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피아노 소나타 31번 A flat장조 op. 110 (Piano Sonata No. 31 in A flat major op. 110)
역사
작곡 연도: 1821~1822년
작곡 장소: Wien
출판: 자필악보는 베를린 국립 도서관에 보존.
헌정, 계기: 없음. 제자 리스에게 소나타를 한 곡 선사하려던 중, 리스가 자기 작품에 스승의 작곡 방법을 그대로 모방해 베토벤의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그 대신에 브렌타노 부인에게 헌정하려고 했으나 왜 브렌타노 부인에게 헌정,헌사도 없이 그대로 출판되었는지는 알 길이 묘연.
초연 연도: 미상
초연 장소: 미상
초연자: 작곡가 자신으로 추정.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31번
이 소나타의 처음 착상은 1820년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여름날에 얻었다고 하는데, 완성된 날짜는 베토벤 자필로 1820년 12월 25일이라 씌어 있다. 이 소나타는 아무에게도 헌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날짜는 알 수 없지만 베토벤이 신트라에게 부친 편지에 의하면, 이 내림가 장조 소나타와 다음의 다 단조 소나타는 브렌타노 부인에게 헌정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음에도 완성된 작품에는 웬일인지 헌사(獻辭)가 없다.
천재의 창작 과정에서는 늘 크나큰 흥미로움과 놀라움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 소나타와 같이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도 고상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흘러 넘치는 제1악장이나, 또 그의 생애의 고뇌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감동적인 아리오소와 푸가 등의 작품에서는, 그 창조적인 과정을 스케치 단계부터 상세히 짚어 볼 때 이런 느낌이 한층 강하게 든다.
악기 편성
피아노 독주 (로날드 브라우티함(Ronald Brautigam, 1954 - ), 피아니스트
악장 구성
전곡 이어 듣기
제1악장 Moderato cantabile molto espressivo
1악장 모데라토 칸타빌레 몰토 에스프레시보 A flat장조 3/4박자. 소나타 형식.
제1악장. Moderato cantabile molto espressivo (05:49)
con amabilita’라고 쓰여진 주제에 의해 구름 한 점 없이 활짝 갠 날씨의 화창함과 그 다음 악절에 이어지는 사랑의 노래, 이와 같이 아름다운 악상으로 시작되는 작품은 베토벤의 다른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베토벤의 스케치 노트에 의하면, 이 아름다운 주제의 골격과 그 변화를 처음부터 단번에 써내려 갔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30의 3번, 사 장조의 주제와 유사한 데에서 지난 날의 행복한 추억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상상한다. 제2 주제는 음계의 하행 동기이며, 제1악장 전체의 행복한 기분 속에서 경과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전개부에서는 제1 주제의 이 ‘사랑의 주제’가 단조에 의해 제시되고, 그 후 여덟 번에 걸쳐 주제 반복이 이루어진 채 그대로 재현부에서 주제의 복귀가 이루어지는 특이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스케치 노트에 의하면, 베토벤은 주제의 착상과 더불어 단조에 의한 전개부의 시작을 생각하고는 거침없이 단번에 재현부까지 써 내려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왼손 반주 부분의 음형에 대해서는 하나하나마다 변화를 주어, 이 부분에 대해 매우 고심하고 숙고하였음을 몇 번이나 다시 쓰여진 자필 원고를 통해 알 수 있다.
주제 반복 후 재현부는 제시부와 거의 같은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주목할 곳은 코다 부분이다. 이 몇 마디 되지 않는 선율에 대한 베토벤의 집착은 단순히 넘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잊기 안타까운 이 행복한 기분을 어떻게 하면 마음을 끌 만한 선율로 나타낼 것인가에 대해 베토벤은 몇 번이나 고민을 거듭하며 다시 고치고 고쳤다. 그럼에도 그것은 처음 생각과는 달리 마음을 매료시키는 최선의 작품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행복했던 기분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 평범한 악절은 몇 번이나 지워졌다가 다시 쓰이면서 보다 간결해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베토벤은 한번 쓴 악보를 고쳐 쓰는 데 있어서도 비범한 재주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제2악장 Allegro Molto
2악장 알레그로 몰토 f단조 2/4박자. 3부 형식.
제2악장. Allegro Molto (02:09)
이것은 독립된 2박자의 스케르초이며, 불안한 기분과 당돌하고 제멋대로인 감정이 착잡하게 어우러진 삽입적인 악장이다. 이 주제의 착상은 제1악장의 제2 주제 동기를 검토함으로써 추측할 수 있다. 또, 마르크스에 의해 그 당시 유행했던 풍자적 민요 `난 쓸모 없는 놈이야’라는 노래의 반복 구절을 베토벤이 의식하여 거기에 짜 맞춘 것인지 어떤지도 확실하지 않다. 트리오는 한번 보면 전혀 다른 동기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잘 분석해 보면 스케르초 동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제1악장 제1 주제 종결부의 발전 선율에서, 또 제시부의 마지막에서도 그 동기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제3악장 Adagio ma non troppo
3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A flat장조 4/4-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A flat장조 6/8박자.
