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글을 쓰지는 못해도 게시판을 읽다가 “탁구를 칠 때의 호흡”에 관한 질문이 있어서 혹 도움이 될지 몰라서 아는대로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비단 운동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있어서 호흡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호흡을 인간의 육체와 정신 혹은 육체와 영혼을 잇는 고리라고 여기기도 하고, 무술을 하는 사람들은 호흡을 발경의 비법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또 단전호흡을 하는 사람들은 호흡을 기를 축적하여 내단을 형성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생리적인 의미에서 호흡은 인체에 필요한 산소를 조직에 공급하고,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인체의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호흡은 어떤 과정으로 일어나게 될까요? 먼저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 모든 것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몇 개의 중요한 근육을 말하자면, 복근과 배근, 횡격막, 늑간근(갈비뼈 사이의 근육)등을 들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호흡이 가능하려면 인체 내부에 음압(negative pressure)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음압이 형성되려면 인체의 내부 공간이 확장되어야만 합니다. 확장이 가능한 인체의 내부 공간은 흉강과 복강이 있는데 흉강은 갈비뼈와 흉골, 흉추로 이루어진 흉곽으로 구성되어있고, 복강은 복근과 척추(요추, 천추, 미골)사이의 내장이 들어있는 공간으로 아래쪽은 골반강으로 구획지워져 있습니다.(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아주 전문적인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횡격막에 의해서 두 공간은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봅시다. 앞에서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서는 신체의 내부 공간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러한 확장 과정이 일어나게 될까요?
첫째로 갈비뼈 사이가 벌어지면 흉곽이 확장하게 되어 흉강에는 음압이 발생하게 됩니다.
둘째로 흉강의 바닥을 이루는 횡격막이 아래로 당겨지게 되면 흉강에는 음압이 발생하게 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기의 교환은 폐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폐는 흉곽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복강은 간접적으로 호흡에 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흉식호흡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메카니즘이 주가 되는 호흡을 말하고, 복식호흡이라고 말하는 것은 두 번째 메카니즘이 주가 되는 호흡을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구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절대적인 흉식호흡을 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절대적인 복식호흡을 하는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인체는 독립된 두 개의 부속으로 이루어진 조립품이 아니라 연결된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통합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서는 이 두 가지 호흡이 혼재되어 일어나게 되며, 그 비율이 차이가 난다고 이해하시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복식호흡이 흉식호흡보다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특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복식호흡이 중요하다고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왜 그럴까? 하고 의문을 가져보면 답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저도 정확한 답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흉식호흡을 주로하게 되면 흉곽의 확장을 일으켜야 되고 이러한 인위적인 흉곽의 확장을 위한 노력은 흉곽을 감싸고 있는 근육들의 이차적인 수축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됩니다. 이전에 제가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이 근육은 수축에 의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도구인 동시에 인체의 에너지가 흘러가는 통로로서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흉곽을 싸고 있는 근육들의 반복적인 수축은 필연적으로 근육의 피로와 연이은 경직을 초래하게 되어 상체의 유연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요하는 운동들에게 있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에 반하여 복식호흡을 주로하게 되면, 유연하고 탄력적인 횡격막과, 골격으로 둘러싸이지 않은 복근의 움직임만으로도 얼마든지 풍부하고 강력한 음압을 발생시킬 수 있게 됩니다.
또 복식호흡은 흉식호흡에 비해서 호흡량과 빠르기를 보다 섬세하게 조절하는 것이 용이합니다. 내부에 뼈로 이루어진 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움직임의 폭과 속도의 조절이 훈련에 의해서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탁구와 같이 빠르고 불규칙적인 풋웍을 동반한 복잡하고 정교한 스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체를 공에 대해서 언제나 일정하게 정렬해주는 과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마치 사격 선수가 사선에서 표적을 겨냥할 때 호흡에 의한 신체의 출렁거림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 호흡을 통제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탁구에 적합한 호흡의 요령은 어떤 게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절대로 호흡은 무리하게 하시면 안됩니다.
오랫동안 호흡을 수련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호흡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발전하게 된다고 합니다. 신체가 변함에 따라 호흡도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 운동의 종류에 따라 호흡하는 요령도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정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과정으로 진입해야지 억지로 준비되지 않은 신체에 무리한 호흡을 가하게 되면 신체 내부의 압력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게 되고 이러한 신체 내 압력의 교란은 사람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하게 만듭니다. 특히 신경이 예민하고 허약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신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완벽합니다. 만일 우리가 특정한 동작 가운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의 신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신체에 걸쳐놓은 잘못된 틀에 기인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실제로 호흡이란 제가 위에서 언급해 놓은 보잘 것 없는 지식의 집합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것은 아닙니다.
홀로 고요히 서서 내 호흡이 어디에 기대어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살펴보십시오. 내 속의 어느 부분에서 시작하여 어디를 거쳐서 어떻게 사라지는지 찬찬히 살펴보십시오. 조금의 인위도 가하지 않고 이렇게 바라본다면 호흡은 내 신체 뿐만 아니라 내 마음과도 잇닿아 있음을 명료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죠.....우리가 운동을 하면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이 호흡입니다. 기본자세나 스윙폼에는 신경을 쓰면서 많은 연습을 하지만, 신체의 움직임에 따른 호흡법과 정신집중 등을 기본으로 하는 내면적인 훈련이 보이지 않는 파워를 만든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죠... 즉, 외면에 나타나는 기술과 기능 보다는 내면적인 내공의 힘이 실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된다는 겁니다. 이것을 알기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기엔 무리인 것 같지만 탁구실력향상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사항입니다...
