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신부님들이 밀양 감물생태학습관에서 1박 2일의 농사체험연수를 했습니다.
저도 함께 했는데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요즈음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흙의 치유를 받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물질만능 속에 안락함만 찾다보면 아픔과 고통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콘크리트가 흙보다는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들기 때문에
현대인에게는 흙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흙을 비롯한 자연은 사람의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눈먼 사람을 진흙으로 치유해 주십니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썩어 많은 열매를 맺듯이, 흙은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창세기는 사람을 흙에서 온 존재라고 말합니다. 사람이 흙과 떨어져 살아 갈 수 없음을 말합니다.
어떤 신부님이 간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죽음을 기다리는 자신이 너무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죽어도 멋있게 죽자는 생각으로 수도원에 들어가 정말 죽어라고 땅을 파며 격한 노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의 건강이 더 악화된 것이 아니라 건강해 졌습니다.
살려고 하는 자는 죽고 죽으려고 하는 자는 산다는 말씀을 생생하게 체험한 것입니다.
흙과 함께하며 땅을 파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외면합니다. 돈도 많이 벌 수 없습니다.
땅을 파야 먹고살 수 있는 분들에게는 팔자 좋은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사람은 흙을 멀리 해서는 안 됩니다.
흙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사람이 흙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지위와 명예를 내려놓고 겸손해진다는 것입니다.
겸손해 질수록 욕망과 욕심이 없어집니다. 마음이 비워지면 자연의 순리대로 편안해 집니다.
마음이 편해지면 삶이 행복합니다. 하느님이 주시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흙은 속이지 않습니다. 흙은 정성을 들여 노력한 만큼 사람에게 돌려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흙을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옵니다.
삭막한 도시의 생활에서 받은 상처를 흙을 통해 치유를 받습니다.
사람이 책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물질만능의 삶은 우리가 사는 땅을 온갖 농약과 공해물질로 오염시켰습니다.
파괴되고 오염된 땅에 사는 사람은 건강할 수 없습니다.
병든 땅은 사람을 병들게 하지만 건강한 땅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고 아픈 사람을 치유해줍니다.
그래서 사람과 땅이 더욱 더 가까워져야하고 함께 살아야 합니다.
오래 산다고 모두 좋은 것 아닙니다. 오래 살아도 건강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신심의 건강을 위해 여행을 떠나든지 다양한 취미생활을 합니다.
무덤의 죽음에서 생명으로 부활한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시기에,
저는 상처 받은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여러 가지들 중에서 흙을 가까이 하는 삶을 권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