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헬스장서 낑낑, 헉헉… 뱃살 뭘 그리 힘들게 빼나요
[건강한 삶 9988프로젝트 - 허리둘레 5cm 줄이자] [5] 일상을 다이어트처럼 건강해지는 '작은 습관' - 매일 걷고, 쉴 땐 쪼그려 앉기 설거지만 해도 산책하는 효과… 약 한번 안 먹고 당뇨 낫기도 하루 500㎉만 덜 먹어도 일주일이면 0.5㎏ 빠져
주부 김영숙(37)씨는 매일 걸어서 유치원에 큰아이를 데리러 간다. 30분 이상의 거리다. 걷다 힘들면 버스를 타더라도,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무조건 걷는다. 아이와 함께 오면서 틈틈이 근력 운동인 쪼그려 앉기(스쿼트)나 스트레칭도 한다.
김씨가 원래 걷기나 운동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결혼 후 10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2008년 인공수정을 시도하면서 검사를 받았는데, 당뇨 진단을 받았다. 난소에 혹이 여러 개 있다고도 했다(다낭성난소증후군). 당시 김씨는 97㎏이었는데, 비만 때문에 당뇨나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생긴 것이다. 담당 의사는 이 때문에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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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오후 김영숙(37·주부)씨가 큰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오면서 아이와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도 운동과 식이 조절을 계속할 것이라며, “일상생활을 활용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평생 실천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아이를 가지려면 살을 빼는 일이 절실했다. 이때부터 매일 식사 일지와 운동 일지를 쓰면서 철저히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김씨는 20㎏ 가까이 체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인공수정에도 성공해 원하던 아이도 가졌다. 살을 빼고 나니, 2년 후 둘째 아이까지 자연스럽게 생겼다.
◇생활 속 빈틈을 이용하라
지금 김씨의 혈당은 정상이다. 당뇨약은 아직 한 번도 먹지 않았다. 문제는 유지하는 것이다. 당뇨나 비만은 조금만 게을러져도 다시 심해진다. 김씨가 "어린아이 둘을 키우면서 따로 시간을 내 운동하기 쉽지 않다"고 하자, 담당 의사인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되도록 일상생활에서 움직임을 늘리라"고 권했다.
김씨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점심때 급식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자연히 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김씨는 아이용 식판으로 식사해 먹는 양도 줄였다. 김씨는 "몸이 먹었던 식사량을 기억하기 때문에, 한번 식사량을 줄이니 오히려 많이 먹는 게 불편해졌다"고 말했다.조영민 교수의 환자 중에는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운동량을 늘리고, 식이 조절만 하면서도 당뇨나 복부 비만 등을 완치한 사람이 많다. 조 교수는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은 먹는 것에 의해 경과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구체적인 생활로 환산하라당뇨나 뱃살 등 대사증후군에서 운동과 식이 조절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난다. 일례로 환자가 입원만 해도 혈당이 정상으로 돼 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두 끼만 열량 제한 식사를 해도 바로 좋아지기 때문이다.어려운 점은 작심삼일이 아닌 평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실천할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활동 목록을 정해야 한다. 예컨대 하루에 500㎉를 줄여 먹으면 일주일에 살이 0.5㎏ 빠지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자신의 평소 습관을 적어보고, 거기서 한두 가지만 바꾸기로 하면 실천하기가 훨씬 쉬워진다.즉 점심 후 카페모카(200㎉)를 매일 즐겨 마시는 직장인이라면, 설탕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나 녹차로만 바꿔도 열량 200㎉를 줄일 수 있다. 점심·저녁 식사를 3분의 1그릇(100㎉)씩만 줄여도 또 200㎉가 줄어든다.조 교수는 "무조건 해라 또는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며 "대신할 수 있는 즐거운 것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밤에 꼭 야식을 먹어야겠다면, 라면·과자보다는 과일을, 과일보다는 채소로 대신하는 것이다.운동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은 은행 계좌와 같아서 에너지 소비량은 저축된다. 즉 굳이 헬스클럽을 가지 않아도 일상생활 속 활동을 늘리는 것으로 대체하면 살 빼는 효과는 같다는 얘기다.국민체육진흥공단 박세정 박사는 "설거지만 해도 산책하는 정도로 살이 빠진다"며 "시간이 부족할수록 짬짬이 할 수 있는 중강도 이상의 일상 활동을 되도록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나해란 |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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