고경님의 글을 라이브로 접하고 있노라니 기쁨이 밀려오네요. 고슴도치님이 고경님의 글을 잘 정비해 놓으신 덕분에 귀한 말씀을 공짜로 얻어 먹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 접하는 글들이기에 프린터로 출력해서 줄치고, 색칠까지 하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여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지금처럼 요긴한 말씀을 계속적으로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저도 많은 세월(초등4년 부터 지금까지 약 40년을 쭈~욱)을 주어진 환경이지만, 극복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좋아하는(때로는 끌려당기면서 억지로) 운동을 찾아서 이것 저것 많이 접했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운동이던간에 가장 기본이 되는 호흡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어릴쩍에는 시키는대로만 하였는데 남을 가르쳐주는 위치가 된 이후에는 그 원리를 찾게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주종목인 헬스를 할때에는 유독 강조하고 있는것이 호흡과 자세이었는데, 근래에는 탁구장에서도 고슴도치님에게서 배운 이론을 근거로, 기본적인 자세를 제대로 갖추고 그 위에 리듬을 탈수 있는 호흡을 잘 해보시라고 지인들에게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라켓을 잡은 손으로만 공을 보내는것이 탁구가 아니라 모든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나의 힘을 상대방에게 전달시킬 수 있는 내공을 키우라는 것인데.... 운동신경이 좋은 분들은 곧잘 따라 하는데...자기것으로 만들기에는 그렇게 쉽지 않은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재가원레 구경만하는데 감사드리기위해 새로가입하고 글까지씁니다 (거의2년만인듯?..) 고경님께서 초보자답변란에 답다신것을보고 다른란에 이름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대단한내공의 소유자이신듯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시를 읽는 듯하고 이미지가 확실하게 잡히는것이 탁구실력을 얻었을뿐 아니라 삶의 지혜를 얻은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너무 잘읽었습니다. 외적인 폼도 중요하지만 내적인 호흡도 같이 연습을 해야겠군요. 저는 항상 격전속에서도 평안한 마음가짐을 가져하한다고 생각만했지 호흡은 생각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연습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밖으로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실체를 볼 수 있게 제 시야를 돌려주시네요.
그렇죠.....우리가 운동을 하면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이 호흡입니다. 기본자세나 스윙폼에는 신경을 쓰면서 많은 연습을 하지만, 신체의 움직임에 따른 호흡법과 정신집중 등을 기본으로 하는 내면적인 훈련이 보이지 않는 파워를 만든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죠... 즉, 외면에 나타나는 기술과 기능 보다는 내면적인 내공의 힘이 실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된다는 겁니다. 이것을 알기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기엔 무리인 것 같지만 탁구실력향상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사항입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고경님의 글을 라이브로 접하고 있노라니 기쁨이 밀려오네요. 고슴도치님이 고경님의 글을 잘 정비해 놓으신 덕분에 귀한 말씀을 공짜로 얻어 먹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 접하는 글들이기에 프린터로 출력해서 줄치고, 색칠까지 하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여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지금처럼 요긴한 말씀을 계속적으로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저도 많은 세월(초등4년 부터 지금까지 약 40년을 쭈~욱)을 주어진 환경이지만, 극복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좋아하는(때로는 끌려당기면서 억지로) 운동을 찾아서 이것 저것 많이 접했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운동이던간에 가장 기본이 되는 호흡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어릴쩍에는 시키는대로만 하였는데 남을 가르쳐주는 위치가 된 이후에는 그 원리를 찾게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주종목인 헬스를 할때에는 유독 강조하고 있는것이 호흡과 자세이었는데, 근래에는 탁구장에서도 고슴도치님에게서 배운 이론을 근거로, 기본적인 자세를 제대로 갖추고 그 위에 리듬을 탈수 있는 호흡을 잘 해보시라고 지인들에게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라켓을 잡은 손으로만 공을 보내는것이 탁구가 아니라 모든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나의 힘을 상대방에게 전달시킬 수 있는 내공을 키우라는 것인데.... 운동신경이 좋은 분들은 곧잘 따라 하는데...자기것으로 만들기에는 그렇게 쉽지 않은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신체에 적응되지 않은 무리한 호흡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씀에 절대적으로 동감을 하면서 라이브로 접하는 고경님의 글에 감사를 드리면서 저의 의견도 살짝쿵 더해보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고경님의 글을 접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여전히 건강하시고 잘 계셨으리라 믿고 있었는데 반갑습니다...
주옥같은 글 잘 보았습니다... 눈으로 머리로만이 아닌 마음에 새기도록하겠습니다. 꾸벅~
재가원레 구경만하는데 감사드리기위해 새로가입하고 글까지씁니다 (거의2년만인듯?..)
고경님께서 초보자답변란에 답다신것을보고 다른란에 이름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대단한내공의 소유자이신듯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시를 읽는 듯하고 이미지가 확실하게 잡히는것이 탁구실력을 얻었을뿐 아니라 삶의 지혜를 얻은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초보자로서 많이 배우고 또 프린트해서 더 공부해 보겠습니다.
참.... 이런 좋은 글이 조회수가 1000을 넘지 않네요.... 정말 어디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멋진 글이네요...
실제로 흉식호흡보다 복식호흡을 하면 근육이 이완되며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자연스럽고 폭발적인 스윙이 가능함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원리가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