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olin : 강주미 Clara - Jumi Kang Conuctor : 정명훈 Chung Myung-Whun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베토벤은 9편의 교향곡 이외에도 수 많은 실내악곡을 썼지만,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 곡밖에 쓰지 아니했다. 그러나 오늘까지 이 분야에서 왕좌를 지키고 있는 이 곡은 거의 전무후무의 걸작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이다. 10편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관현악 반주로 된 한편의 협주곡은 베토벤에게 있어서 바이올린 곡으로서의 총결산이기도 하다.
이 곡의 아름다움과 장대함은 바이올린곡 중에서 왕좌에 오를 만큼 적합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 곡을 능가할 정도의 작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곡이 왕좌로서 인정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세월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 곡은 초연 이래 거의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았으나 1812년에 이르러 베를린에서 토마지니가, 1828년에 파리에 서 베이요가, 1833년에 빈에서 비외탕이, 1836년 라이프찌히에서 우를리히가 제가끔 불굴의 악성에게 경의를 표하 기 위한 뜻에서 채택한 정도였으며, 그 이상은 취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곡의 참된 가치가 세상에 인정 받게 되어 바이올린 협주곡의 왕좌를 차지하게 된 것은 당대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이 이것을 부활시키고 부터이다. 그는 1884년 5월 27일 멘델스존의 지휘로 불과 13살의 나이로 이 곡을 채택해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곡과 헤어지지 않았다. 또한 이 곡의 카덴짜는 피아노 협주곡과 같이 작곡자인 베토벤은 스스로 적어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여러 사람들 이 손을 대었으며, 요아힘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이밖에 아우어, 크라이슬러의 것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로맨스와는 달리 남성적이고 쓰라린 인생의 체험을 담은 베토벤의 이 곡은 여성적이고 감미롭기 그지없는 멘델스 존의 협주곡과는 너무 대조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베토벤은 고향에 있을 때, 혹은 빈의 초기 시대에 C장조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였는데, 이것은 미완성으로 그쳤기 때문에 실제로는 D장조만이 그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인 셈이다. 이 곡은 빈의 국립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친필 악보의 일부로 1806년 안 데어 빈 극장의 카페르마이스터였던 클 레멘트를 독주자로 예정하고 작곡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구스타프 노테봄에 의하면, 원래는 C단조의 교향곡 제1악장의 스케치 가운데 이 바이올린 협주곡의 제1악 장의 초고와 끝악장의 론도의 최초의 주제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아마 베토벤의 것으로는 비교적 짧은 시일에 즉, 1806년 내에 완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마지막 손질은 늘 한정된 날짜까지 겨우 완성시키는 것이 상례였는데, 이 곡도 역시 그러한 전례를 벗어나 지 못했다. 즉, 독주자인 클레멘트는 초연 날짜인 12월 23일에야, 처음으로 악보를 대하고 연주하지 않으면 안되었 다는 일화도 있다.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00:33]
1악장은 팀파니가 둥둥둥둥 D음을 연타하면서 문을 엽니다. 이 4박자의 리듬을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딴딴딴딴 하면서 분절되는 느낌의 리듬입니다. 1악장 곳곳에 등장하는 리듬형입니다. 이어서 목관악기들이 장중하면서도 느긋하게 첫 번째 주제를 연주합니다. 힘찬 분위기의 경과부를 거치고 두 번째 주제도 역시 목관(플루트는 빠진)이 연주합니다. 첫 주제에 비해 좀 더 여성적인데다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바이올린과 관현악이 이 두 개의 주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음악이 전개되는데, 그 사이사이에서 독주 바이올린이 펼쳐내는 아름다운 연주에 귀를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독주 바이올린이 펼쳐내는 카덴차(cadenza: 악곡이나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독주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는 1악장에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이 카덴차는 후대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만든 것입니다. 요아힘 같은 이들이 카덴차를 첨가해 음악을 좀 더 흥미진진한 방향으로 유도했지요. 요아힘 외에 크라이슬러(1875-1962)가 만든 카덴차도 많이 연주됩니다. 제가 지금 듣고 있는 LP음반은 바이올리니스트 이다 헨델(85), 그리고 라파엘 쿠벨릭이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협연(RCA)인데, 이 연주에서는 요아힘의 카덴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악장: 라르게토 [25:33]
연주시간 약 24분의 1악장이 끝나고, 라르게토(larghetto)의 느린 2악장이 평화스러운 느낌으로 문을 엽니다. 약음기를 낀 현악기들이 주제를 제시하면 독주 바이올린이 그 주제를 아름답게 장식하면서 따라붙습니다. 1악장은 주제와 세 개의 변주로 이뤄졌습니다.
1변주에서는 클라리넷이, 2변주에서는 파곳이 주제를 연주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변주는 관현악만으로, 앞서의 변주들보다 훨씬 강한 음향으로 연주됩니다. 독주 바이올린은 그 변주들 사이사이에서 어딘지 애틋한 느낌이 담긴 선율들을 아름답게 노래합니다. 마지막에 다다르면 현악기들의 묵직한 음향이 갑작스럽게 한차례 울려 퍼진 다음, 다시 바이올린이 카덴차 풍의 독주를 선보이면서 다음 악장으로 연결되지요.
3악장: 론도. 알레그로 [35:23]
쉼표 없이 아타카(attacca)로 이어지는 3악장은 알레그로(allegro)로 템포가 빨라집니다. 독주 바이올린이 1악장에서도 들었던 주제를 생동감 있게 연주하고 관현악이 곧바로 이어받습니다. 3악장은 이른바 론도 악장이지요. 주제(A)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부차적인 주제(B, C)가 자리하는 형식입니다. 말하자면 A-B-A-C-A-B-A의 형식입니다. 그러니까 메인 주제에서 시작해 메인 주제로 끝나는데, 그 중간에 부차적 성격을 갖는 다른 주제들이 끼어듭니다. 그래서 풍성한 음악적 효과를 얻습니다.
3악장의 첫 번째 부주제(B)는 가볍고 산뜻한 느낌, 두 번째 부주제(C)는 노래의 느낌이 강한, 아름답고 매혹적인 선율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주 바이올린의 화려한 카덴차가 펼쳐진 후, 관현악이 짧고 육중하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