제3악장. Adagio ma non troppo (10:22)
아다지오는 레시타티브에 의한 서주부와 2중의 아리오소 도렌테와 푸가라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베토벤이 제1악장의 착상을 얻었을 때에는 이 작품에 개인적인 감상의 고백즉, 그 자신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담아 둔 생애의 고뇌에 대해서 호소한다는 점 등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침 그 즈음 5년이나 걸쳐서 펜을 움직이고 있었던 <장엄 미사> 작곡의 영향도 받은 베토벤은, 이 악장에서 신과의 직접적인 대화, 죽음의 고뇌와 그것에 대한 영원한 안식을 감지하고, 늙어버린 자신이 갈망하는 정신적 평화, 그러한 정신 내면 세계의 관조가 실로 심각하게 가슴을 죄듯이 슬픔에 넘치게 되면서 아리오소의 음악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곡은 가슴속의 가장 깊숙한 문을 열듯이 전개된다. 또, 레시타티브가 갖는 무언의 호소력에 이끌려 베토벤은 고뇌하고, 자신의 비운을 탄식하고, 나아가 그 속에서 빛을 구하며 용기를 갖고 투쟁에 뛰어든 인생, 그것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가 등을 생각하며 체념에 잠긴 채 조용히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아리오소 돌렌테(Arioso dolente), 탄식의 노래
이 비운의 부분은 대단한 고심 끝에 서서히 써 내려갔다. 연속된 실타래와도 같은 이 슬픔의 선율은 그 즈음의 베토벤의 정신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음악학자들은 베토벤이 이 아리오소의 착상을 무엇에서 암시 받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예를 들며 연구한 끝에 그것이 바흐의 <수난곡>이라고 보고 있는데, 실제로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이 음악은 베토벤이 쓴 작품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슬픔으로 가득 찬 악상이며, 그 당시 베토벤의 입장을 생각해 볼 때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그 어떤 요소가 있다.
희망은 모두 무참히 부서져 버리고 절망으로 가득 찬 마음에서 서서히 끓어오르는 삶을 향한 의지,이 푸가의 주제는 삶을 향한 발걸음이다. 그러나 이 주제가 실은 이미 제시된 제1악장 도입 부분의 음형, 평화로운 사랑의 주제에 쓰인 음형을 변형하여 태어났다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이것은 창조상의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베토벤이 이 4도 음정의 동기에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음은 과거 여러 작품에서 그 예를 발견할 수 있다. 즉, <비창 소나타>나 <대공 트리오>, 또는 제9번 교향곡의 느린 악장의 주제 등이 그 예이다. 그것은 베토벤이 좋아했던 동기였으며, 여러 시기에 걸쳐 확립했던 아이디어로서 자신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던 선율 동기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짜 괄목할 만한 것은, 그런 창조 의식에 의해 구성된 구조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 그의 내면의 영감에 의한 무의식적 창작력이 정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하나가 되어, 결정적인 순간에 작품의 꼭 필요한 부분에 틀림없이 구현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베토벤이 보여준 그러한 창조력에 깊이 감동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푸가는 3성의 푸가로 쓰여져, 주제는 대주제를 갖고 교묘하게 전개된다. 자필 원고에 의하면 베토벤은 다 단조에 의한 저음부의 ff에 의해 주제를 제시한 후, 내림라 장조의 주제 제시를 지나 내림마 음에 의한 오르겔풍크트(Orgel-punkt; 페달음)에 이르며, 주제의 스트레타(stretta)를 형성하는 부분에서는 그것을 몇 번이나 다시 쓰며 다양한 시도를 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푸가가 종결되는 듯한 순간에 그것은 딸림7화음을 이끎음으로 하는 이명동음적으로 다시 읽혀져 사 단조로 이끌어지는데, 첫 원고에는 이끎음이 올림다 음으로 쓰여 있다.
그러나 베토벤은 처음부터 아리오소와 푸가를 이중의 구성으로 삼을 것을 염두에 둔 듯, 자필로는 처음 C┐음의 연타에 의한 사 단조 도입을 고안하였으며, 거기에 `Ermattet Klagend(탄식을 하다 힘을 다 쏟아버리듯)’이라고 써 넣은 것이 보인다. 그것은 마지막에 우나 코르다에 의해 숨이 끊어질 듯 하게 되어 마침내 숨이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고 생각되는 종언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부활이 일어난다. 정신은 결코 죽음에 이르지 않았다. 거기에는 비스듬한 하나의 빛이 하늘로부터 내려 꽂힌다. 사 장조에 의한 혼(魂)의 승화이다. 그 후 푸가 주제의 자리바꿈(Umkehrung)은 이 세계를 잠시 벗어난 혼을 정화하며 서서히 정신의 부활이 진행되고, 한번 잃어 버렸다고 여겨졌던 생명은 처음에는 어렴풋이, 그러다가 점차 소생하듯이(nach und nach wieder aufle-bend) 우나 코르다를 없애고 부활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푸가 주제의 의연한 출현에 의해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고결한 정신은 어떠한 것에 의해서도 파괴될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하듯, 주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장려한 승리의 소리를 높이 울려 퍼뜨리며 곡은 종지부를 찍는다.
나타냄말은 곡의 전체 또는 일부의 성격이나 표정을 표시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말을 쓰는데, 이러한 말을 나타냄말이라고 한다. 한편, 나타냄말은 곡 전체에 관한 경우에는 곡의 첫머리에, 일부에 관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표시한다.
첫댓글 이제는 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