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간이 최근 발표한 보험진료비 지급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남성에게서 만성콩팥병 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 만성콩팥병이란 어떤 병이며, 어떻게 치료·관리하면 되나.
- 콩팥 위치 그림
매년 13%씩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노인병
만성콩팥병은 예전엔 만성신부전증이라고 불렸다. 3개 월 이상 콩팥의 사구체 여과 기능이 감소되어 콩팥 기능 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국내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질병 중 하나다.
2013년 건강보험심사 평가원과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13 건강보험 통계 연보'에 따르면 '만성 신부전증'으로 인해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09년 9만596명에서 2013년 15만850명으로 연평균 13.6% 증가했다.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나 는 노인병이기도 하다. 65세 진료 인원수는 1402명으로 65세 미만의 진료 인원 수 159명보다 약 8배 많았다.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노인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이유에 대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고혈압·당뇨병 등 원인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많이 늘어났으며 국 가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신부전증은 콩팥의 손상 정도와 기능의 감소에 따라 5 단계로 나뉜다. 1~2단계에는 콩팥이 정상의 69~89% 까지 기능을 한다. 자신의 콩팥에 문제가 있다고 자각하기 어렵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원인이 되는 점을 찾아서 치료한다. 본격적으로 콩팥에 대한 치료가 시작되는 건 4단계부터다. 이때부터는 부종이나 피로감 등 신체에 눈에 띄는 증상이 나 타난다. 정상 콩팥의 15~29%밖에 기능을 못 하기 때문 에 콩팥내과 의사의 진단에 따라 투석 및 이식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콩팥은 기능이 정상의 35%까지 감소해도 다뇨증이나 야뇨증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자각하기 어렵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라고 권고하지는 않지 만, 당뇨병·고혈압 등 신부전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 콩팥의 기능
콩팥의 기능
신부전증이 생기면 콩팥 기능이 낮아져 몸속에 노폐물이 쌓인다. 콩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의 여부는 사구체가 얼마나 원활하게 노폐물을 여과하는지에 따라 판단한다. 혈장 성분의 일부가 사구체에서 사구체를 감싸고 있는 보먼주머니로 나가면 적혈구와 단백질, 지방 등 분자량이 큰 물질은 여과되어 빠져 나오지 못하고, 분자량이 작은 무기염류나 아미노산, 포도 당, 요소, 물 같은 물질이 여과된다. 여과된 물질은 보먼주머니와 연결된 세뇨관으로 이동하고 여과되지 않은 물질은 혈액으로 흡수된다.
당뇨병·고혈압·사구체신염이 대표적인 원인 질환
만성콩팥병 환자는 대부분 원인 질환을 가지고 있다. 만성콩팥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질환들을 알아본다.
당뇨병과 콩팥병의 관계
당뇨병은 만성신부전증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다. 당뇨병은 혈액에 당분이 많아서 혈액이 끈끈해지는 병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콩팥 안에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에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조정 기능이 떨어져서 사구체 고혈압이 생긴다. 또 고혈당이 여러 가지 단백질의 변형을 일으켜서 최종당화산물을 만드는데, 이게 콩팥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당뇨병은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데, 유전자나 세포를 파괴시켜서 콩팥의 기능을 저하한다. 이런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염증 반응을 일으켜 콩팥 조직을 딱딱하게 굳게 한다. 콩팥 조직이 굳으면 콩팥 내의 작은 혈관이 손상되고, 모세혈관으로 촘촘하게 뭉쳐 있던 사구체가 막혀 노폐물과 영양소를 제대로 여과하지 못한다.
이 상태가 되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배출되며, 병이 진행될수록 혈장 내 단백질이 감소하고 신부전으로 몸이 붓는 증상이 생긴다. 학계에서는 후천성 당뇨병 환자의 최대 40%에서 만성콩팥병이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고혈압과 콩팥병의 관계
고혈압과 만성콩팥병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혈압이 만성콩팥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콩팥이 나빠지면 고혈압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콩팥은 혈압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혈압을 올리는 레닌이라는 호르몬을 만들고, 레닌으로 인해 안지오텐신이라는 혈관수축 호르몬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콩팥에 문제가 생기면 혈관 내피 세포가 손상된다. 혈관 내피 세포는 콩팥에 있는 세동맥이나 소동맥의 확장과 수축 기능을 조절한다. 혈관 내피 세포가 손상되면 사구체 안에서 동맥경화나 고혈압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콩팥에 악영향을 줘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사구체를 딱딱하게 만든다.
