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자연스러운 생명의 흐름이다
연애만큼 현실적인 것은 없다. 식욕에 이어 너무도 리얼한 성욕을 중화하기 위해 연애
라는 아름다운 말로 포장했을 뿐이다.
떠라서 다행히 연애가 진행되어 한 꺼풀 포장지를 벗겨내는 단계에 이르면 다른 동물들의
생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인간의 이성이나 지성 따위는 단번에 날려 버리는 쾌락적 행위의 포로가 된고 만다.
성인용 비디오 못지않아 제삼자에게는 절대 보일 수 없는, 대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싶은 세계로 빠져든다.
거기에는 이미 연애하는 모습을, 사랑하는 당초의 막역한 이미지 따위는 끼어들 여지가 없다
뱀의 교미보다 끔찍하고 난잡한, 그저 암컷과 수컷의 뒤엉킴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연애의 마지막 단계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생명의 흐름이다.실망과 낙담이 제아무리 크더라도
연애의 종착점은 그것 밖에 없다.
그리고 씁쓸한 기분과 넌더리가 날 정도의 환멸을 통과해야 비로소 어른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적인 성장을 꽤할 수 있다.
동물과 같은 족속인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그런데 개중에는 연애 초기의 유치한 이미지에 집착해 헤어나지 못하는 자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미학에 어울리지 않는 생생한 현실의 벽 앞에 서면 딱딱하게 얼어붙고 만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초기 단계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그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뜬구름 같은
연애를 시작하려 한다
아주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연애로 충분한데도 온갖 이벤트로 양념을 치고 과도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시시껄렁한 동화를 만들어내고 필요 이상의 분위기를 띄우면서 그 자체에 취하고 그것을
최대의 주안점으로 삼는다
심히 작위적인 감동에 젖어 있다 보면 언젠가는 당연히 현실이 그 촌극 안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르시시즘이 한계에 직면해 그 이상은 취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발견한 때부터 진정한 남녀 관계가 시작되고 인간적인 교제도 급속히
깊어진다.
그리고 지극히 정상적인 결론인 결혼이라는 구체적인 미래가 보이면서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미지의 인생에 맨몸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몸은 어른이 되었을지언정 정신은 아직 어린애인 그들은 자신의 힘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려야 하는 미래를 무겁게만 받아들이는 탓에 서로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는 미련 없이 뒤로 물러나 흥이 깨지기도 전에 자신들이 만들어논 무대에서
휙 내려오고 만다
그리고는 거짓으로 점철된 다음 무대를 찿아 다시 이미지뿐인 환영을 좇는다.
남자들은 마음의 병이나 다름없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조잡하고 비속한 연애론을 늘어놓으면서
영원히 꼴을 갖추지 못할 연애 놀이만 반복한다.
마루야마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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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책속의 한줄
첫댓글 편안한 밤되세요
감사합니다.
늘봄님.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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