면 누가 못 하겠어요. 자원 봉사단은 왜 합니까. 돈 때문이지. 86 아주 대회는 우리 특수 상황에서는 88
올림픽보다 더 중요합니다. 립시 사령관이 회견했는데 금년 5월에 북괴의 남침 위협이 있다고 했어요. 립시 사령관이 책임 없는 말을 근거 없이
전세계를 향해 할 수 있겠습니까? 86 아주 대회가 성공하면 88 올림픽을 성공시키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습니다. 86이 성공해야 88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제 190일 남았는데 체육회 등 관계 부서가 마무리 점검을 잘해야겠습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에서 하는 것이니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제일 과학적, 합리적, 근대적인 방법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내 욕심입니다. 경기장
완공이 7월 중으로 되어있는데 기일을 넘기니 공기를 앞당기려 무리하면 안 되고 7월까지 확실하게 마치도록 공사 감독을 잘해야
합니다.
준비만 잘하면 뭘 해, 금메달을 많이 따야지
대통령: 아주 대회는 우리 마당에서 싸우니 어떻게 하든지 금메달을
많이 따야 돼요. 준비만 잘하면 뭘 해. 체육회장이 수시로 나가서 선수들과 식사도 같이하고 사기를 올리고 정신적으로도 지원해
주시오. 선수, 임원들의 신변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경찰이나 정부 기관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이 해야 합니다. 호텔도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이 사정을 제일 잘 아는 겁니다. 경찰이 평소에 호텔에 갈 일이 뭐 있겠어요. 하룻밤 가면 한 달 월급 날라갈 텐데. 경찰이
호텔 경비까지 맡는 것은 무리예요. 북괴 테러에 대비해서 모두 함께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합니다. 아주 대회야말로 선진 도약의
분수령입니다. 86, 88을 우리가 어떻게 유치했습니까. 우리 한민족이 하도 고생을 많이 하고 잘 해 보려고 해도 안 되고 하니 하늘이 큰
선물로 준 것인데 이런 걸 활용 못하는 민족은 이 지구상에 살아남을 수 없어요. 살아남아도 종 노릇밖에 할 게 없어요. 이것을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면 후손에게뿐 아니라 나라와 역사에 죄를 짓는 거요. 정치인들의 정치 목적을 위한 사회 불안은 용납할 수 없고 용납하지도 않을 겁니다. 모든
분야에 끝마무리를 잘해주기 당부합니다.
올림픽 준비단장으로 자처
全 대통령은 자신의 결단으로 유치에 성공한 88 서울
올림픽에 유별난 관심을 가지고 준비에 정력을 쏟았다. 그는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3대 국가 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수시로 전방과 치안
일선을 시찰, 안전 문제를 점검했으며 틈날 때마다 올림픽 경기장 건설 현장과 태릉 선수촌 등을 돌아 보는 등 ‘올림픽 준비단장’으로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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