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 이야기) 2015-03-31
<“집사람은 로또복권이에요” >
- 文霞 鄭永仁 -
“아빠, 엄마하고 잘 맞아? "
“엄마하고 나하고 로또복권이야!”
“그럼, 잘 맞는다는 거야?”
“글쎄…….”
사위가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장인인 나는 내심으로 사위가 내 딸 아이를 로또라고 여기니, 흐뭇한 마음까지 든다. 옆에서 듣고 있던 딸아이는 묘한 웃음을 흘린다. 자기 딸을 사위가 로또라고 여기니 싫어할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사위가 재를 뿌린다.
“아버님, 집사람하고 잘 맞아서 로또복권이 아니라 너무 달라서 로또복권처럼 같은 번호 세 개 맞추기라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내가 김칫국부터 마시는 반대 상황으로 반전되었다. 외손녀는 갸웃둥한 표정을 짓는다.
부부란 어떤 존재인가? 흔히 옛 어른들은 부부란 서로 달라야 잘 산다고 하지 않던가. 성질이 같으면 서로 부딪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서로 너무 잘 아니깐. 부부란 생판 다른 사람끼리 만나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그 다른 점까지 이해하고 사랑할 때 구순한 부부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 외손녀가 잘 안 맞는 로또복권에서 모처럼 맞춘 로또 당첨금이 아니겠는가. 하기야 40여년을 산 우리 부부도 아직까지 안 맞는 것이 하다하다. 나는 치약을 꽁무니부터 짜 쓰지만 집사람은 배때기부터 짜 쓴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여섯 자리를 완전히 맞추어야 1등 로또 당첨이 된다. 로또 복권 1등 당첨된 한국 남자의 30% 정도가 자기 부인한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또 1등 당첨자의 당첨 후 생활을 역추적해보니 70~80%가 당첨 전보다 불행하여 졌다는 것이다. 로또복권처럼 완전히 여섯 자리를 맞춘다는 것은 폭탄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닐까?
그저 사랑도 우정도 부부도 이뤄가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그나저나 우리 집사람이 나에게 로또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故 박완서 작가는 ‘부부란 젊어서는 애정(愛情)으로 살고, 늙어서는 우정(友情)으로 산다.’ 고 했다.
하기사 우리 부부도 3자리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첫댓글 그러네요 우리집사람하고 맞는게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후회가 되네요 있을때 맞춰줄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