고혈압이 만성적으로 있는 경우, 특히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은 경우에는 콩팥에 분포하는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두꺼워진 혈관벽에 단백질이나 지방 등이 침착하여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여 사구체가 손상되고 이로 인해 콩팥 기능이 저하된다. 실제로 신부전증 환자의 약 80%에서 고혈압이 발견되며, 말기 신부전증 환자일수록 고혈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사구체신염과 콩팥병과의 관계
사구체신염은 잘못된 면역반응으로 유발된 염증이 사구체에 지속적인 손상을 주는 병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할 때 가동되어야 하는데 잘못 작동하거나 활성화돼서 콩팥을 손상시킨다. 혈뇨, 단백뇨가 주 증상으로 나타나며, 소변량이 감소하거나 온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콩팥기능 감소가 일시적으로 나타나 심하지 않은 요독증(콩팥의 기능이 감소하여 정상적으로 콩팥을 통하여 소변으로 배출되어야 할 노폐물이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되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급성사구체신염이 회복되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 만성사구체신염이다.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지켜야 할 식이요법
01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최대 60g
만성신부전증 환자는 단백질을 분해하고 난 노폐물이 체외로 배설하지 못하고 신체에 쌓여 요독증을 일으킬 수 있고,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콩팥에 부담을 주므로 적절한 섭취가 필요하다.
콩팥 기능이 정상인 경우 1일 단백질 섭취량(50~70g) 살코기 40g(탁구공 1개 크기), 생선 50g(小 1토막), 두부 모, 달걀 1개를 한끼에 1~2가지(하루 총 5번) 선택해 섭취.
콩팥 기능이 정상 이하로 떨어진 경우 1일 단백질 섭취량(40~60g) 살코기 30g, 생선 40g(小 1토막), 두부 ⅛모, 달걀 1개를 한 끼에 1가지(하루 총 3번) 선택해서 섭취.
02 인은 체중 1kg당 8~12mg 정도로 섭취해야
인 역시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은 제대로 체외로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인이 많아지면 칼슘이 방출되고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1일 인 섭취량은 1kg당 8~12mg이다. 현미 잡곡, 오트밀에는 인이 다량으로 들어 있으니 되도록 쌀밥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03 수분은 하루 소변량 + 500cc 섭취
콩팥은 수분 노폐물 배설 기능도 있는데,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수분 노폐물 역시 몸에 축적돼 부종을 일으킨다. 그래서 신부전 환자의 하루 수분 섭취 권장량은 하루 소변량에 500cc를 더 마시면 된다.
04 하루 염분 섭취는 소금 5g(나트륨 2000mg) 이하로
부종과 고혈압 예방을 위해 싱겁게 먹는 것은 필수다. 싱겁게 먹으면 수분 섭취를 둔화시켜 콩팥에 무리를 덜 주기 때문이다. 염분 자체도 사구체 고혈압을 촉진시킨다. 소금 대신 식초, 양파, 후추, 마늘, 생강 등 새콤달콤한 맛을 내서 먹는 것이 좋다. 젓갈, 장아찌 같은 염장식품과,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은 염분이 많으니 삼가야 한다. 저염식사 허용 식품(표 참조)을 선택해 조리한다.
- 저염식사 허용식품과 제한식품 표
05 칼륨 섭취를 조절한다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사구체여과율이 저하돼 소변량이 감소하면 칼륨이 배설되지 않아 칼륨농도가 높아진다. 이런 경우, 칼륨 섭취를 삼가야 한다.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저염 소금이나 저염 간장을 사용하지 말고, 채소와 과일 껍질과 줄기에는 칼륨이 많으니 안 먹는 게 좋다. 채소나 과일의 껍질을 깎아 2시간 동안 물에 담가두면 수용성인 칼륨이 물에 녹는다. 하지만 저칼륨혈증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칼륨이 많은 음식을 섭취해 부족한 칼륨을 보충해야 한다.
- 칼륨이 많은 식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