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계의 근본취지[受菩薩戒法序] 강의 14
如末利夫人은 惟酒為戒하고 仙豫大王은 惟利惟慈니라
[원문] 예컨대 말리부인은 오직 술을 만드는 것으로서 계를 삼았다. 또 선예대왕은
오직 사람들에게 이익한 일과 오직 자비를 베푸는 길만을 선택하였다.
[해설] 앞에서 “보살이 유정(有情)들을 요익하게 하는 계는 다만 중생들을 제도하고
사람들을 이익하게 할 뿐이다.”라고 하면서 말리부인의 예를 들고 있다.
말리부인은 부처님 당시에 파사익왕의 부인이며 또한 승만부인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일찍이 불교에 대한 신심이 돈독하여 계를 받고 수행에 열중하였으나 남편인 파사익왕이
항상 술 마시기를 좋아하였다.
파사익왕은 술에 취하면 천하의 호인이 되어 정치를 잘하고 사람들을 대단히 너그럽게
대하다가 만약 술이 깨면 화를 잘 내고 옹졸하며 걸핏하면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자주
저지르기 때문에 왕비인 말리부인의 상심과 고민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었다.
형식적인 계율에는 술집만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5백 생을 손가락 없는 과보를 받는다고
되어있다. 그 서릿발 같이 무서운 계를 지키자니 왕에게 술을 줄 수가 없고, 술을 주지
않으면 매일 살인을 하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그래서 부처님께 이러한 사정을 말씀드리니 “그대는 술로서 계를 삼아라. 더욱 독한
술을 만들어 매일 매일 왕에게 취하도록 하는 일로서 술 마시는 계를 지키는 것으로 알라.”
고 하였다.
진정한 계란 이와 같은 것이다. 부처님의 계, 즉 보살계란 보다 더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에 보탬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앞에서 “보살계란 오직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제도하는 것으로서 근본을
삼는다. 형식에만 국한하여 집착하는 소승들의 계율과는 같을 수 없다.”라고 하였다.
또 선예(仙豫)대왕의 예를 하나 더 들고 있다. 보살계의 근본정신은 역시 같다. 선예대왕은
북본대반열반경 제12권 제7 성행품에 나오는 이야기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아직 부동지(不動地)에 머물지
못했을 때, 계율을 깨끗하게 가지다가도 어떤 인연으로 파계하는 일이 있습니까?’
‘선남자야, 보살이 부동지에 머물지 못하였을 때에는 인연이 생기면 파계할 수 있는 것이다.’
가섭이 공경스럽게 물었다. ‘어떤 것이 그런 인연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만일 보살이 파계하는 인연을 가지고 다른 이로 하여금
대승경전을 받아 지니고 좋아하게 하며, 또 그로 하여금 대승경전을 읽고 외우고 통달하고
쓰게 하여 다른 이에게 선전하여, 최상의 깨달음에서 물러가지 않게 할 줄을 안다면 이런
인연으로 파계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 보살이 생각하기를 '내가 차라리 한 겁이나 되는 세월을 아비지옥에 들어가서 그
죄보를 받을지언정, 이 사람으로 하여금 최상의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가섭아, 이런 인연으로 보살마하살이 깨끗이 지키던 계율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중략>
내가 오랜 옛날에 염부제에서 큰 나라 임금이 되었으니 이름이 선예였으며, 대승경전을
사랑하고 공경하여 마음이 순일하고, 나쁜 생각과 시기하는 마음과 아끼는 생각이
없었으며, 입으로는 사랑하는 말과 착한 말만을 하였고, 몸으로는 빈궁하고 고독한
사람들을 거두어 보호하였으며, 보시하고 정진하기를 쉬지 않았다.
그때는 부처님이나 성문이나 연각이 없었으므로, 나는 대승 방등경전을 좋아하면서도
12년 동안 바라문을 섬기면서 필요한 것을 그들에게 공양하였다.
12년 동안 보시하기를 마치고, ‘당신들은 이제 최상의 깨달음에 대한 마음을 내십시오.
’라고 말하였더니, 바라문이 대답하기를 ‘대왕이여, 보리의 성품은 있는 것이 아니며,
대승경전도 역시 그러한데, 대왕은 어찌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허망하게 하려 합니까?’
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그때 대승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바라문이 방등경을
비방하는 것을 듣고 즉시 그의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선남자야, 그때부터 이런 인연으로 지옥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선남자야, 대승을
옹호하는 것은 이렇게 한량없는 세력이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요지는 이렇다. 대왕이 대승경전을 비방하는 소리를 듣고 그 비방하는 사람을 바로
죽였다. 그러나 그 인연으로 지옥에 떨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승법을 옹호하는 것은 한량없는 큰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승법이란 무엇인가? 보리심이며 불심이며, 그 사상을 널리 가르치는 가르침까지를
대승법이라 한다. 그리고 보리심과 불심이란 사람이 부처님이라는 취지이다.
화엄경에서도 언급했듯이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어서 똑 같은 것이다.”
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변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러한 이치를 널리 전파하는 대승법은 이와 같은 이치를 모르는 사람의 한 생명보다도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내 생명이 곧 부처님의 무량공덕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널리 전하는 일은 그만치
값지고 중요한 일이다. 선예대왕은 오직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익하게 하고
더 널리 자비로서 베풀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