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소쿠리에 담긴 꽃무더기.. 봉화 ‘띠띠미 마을’
이즈음 띠띠미 마을은 꼭 산수유에 포위된 형국이다.
백년 고택의 먹빛 기와지붕 위로, 돌담 위로 산수유 꽃들이 만발했다.
마을이 끼고 있는 문수산 자락도 온통 노란색 꽃 천지다. 강렬한 노란색 색감에 아찔아찔
멀미마저 느껴질 정도다. 띠띠미 마을의 정식 명칭은 봉화군 봉성면 동양리 두동마을.
주민이래야 고작 20여가구 남짓. 남양 홍씨 집성촌으로 지금도 마을주민의 절반이 홍씨 성을 갖고 있다.
마을에 지천인 산수유 나무는 병자호란 때 입향조인 홍우정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 깊은 산중마을로
피란 오면서 경기 이천에서 산수유 나무를 가져다 심은 것이 시초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내성천변에는 당시 처음 심어졌다는 이른바 ‘시조목’ 두 그루가 400년의 세월을
넘어 성성하게 꽃을 피웠다.



















산수유 꽃으로 꽃대궐을 이룬 경북 봉화의 띠띠미 마을
꽃이 고택의 먹빛 기와와 돌담과 어우러져 그윽한 정취를 빚어낸다.
띠띠미 마을의 산수유꽃은 평년의 경우 4월 중순무렵이 절정이지만, 꽃이 이른 올해는
벌써 절정의 순간으로 치닫고 있다. 한꺼번에 불붙었다가 곧 지고마는 다른 봄꽃과는 달리
산수유꽃은 거의 한 달을 간다.
논 한 뼘, 밭 한 뙈기 변변히 없는 첩첩산중의 산골마을인 띠띠미 마을에서 산수유 열매는
유일한 소득원이었다. 너른 들이나 갈아부칠 만한 밭이라도 있었다면 굳이 오랜 시간에다
고된 노동까지 필요한 산수유 농사는 짓지 않았을 터. 산수유 마을들이 대개 깊고 깊은
산골마을에서 자리잡은 것도 이런 이유겠다. 그러고 보면 산수유는 나풀나풀 꽃잎들을
보기 위해 심어지는 다른 봄꽃들과 달리 오랜 세월을 생활과 노동으로 길러진 꽃인 셈이다.
젊은이들이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서 주민들은 아직 산수유 농사를 짓고는 있지만,
가을이면 제 집앞의 나무에 빨갛게 달리는 열매들도 다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고단한 노동에다가 품값도 안 나오는 가격 탓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산수유 나무를 심고 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그래서 띠띠미 마을은 해마다 노란색의 꽃이 더욱 짙어져 가고 있다.



사화와 당쟁, 유배와 절개…세월이 녹아있는 고택에 들다
봉화를 찾아간 길에서 산수유 꽃만 보고 돌아올 수는 없는 일.
봉화에는 유독 고택들이 많다. 전라도의 고택들이 일찌감치 벼슬을 등지고 은거하며
산수를 벗 삼았던 선비들의 것이라면, 안동으로 대표되는 경상도의 고택들은 세상을
쥐락펴락했던 세도가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봉화는 좀 다르다. 사화와 당쟁을
피해 벼슬을 버리고 물러난 이들이 심심산골인 봉화로 모여들었다.
봉화의 고택마을이라면 봉화읍 유곡리의 닭실마을이 가장 알려져 있다. 안동 권씨의
오래된 반가의 집성촌인 닭실마을은 충재 권벌의 유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권벌은 조선
연산군때 벼슬길에 나섰다가 기묘사화로 물러나 낙향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이후 다시
벼슬자리로 돌아가 우찬성자리에 올랐지만, 다시 을사사화로 파직당하고 벽서사건에 연루돼
유배지에서 생을 마쳤다. 닭실마을에서 백미는 바로 거북모양의 바위 주위로 연못을 파고
정자를 앉힌 청암정. 너른 들에 세웠지만 청암정에 들면 자연에 푹 파묻힌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논 한뱀이 없는 첩첩산골 띠띠미 사람들은 비탈 밭에 산수유 농사로 4세기를
살았으니 산수유는 나무가 아니라 곡식으로 빨간 열매는 곧 쌀이었던 것이다.
그 열매로 자식 공부 시키고 결혼도 시켰으니 그 얼마나 귀한 나무이던가!
띠띠미 들머리길은 좌우로 갈라지는데, 바로가면 띠띠미 마을이고 오른쪽 골은
온통 산수유로 가득한 옥얌골이다. "띠띠미"란 마을 이름이 어찌보면 정답고
평화스럽지만, 어찌보면 촌 스럽다. 마을의 四方사방이 문수산 줄기로 꽉 막혀 있어
마을 이름에 "막힐 두(杜)"자가 들어간 '杜洞두동 마을’이다. 지도에는 분명
‘杜洞두동 마을’이라 표기되어 있으나, 그 지역 사람들은 모두들 '띠띠미 마을’이라
부른다. 뒷마을 後谷후곡 즉 ‘뒷띠미’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뒷띠미가 띠띠미로
굳어 졌다고 한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아름다운 봉화 띠띠미 산수유마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동요 고향의 봄이 절로 흥얼거려지는 꽃피는 산골 마을 띠띠미는 문수산 아랫자락
옴폭 들어간 자리에 소쿠리 모양새로 들머리길만 열려있다. 노란 꽃을 한 소쿠리
담아 놓은 듯한 지세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에 뜬 사진을 보고 , 현지를 찾아 실물을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봉화 띠띠미 산수유마을은 실물이 사진보다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아는 사람만이 몰래 보고 소문내지 않는 숨겨진 명소로 사진마니아들도
약속이나 한 듯이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지 않고 마음에만 새기는가 보다.
참꽃이 듬성듬성 핀 마을 앞산 소나무 아래에서 렌즈에 그려지는 띠띠미는 한 폭의 그림이다.
마을이 산수유를 품고 있는지, 산수유가 마을을 안고 있는지 자연과 하나 된 이쁜 마을로
드라마 배경으로 좋을 듯한 영상미가 아름다운 꽃피는 산골마을이다.

노란 산수유 짙은 色, 백년 古宅의 깊은 香 .. 경북 봉화 띠띠미 마을