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이상함
김경미
새소리가 싫은 것
잦은 이사와 기차는 좋지만
둥근 산책과 등산복이 싫은 것
가만히 있는 건 유리창처럼 근사한 일
유리창 옆에 혼자 있는 건
산꼭대기 구름처럼 높은 일
독시체르* 같은 이름
어딘지 지독한 느낌
말하지 않고도 말하는 그 악기의
손자국 같은 부푼 뺨
슬픔에 담갔다 꺼낸 것들은 안심이 된다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들은
무조건 믿을 만하다
양말을 한쪽만 신는 것
2개는 너무 많거나 아프리카처럼 너무 뜨겁다
높은 굽이 좋은 것
땅과 알맞게 떨어져 걸어야 애정도 생긴다
죄와 벌쯤이어도 괜찮다
나뭇잎들의 성격은 해마다 4개쯤이고
망치와 못 틈에 끼인 내 성격은
오늘의 7개에서 내일은 2개로 줄었다가
3개로 버려 지금은 마이너스다
당신은 몇 개를 발휘하고 몇 개를 휘발시켰는지
이 행복이 다 실패지 뭐겠는가 포기하다가도
사실 더 이상한 존재가 있으니
배와 비행기이다
어디든 가고 싶다고
쇳덩이가
물 위를 걷고 허공을 날다니
더 이상한 존재는 물고기들
물속에서 익사하지 않다니
다들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나만 빼놓고 다들 지독하다니!
알약은 절대 못 삼켜
사람도 가루를 내야만 먹는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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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모페이 독시쩨르Timofei Dokshitser(1921~2004): 우크라이나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창작과비평》201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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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 1959년 경기 부천 출생. 1983년 〈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쉿, 나의 세컨드는』『고통을 달래는 순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