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게 길을 묻다
사람의 숲인 세상도 다시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어려운 시기에는 절망감을 표현하는
말들이 더 도드라집니다."오륙도"라는 말은 56세! 직장인대부분이 자의 반.타의 반.
으로 이른 나이에 조직을 떠나야하는 비애를 희화한 표현입니다.
20대 청춘들에게도 그들의 절망을 표현하는 말이 "바로 88만원세대"라는 말입니다
독수리처럼 날고싶은 그들에게 현실은 참으로 가혹합니다.
그들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겨울을 맞고 마는 것입니다.
잣나무로 가득한 숲을 보신적이 있습니까? 울창한 잣나무숲 아래에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합니다 그곳은 잣나무의 나뭇갓에 가려 햇빛이 비치지 않습니다
게다가 바닥은 잣나무가 떨어트린 바늘잎 낙옆들로 뒤덮혀 있습니다 빛도 토양도 다른
식물들의 삶을 허용하지 않는 공간입니다.
갑작스레 조직을 떠나야 하는 중장년의 직장인과 자신의 힘으로는 날개를 펼 수 없는
청춘들은 지금 잣나무 군락지의 그늘 아래 갇혀 있는 형국입니다.
그대가 그 숲에 갇힌 도토리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 내가 좋아하는 풀과 나무의 삶이 있습니다 나는 그대가 그들의 혁명적인 삶에
대해 읽으며 용기를 얻기 바랍니다
여기 질경이라는 풀이 있습니다 질경이는 그 모양새가 보잘것없는 풀입니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앉은뱅이 키에 잎사귀. 꽃도 수수하여 눈길조차 받지 못합니다
주로 길의 가장자리나 빈터 등 다른 풀들이 살기 어려운 자리에서 자랍니다.
한방에서는 잎을 車前, 씨앗을 車前子라 부르며 약용합니다
녀석이 살아가는 방식을 가만이 들여다볼 때마다 나는 "혁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누군가는 "혁명을 얼음위에 불을 피우는 일과 같다고 했습니다. 질경이는 그렇게 어려움
이 많은 혁명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들풀입니다.
질경이는 옥토보다는 비전박토의 척박한 땅을 골라 자랍니다.그것은 누구도 침범하기
힘든 자신만의 터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름진 땅 위에는 수많은 다른 식물들이 뿌리를 뻣고 키를 키우면서 생존과 번식의 자리
를 놓고 다툽니다. 작은 키에 보잘것 없는 외모로 큰 키의 식물들과 경쟁하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질경이는 과감히 불모지를 찿아 나섭니다. 척박한 환경을 선택하여 자신의 영토를
만들고 질경이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의 숱한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 잎은 바닥에 납작 퍼지도록 진화했고 질기면서도 유연하여 갈라질
지언정 꺽이지 않도록 변화해야 했습니다.
그들의 씨앗은 등산객의 신발에 붙어 산길을 따라 오솔길을 따라 번식할 수 있을 만큼
강인합니다.
혁명적으로 자신의 삶을 일구는 식물은 질경이만이 아닙니다.
이 숲의 오솔길을 따라 걷노라면 질경이와 생강나무를 비롯한 수많은 혁명적인 생명들과
매일 마주합니다.
사람의 숲에서도 이따금 질경이를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길을 기꺼워 하고 타성을 쫒기보다 창조적 진화를 선택하는 사람
타인이 닦아놓은 길을 따르기보다 스스로 길을 내는 사람. 외로움과 고난과 위험을
삶의 안주로 삼을 줄 아는 사람
육신의 고달픔을 택할지언정 영혼은 결코 꺽지 않는 사람.
나는 늘 그들이 삶 앞에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김용규/숲에게 길을 묻다
http://cafe.daum.net/daum1000
공감/책속의 한줄
첫댓글 나도 질경이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언제나 숲에게 길을 물으며
살아 가렵니다.
소산님 감사합니다.
모범학생!! 귀여워요 ㅎㅎ
@공감 님 칠십대 중반을 넘어서는
황혼인생도 귀여울 때가 있다니 다행 입니다.
공감선생님 잘지내시지요
안부 인사차 들렷습니다
맹위를 떨치던 강추위도 한풀 걲인것 같죠
머니머니 해도 건강이 최곱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아셧죠^^
청아한솔향님. 째즈 전문! 자유분방! 규격이 아닌 파격!
아마도 성향이 째즈를 닮을것 같은 느낌!!
생활전선에서 노가다일도 거침없이 하실것 같은....
참으로 불경기에 견뎌내시는라 수고 많으십니다
혼자 추측!!
공감. 아프지 않고 반듯히 살고 있음 .자화자찬
@공감 딩동댕~!!!
참 예리 하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