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는 "남한산성에 갇혀있는가
김기봉/ 경기대학교 사학과교수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이 영화로 돌아왔다. 역사가 과거라면 영화는 현실이다. 관객들은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과거의 그들에 비춰진 현재의 우리를 본다.
분단시대 남한은 "남한"산성에 북한은 "북한"산성에 갇혀 있는 게 한반도가 처한 현실이다. "북한"
산성을 포위하는 적은 분명하다
김정은이 자기 체제를 위협하는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미국이다. 그렇다면 "남한"산성을 둘러싸고
있는 적은 누구인가? 누가 "남한"의 적인가에 대한 답은 보는 관점과 가지고 있는 사상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1636년 병자호란 당시의 남한산성에서처럼 남한사회 내에서 말"의 전쟁이 벌어진다. 남한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적은 김정은 정권이다.
하지만 현재 "남한"산성에서 지휘권을 가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보다는 미국이 <사드>
를 남한에 배치한 것에 대한 중국의 보복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하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더 걱정한다.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강요당하는 현재의 상황이 또 다시 병자호란과 같은 국난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을 낳는다.
병자호란 당시 지배층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세계관은 중화사상이었다.中華인 명나라에 事大하는
것이 조선이 지켜야할 천하질서라고 믿었기에 남한산성에서 결사항쟁을 하는 것이 天命에 따르는 것이
라는 주장이 명분을 가졌다.
큰 나라에 사대하는 것으로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생존방식은 한국사를 관통하는 장기지속의 구조다.
6.25 전쟁 이후 남한의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지켜주는 보루는 한미동맹이다.
하지만 미국의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으로부터 촉발된 중국의 보복을 지켜보면서 한미동맹
때문에 현재 우리가 "남한"산성에 갇혀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런 역사적 유추를 하는
사람들은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서 역사가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도 "남한산성에 갇혀있는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 역사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을 가장 잘할것 같은 동시대인인 김훈 작가다. 실제로 JTBC의 손석희 앵커는
2017년 10월 12일 방송에 그를 초대하여 영화 "남한산성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김훈은 중화사상과 한미동맹의 역사적인 연속성을 언급하면서 지금 우리는 남한산성에 갇혀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흔히 역사는 반면교사라고 말한다 이말을 한 사람은 마오쩌둥이다. 문화혁명과 마오쩌둥의 과오 자체가
오늘날 반면교사라는 게 역사의 아이러니다.
톨스토이가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 행복한
이야기보다는 불행한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이유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 일어났던 일은 한국사에서 가장 불행한 이야기임에 그로부터 배울수 있는
역사적 교훈은 매우 많다.그렇다면 그 문제에 대해 깊은 통찰을 했던 김훈은 현재 남한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이제는 한미동맹에서 탈피해야 할 때라고 말하면서도 솔직히 그 대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현실의 문제를 푸는 답은 "이거다"를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이 반면교사로서 역사가 가진 한계
와 답답함이다. 아직도 우리는 남한산성에 갇혀있는가?라는 문제제기의 프레임에는 어떤 특정한 답이
함축되있다 그 물음에는...
김훈의 말처럼 한미동맹이라는 사고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내포한다.
이 주장에는 과거의 明이 오늘의 미국이라면 오늘의 중국이 과거의 靑으로 부활해서 "남한 산성을 애워
싸고 있는 역사의 반복이 일어나고 있다는 역사의식이 내재해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한은 한미동맹이라는 안보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시진핑이 구축하고자 하는 "신중화질서
에 포섭되는 길로 나가야 하는가?
김훈처럼 한미동맹이라는 안보의 우산을 이제는 접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신중화질서"
가 대안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진핑이 중국 중심으로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로 구축하고자 하는 신중화질서"
란 현실로 실현되기는 어려운 中國夢에 불과하다
중국이 서구 근대문명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을 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디지털시대
에 전 지구를 지배하는 패권국가는 결코 될 수 없다.
현재의 중국은 내부 문제가 심각할 뿐 아니라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주변의 지역 강대국과 영토분쟁을
벌리면서 일방적인 패권국가로 나가기 때문에 21세기 보편문명으로서 "신중화질서"를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엄밀히 말해 역사는 반복하지 않는다 역사에서 똑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사건은 반복하지 않지만 구조는 장기지속의 요인으로 유사한 일을 일으키는 조건이 된다는 점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수 있는 근거다.
우리는 다시 남한산성에 갇혀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사건이 아니라 구조의 관점에서
찿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계속
김기봉/경기대 사학과교수 .
독일 빌레벨트대학교 사학과 박사
http://cafe.daum.net/daum1000
공감/책속의 한줄
첫댓글 감사함니다
조은글에 머물다갑니다
5호선님 공감도 5호선 자주 탑니다.
편안한 밤 휴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